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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 282호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학교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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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7-15 15:52 조회1,3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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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이기주의와 출세지향주의를 조장하는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학생들이 해마다 100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국의 중·고등학생 반수 이상이 자살의 유혹에 빠져 본 경험이 있다고 하니 자식을 둔 부모라면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1989년 9월 참교육을위한 전국 학부모회 창간사 일부 내용이다. 

“어른들을 학원국으로 보내자. 단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천재들이 사는 학원국으로 보내자. 학원을 쉬지 않고 다니면 지칠 거야. 4시간 동안 수업받으면 얼마나 답답할까? 아마 4시간이 40시간처럼 느껴지겠지. 천재들은 성큼성큼 선행 학습하고 어른들은 뒤처질 텐데. 글쎄 온 힘을 다해 공부해도 천재를 따라가기 힘들 때는 보충수업에 갇힐 거야. 뭘 꾸물거리느냐고 선생님은 화내고 친구들은 놀려대겠지. 어른들은 쩔쩔맬 거야. 그때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지난 2월 9일 부천 중동초등학교 4학년 1반 조민서 군이 국어 수업 중에 쓴 <어른들을 학원국으로 보내자>라는 시다. 

26년 전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창립할 때나 지금이나 경쟁교육에 내몰린 아이들은 변함없이
입시교육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런 경쟁교육은 지식 정보화사회에서는 쓸모없는 교육임에도 말이다.
그렇다고 학교장은 좌절하고 말 건가. 학교장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교장의 리더십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학교장은 학교의 운영에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학교장은 미래사회에 대응하는 새로운 안목과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급변하는 지식정보화 사회가 도래했기 때문에 다각적인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둘째, 구성원들의 자율과 참여를 유도하는 민주적인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학교 교육의 핵심은 교사들의 수업과 기타 교육활동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학교장은 각각의 교육활동 역량을 전체 학교 교육에 결집시키고, 여러 가지 상황에서 발생하는 갈등에너지를 조정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학교장은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학교장이 직접 수업을 하진 않지만, 교육과정 재구성과 실제 수업, 그리고 평가까지 참여해 품질 관리를 해야 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흡했지만 위와 같은 교장의 역할을 해 보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도 했고 뭔가 혁신해 보려고 고민했던 기억을 자랑같아 쑥스럽지만 되살려 본다. 16년 전, 정년을 앞두고 성남 은행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부임했을 때였다. 아주 작은 것부터라도 개선해 보자는 생각으로 먼저 학부모에게 보내는 부임인사 서한에 촌지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보냈는데, 이 때문에 선생님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촌지는 부임 전, 어머니회장으로부터 촌지 문화를 개선해 달라는 전화를 받기도 했었고, 나 역시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기에 서한에 바로 넣어 보냈다. 하지만 선생님들과 사전 논의 없이 보낸 것에 선생님들이 좀 섭섭했던 모양이다.  

