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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307호 재능을 봉사로 나누는 한국조리과학고 학생들의 특별한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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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6-02 16:22 조회1,0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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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을 봉사로 나누는 한국조리과학고 학생들의 특별한 봉사


“그것이 가능할까요?”
“지속해서 운영할 수 있을까요?”


 막내아들이 입학한 조리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재능봉사를 하자고 했을 때 찬성보다 우려와 반대가 많았던 것은 당시 1학년 학부모로서 감수해야 할 것들이었다. 생활기록부에 올라가는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재능과 좋아하는 분야에 상관없이 봉사할 곳을 찾아다니는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특히 조리라는 특별한 기술을 고등학교 때부터 배우는 학생들의 열정과는 다르게 사회에서 그들의 기술을 받아 줄 봉사처가 없었다. 그래서 학생들은 헌혈을 하고, 반찬 도우미로 뿔뿔이 흩어져 봉사해야만 했다. 보다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생활기록부에 등록되는 봉사시간을 의무적으로 채우는 것이 현재의 자원봉사 시스템이다. 그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배우는 기술을 가지고 사회에 환원하는 자원봉사를 하고자 만든 것이 한국조리과학고 조리봉사 모임이었다.

 경기도 시흥에 있는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는 전문조리사 양성을 위해 1999년 설립된 특성화 고등학교이다. 전국에서 학업이 우수한 인재들이 전문조리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원하고 3년 동안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제과, 제빵 등 조리법을 배워 졸업한다. 전문 조리과목 선생님들은 특급 호텔 근무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노하우를 전수해 준다. 전교생이 조리사 자격증
을 소유한 학교, 명문 학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행복한 꿈을 향해 도전하는 학생들이 있는 곳이다. 조리 재능 봉사자가 400여 명에 이르는 행복한 봉사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회복지 시설 주방보조를 신청하다
 처음에는 사회복지 시설을 대상으로 주방보조 자원봉사 활동을 섭외하였다. 경기도에 있는 아동보호소에 처음 전화를 걸어 학교를 소개하고 재능 기부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때의 반응은 의문이었다. “학생들이 주방보조를 한다고요? 아직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요.” 담당사회복지사는 당황한 목소리로 내부 의논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만났으면 좋겠다는 답장을 받았다. 일주일 후에 마주 앉은 자리에서 담당 사회복지사는 성인들도 꺼리는 주방보조 봉사를 고등학생이 신청하는 것이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 했다. 그리고 자원봉사 입력시스템인 1365나 VMS에도 주방보조라는 봉사 항목이 없다면서 우리 학생들의 봉사를 신기해 했다. 시설의 입장에서는 주말 주방 근무자들의 일손이 늘 부족해서 사무직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주방보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자원봉사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사회복지 시설주방보조 활동이 서울, 광명, 시흥, 안양 등 총 다섯 곳에서 이루어지게되었다. 학생들이 원하는 지역에 15명 이상 팀을 이뤄 신청하였고, 직접 시설에 전화를 걸어 취지를 설명하고 섭외하였다. 안전사고나 관리의 이유로 거절한 시설이 더 많았지만,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좋게 보고 다섯곳에서 허락해 주었다. 학생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나물을 손질하고 설거지를 하더라도 내가 평생 할 일로 봉사하는 것이 즐거워요.” 한 여학생이 양로원 봉사가 어떠냐는 질문에 대답한 말이다.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의 재능을 살려하는 것이라면 즐거울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누구도 해보지 않은 봉사지만, 재능기부라 즐겁다.


초등학생 조리 교실을 운영하다
 사회복지 시설에서 재능기부를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주도하는 봉사 프로그램을 더 고민하게 되었다. 졸업생 학부모님이 제안해서 만든 것이 초등학생 조리 교실이었다. 광명시 희망교육네트워크(주미화 대표)와 연합하여 광명 평생학습원에서 초등학생 조리교실을 개최하고, 접수 10분 만에 정원이 채워지는 놀라운 일이 생겼다. 그것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두 곳을 시범 운영하였다. 매월 1회 토요일 오전에 실시하는 초등학교 무료 조리 교실의 재료비는 자원봉사자 학생(한국조리과학고)과 초등학교 학부모회가 공동으로 부담했다. 초등학생들이 비용의 부담 없이 참여하고 눈높이가 맞는 언니 오빠들이 알려주는 조리실습 시간은 신청자가 폭주하였다. 봉사자들도 재료 구입과 레시피 작성, 수업 진행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함으로 봉사에 대한 주체적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높이 솟은 조리모를 쓰고 각이 잡힌 스카프를 목에 걸고 앞치마를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 아이들 눈에는 신기하고 멋이 있었는지, 실습이 끝나면 봉사자들과 아이들은 한데 어울려 농담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바빴다. 어느 조리교실이든지 몇 명의 아이들은 장래 희망이 요리사라고 말을 하곤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가는봉사자들의 앳된 얼굴들에는 발갛게 미소가 머물렀다.
 2015년에 두 곳으로 시범 실시된 초등학교 조리 교실이 2016년에는 일산, 성남, 광명, 시흥 등 총 여덟 곳으로 확대 실시되었다. 그리고 올해는 아홉 곳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장소가 초등학교라서 섭외에 애를 먹었지만, 봉사자들과 초등학생들의 공감대 형성과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 반응은 뜨겁기만 하다.

