교육공공성 | 230호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고양 서정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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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10 17:30 조회1,24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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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없는 학교’, ‘대회 없는 학교’
강매산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서정초 등학교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서정마을 단지 내에 자리 잡고 있다. 신설된 학교로 깔끔하고, 도심에 있지만 탁 트인 공간이 인상적이다. 특히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한 배려가 학교 곳곳에 배어 있다. 복도에는 아이들과 학교를 방문한 학부모들이 쉴 수 있는 소파가 놓여 있고, 학부모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학부모사랑 방’,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수신자 부담 전화기……. 학부모들이 수시로 사용할 수 있는 학부모사랑방에는 정수기와 차가 준비되어 있다.
학교를 방문한 날은 마침 마주이야기의 박문희 선생님 강연이 있어 30여 명의 학부모들이 강의를 듣고 있었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강의가 있거나 학교에서 필요한 강의 가 있을 때 이런 자리를 마련한다고 한다. 이 학교 학부모 들은 수시로 학교장을 만날 수 있고, 또한 카페(cafe. daum.net/presj)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는 실명제이기 때문에 참여에 제한이 있지만 카페는 익명 참여가 가능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서정초등학교는‘상 없는 학교’‘대회 없는 학교’ 로도 유명하다. 경쟁교육을 없애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는데 학부모들도 환영하고 있다. 또한 교사들은 매 달‘달적이’를 학부모들에게 보낸다.‘달적이’는 교사가 학생들의 행동을 관찰해 한 달에 한 번씩 보내는 일종의 생활기록부다.
혁신학교는 학부모와 교사, 아이들이 꿈꾸는 완벽한
학교일까?
교장공모제를 통해 초대 교장으로 부임한 이우영 교장 은“혁신학교는 지역적 실태에 기반해 세워져야하며 중 심 가치를 세우고 공유해야 한다”며 학생 중심가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사 중심이 되면 학부모와 갈등이 생기고, 아이들과는 달리 교사와 학부모는 혁신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학생 중심의 배움이 즐거운 수업, 협동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는 수업 중심의 가 치가 필요하다. 또한 교사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학 교가 교육의 방향을 세우고 교사들이 공유해 함께 가야 하는 동행 중심 가치를 강조하며“교사와 학부모의 영역에 벽을 치려고 하지만, 교실도 열어야 하고 학교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적 교사도 학부모와 함께 가는 부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그냥 다 내놓고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며 서로 간에 마음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학기 초에는 일부 학부모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고 한다. 혁신학교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면서도 학습 능력까지 뛰어난 아이들로 키워주기 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욕심이 분출된 것이다. 그래서 체험학습 실시에 대해 놀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있는가하면 영어심화반, 영재반, 경제반 등에 대한 요구 도 있었다. 지금은 서로 소통하며 의견을 조율하기는 하지만 학부모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서정초는 학부모회가 없다고 한다. 그동안 보여줬던 학 부모회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 조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의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학교 참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신 학 년마다 모이는‘다모임’을 만들어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서우철 교사는“억지로 만들어진 조직에서 강제하는 것보다 오히려 자발적인 모임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 며“학교가 공간을 제공하고 학교를 열어줄 수 있어야 한 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는 매월 첫 주 토요일에 모이는 것으로 정례화시켰다. 논의할 내용이 없으면 밥이라도 먹고 헤어지더라도 정기적으로 만나 소통을 하려는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는 가깝고도 먼 사이?
교육의 3주체를 학생, 교사, 학부모라고 한다. 그런데 학부모와 교사는 서로를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을까? 교 사 사이에는 학부모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고, 학부모와의 관계에 거리를 두고 또 하나의 잡무로 생각하며 어 려워하기도 한다. 학부모라고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서우철 교사는“우리 학교는 학부모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오고가기 때문에 자주 만나서 학교 일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특히 교장선생님이 학부모와 거리를 깨는데 엄청난 노력을 하고 계시다”며 자부심을 드러 냈다. 사실 예전에는 교육은 교사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부모 참여의 장이 늘어나니 학부모도 교사가 되고, 생태교육·발도르프교육을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참여하고 있어 교사와 학부모의 벽을 허무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서정초등학교는 ‘아버지 모임’이 자생적으로 조직되어 강연도 듣고, 토요일 오후 아이들과 놀기도 하며 1박2일 캠프도 했다고 한다. 주말에는 교사들과 배구시합도 한다.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이경원 교사는 학부모, 아이들과 함께 아침 7시에 강매산에 올라가 아침밥을 먹 고 내려오고, 저녁에는 학교 운동장에 모여 운동을 하 는‘아침햇살 저녁노을’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부모님 참여가 많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3명 정도 참여했는데 지금은 8명 정도 참여하고 있어요. 학부모가 학교에 자꾸 방문하면 오해가 없어요. 교육활동에 학부모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체험 학습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직접 만나 이야기해서 참여를 유도하고, 참관수업에서 학부모도 교사의 역할을 해 모둠의 구성원이 되어 참여하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 다. 수업 전에 미리 학부모들과 함께 사전협의하고 수업을 같이 진행해 나가는 거죠.”
이경원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교육과정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교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서는 학교 변화 모습을 학부모가 직접 보고 참여해야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학부모가 학교 참여를 하지 않으면 옆집 아줌마의 영향을 받아 왜곡된 교육 시스템 논리에 빠져들 수 있다고 한다.
교사나 학부모나 모두가 바라는 것은 아이들이 행복 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혁신학교가 그 꿈을 이루게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래서 혁신학교를 만들어 가는 교사들의 부담감도 크다. 여러 고민 속에서 선택한 교사들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한 교사들도 마찬가지 다. 책임감이 얼마나 컸으면 어떤 교사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니…….
이경원 교사는 학교의 중심이 누구냐고 질문한다. 그가 생각하는 학교의 중심은 바로 ‘지역공동체’이다. 학 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아닌 지역사회가 함께 갈 때 혁신 학교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정초등학교의 현실은 녹록치만은 않다. 학교 앞 공터에 아파트형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경관훼손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건설 과정에서 먼지, 소음, 공 사차량으로 인한 통학길 안전을 위협받게 될테니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바랐던 학부모들에게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강인수(새로운학교만들기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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