부임하고 한 달여 동안 선생님들과 개별 면담을 했다. 새 시대의 교육철학과 비전을 주고받으며 터놓고 토론했다. 지식·정보화 사회의 급격한 문명사적 시대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식을 암기시키는 수업은 탈피해야 한다, 진정한 학력은 점수로 나타내는 시험결과가 아니다, 생각하는 힘, 곧 창의성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또, 어려운 친구들을 배려하고 함께 하는 인성교육과 공동체 정신, 풀 한 포기 벌레 한마리라도 소중히 여기는 생명존중교육,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므로 폭언이나 체벌은 하지 말아야 하며, 환경오염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인식하게 하는 환경교육, 남북의 대결과 전쟁은 서로가 멸망하는 길이므로 아이들에게만은 적대감을 느끼지 않도록 평화·통일교육을 하자고 얘기를 나눴다. 그러기 위해서 교육과정 재구성 재량권이 필요했기에 과감히 선생님들에게 그 권한도 주었다. 지금까지 학교운영과 관련하여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 일일이 듣고 메모하고 정리해서 학년별로 토론했고, 더 중요한 의제는 전 직원 또는 학부모들까지 참여하는 열띤 토론을 거쳐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개선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결정된 사안 중 30여 년 동안 전국적으로 구독해 왔던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거절은 언론에서도 다룰 만큼 전국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다. 전국적으로 구독거절 운동이 번질 기미가 보이자 교육부까지 나서서 보수 쪽 인사들을 동원하여 토론을 벌이면서 문제없다는 분위기로 몰아갔지만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또 매주 월요일마다 진행되던 고통스러운 애국조회와 토요일 반성조회를 없앴다. 평교사 때부터 일제의 잔재이며 학교를 병영화한 군부독재정권의 잔재인 애국조회와 반성조회는 꼭 개선해야겠고 생각했다. 애국조회를 없앤다고 하자 교감은 놀라서 교육청에 알렸다는 씁쓸한 후문도 들었다. 새로운 교육방식을 공유하기 위해 학부모 연수를 하고 학교운영에 함께하자고 제안하자 학부모들도 마음을 열었다. 학교운영위원회 구성도 규정대로 선출·운영하였고, 예산편성 및 집행, 결산심의도 운영위원회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였고 각종 위원회에 학부모도 참여시켜 교육의 한 주체로서 책임감을 갖도록 하였다. 교육과정 정상운영을 저해하는 실적 위주의 보여주기 식 연구·시범학교도 반납했다. 이는 부가점수를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승진을 앞둔 교사나 교감에게는 매우 불리했다. 아이가 몇 등인지 알 수 없다며 일부 학부모로부터 항의 전화도 받았지만 형성평가를 제외하고는 모든 시험을 없애고 우등상도 없앴다. 졸업식 때는 오랜 관행이었던 교육장 상이나 기타 외부에서 주는 상들도 모두 거부하였다. 이 또한 교육장 상 받기를 기대했던 학부모의 민원재기로 교육청의 수상권유도 있었지만 끝내 거절했다. 대신 아이가 잘하거나 앞으로 잘할 수 있는 특기나 적성을 찾아서 모든 아이들에게 시상했다. 선생님의 교내 인사규칙이나 학급·학교생활 규칙도 민주적으로 만들어 실천하도록 하였다. 주번 교문 지도도 없앴고 아이들의 중앙현관 출입도 허용하였다. 2002년 6월 중순부터 1주일 동안 사단법인 남북어린이 어깨동무 도움으로 북한 이해교육과 평화의 감수성을 기르는 평화·통일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600만 원 정도의 성금도 모금하여 북녘 어린이들에게 보냈고 기사화되었다. 기사를 본 60대 중반 남성으로부터 “아이들 코 묻은 돈까지 퍼주기냐, 당신 같은 사람이 대한민국의 교장이냐. 외손자가 당신 학교에 다니는데 당장 전학을 시켜야겠다.”며 격한 항의를 받기도 하였다. 그에게 학교 방문 토론을 권유했으나 끝내 오지 않아 참 씁쓸한 기억으로 남았다. 

가장 잊을 수 없는 일은 폐교 직전의 남한산 초등학교를 살렸던 일이다. 성남 은행초등학교에서 고개만 하나 넘으면 남한산초등학교가 있다. 남한산 초등학교는 내가 초임 교감으로 재직했던 학교이기도 해서 남다른 애정이 있기도 했지만, 작은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함께 하게 되었다. 학교를 살려달라며 방문한 남한산초등학교 교장선생님과 학교운영위원장께 스쿨버스를 만들도록 권
유했고, 작은 학교가 아름다운 학교라며 우리 학부모들을 설득시켜 아이들을 보내고 전교조 선생님들이 학교를 운영하도록 한 결과, 남한산초등학교가 전교조의 꿈인 이른바 참교육 혁신학교의 메카가 되었다. 이 일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보람이다. 그 외 전교조 대표로 5.31 교육개혁에 참여하여 학교운영위원회 제도, 일제 잔재인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개명, 교육법 75조 ‘교사는 교장의 명을 받아 학생을 교육한다.’를 ‘교사는 법령의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로 바꾸고, 그리고 참여 정부 때는 2기 대통령자문 혁신위원으로 참여했고, 대통령께 직접 건의하여 학교운영위원회의 공모로 교장 자격 없이도 교사가 교장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진정한 교육 자치를 이루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탰던 기억이 남는다. 존 듀이는 “오늘의 아이들을 어제처럼 가르치면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우리 교육이 하루빨리 새 시대에 맞는 교육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상선 (전 성남 은행초등학교장, 경기교육 100대 공약 내부평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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