 

우리가 만든 음식으로 무료급식을
 고등학교 때부터 일찍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조리전문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라 그런지 그 열정과 진지한 태도는 일반고 학생들보다 뛰어났지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직접 조리하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의견이많았다. 그러던 가운데 시흥 소재 대야종합복지관의 담쟁이 봉사단과 연계하게 되었다. 담쟁이 봉사단은 매주 토요일, 국수 무료 급식을 하는 봉사단이다. 성인들로 이루어진 담쟁이 봉사단에서 한국조리과학고 학생들의 봉사 취지를 이해하고 매월 1회 학생들만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특히 대야종합복지관 관장님이 어린 학생들의 조리봉사에 시설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개방해 주는 등 여러모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이해와 지원을 바탕으로 월 1회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음식으로 어르신 약 400명을 대접할 수 있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매월 넷째 주에 하는 무료 급식을 시험 기간과 방학 중에도 쉬지 않고 학생들은 참여하고 있다. 얼마 전에 3학년이 된 학생들에게 취업과 진학 공부 때문에 이제는 빠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학생들의 대답은 “졸업해도 나올 건데요!”라고 한목소리로 답했다. 2년 전에 칼 쓰는 것이 서툴러 봉사할 때마다 두세 명은 손을 다쳐 응급실을 가야 했던 학생들이이제는 봉사를 그만하라고 해도 절대 빠질 수 없
다고 한다. 봉사시간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봉사시간은 기본이 3년 동안 60시간만 채우면 되는데, 모두 200시간은 넘게 채우고들 있으니 말이다. 일은 또 얼마나 많은지 400명 분량의 식재료를 9시부터 준비해서 조리하는 과정은 흡사 전쟁터와 같다. 그리고 음식 준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식과 설거지, 그리고 주방 청소까지다 마치면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다섯 시간을 앉지도 못하고 일해야 한다. 또래학생들이 예쁘게 차려입고 주말을 즐기는 시간에 한국조리과학고 학생들은 땀으로 조리복을 적시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학생들은 이제 스스로 밥을 짓고 식재료를 다듬고 조리를 하고 설거지를 한다. 매달 음식을 만들어 어르신들에게 행복을 나누는 재능기부 조리사들이다. 

 

봉사자도 섬김 받아야 한다
 자원봉사를 오래 하다 보면 가끔 봉사자를 소홀히 대하는 곳들이 있다. 시간이 남아서 아니면 여유가 되니까 또는 어떤 목적이 있어서 봉사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봉사자도 섬김을 받아야 하는 소중한 존재이다.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생활기록부에 봉사실적이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봉사를 한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 봉사가 아니라 의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고등학생들의 봉사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관계자가 학생들에게 막말한다든지 또는 봉사와는 상관이 없는 일을 시킨다든지, 또 반대로 학생들이 의무적인 봉사라서 책임감이 없고 건성으로 하는 봉사가 많이 있다. 그래서 봉사자와 관계자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조리과학고 봉사는 항상 부모의 서포트를 받는다. 봉사의 주체는 학생들이지만, 부모들이 뒤에 발생하는 안전사고나 봉사자와 관계자의 의견 조율 등 철저히 보조자로서 역할을 해준다. 학생들이 안심하고 주도적으로 봉사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부모이다. 사회복지 시설과 같이 전담 사회복지사가 있는 경우에는 학생들만으로 봉사하지만, 조리 교실이나 무료 급식의 경우 안전사고에 대한 대처와 시설(이나 단체)과 협의 등은 부모들이 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원봉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물론 전체 부모들의 참여가 아닌 참여할 수 있는 소수 부모들이 참여지만, 그들의 노력이 있어 가능하다. 

 

미래를 꿈꾸다
 2년 전에 ‘계속할 수 있을까?’ 했던 걱정은 이제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보아 온 학생들의 열정으로 자원봉사가 말 그대로 스스로 원하는 봉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우리 부모의 몫은 무엇일까? 내 아이가 졸업하니 이제 봉사가 끝난 것이 아니다. 내 아이의 열정을 물려받은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과 더 많은 곳에서 봉사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부모들의 역할이다. 시청 청소년과에 김범수 간사님께 찾아가 설명하고 지원을 받는 것, 학교와 시설 관계자들을 찾아가 협의하는 것, 봉사단체로 등록하는 것, 그 외에도 많은 일들이 학업을 하는 학생들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미래를 위해서 달려가는 학생들이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부모들의 역할이 아닐까! 이것은 치맛바람도 바짓바람도 아니다. 꿈꾸는 아이를 통해 미래를 보는 어른들의 즐거운 자원봉사이다.
     

                                                                                         박정희 (한국조리과학고 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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