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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55호 술과 이웃, 토론과 배움이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집 민중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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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5-26 17:45 조회1,0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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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이웃, 토론과 배움이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집 민중의집
 <편집자 주>가까운 주민들이 함께 모여 지역 문제는 물론 일상 삶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재능을 기부하기도 하면서, 노동자 민중이 시대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민중의집을 찾아보았습니다.

 한국에, 아니 서울에는 ‘민중의집’이 3곳이 있다. 5년 전에 만들어진 마포 민중의집부터 시작하여, 3년 전에는 중랑에 2호점이, 그리고 1년 전에는 구로에 3호점이 만들어졌다. 같은 이름으로 만들어진 3곳의 민중의집은 같은 꿈을 가지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필요로 한 것’이 모이고 모여 ‘서로가 할 수 있는 일’과 ‘서로에게 필요로 한 것’이 되고, 이를 교류하는 곳이 바로, 민중의집이다. 여기에 더해, 생활의 영역에서 노동의 가치를 실천하며, ‘지역 주민’이자 ‘비정규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이는 지역 거점이 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민중의집은 사실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50년 전에 유럽 각지에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3곳의 민중의집도 유럽의 민중의집의 지향점에 동의하여 만들어졌다.

유럽 각지에 건설된 민중의집, 노동자들을 주체로 만드는 민중의 집

 한국에 최초로 도입하였고, 5년간 운영한 정경섭 공동대표가 최근 유럽 각지의 민중의집을 견학하고 책으로 발간했다. 정경섭 대표의 ‘민중의집’ 책자를 통해 민중의집이 무엇인지, 민중의집이 지향하는 바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탈리아 민중의집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에서 임금노동자, 소작농, 주변부노동자, 주부 등 곳곳에 피폐하게 흩어져 있던 ‘일하는 자’들이 물질적·상징적으로 결집하는 공간(18p)”이었다고 한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 최소 1천 5백 개가 이탈리아 전역에 퍼져 있었다고 한다. 현재도 피렌체, 볼노랴, 밀라노 등에 민중의집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스웨덴 민중의 집은 1890년대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갔으며 “스웨덴 사민당과 노총의 성장 기반이었고, 정당운동과 노동운동의 긴밀한 결합의 상징이었다(27P)”고저자는 전한다. 스웨덴에는 현재 전국에 530여개의 민중의 집이 운영되고 있다. 스페인은 한 때 전국에 900여개의 민중의 집이 있었다는데, 가장 대표적인 민중의 집인 마드리드 민중의 집은 “1908년 새로 문을 연 이후 꾸준히 성장하여 1930년대 초반에는 회원이 무려 10만 명에 달했다(31P)”고 합니다. 이외에도 유럽 각지에 다양한 형태들의 민중의집이 운영되고 있다.

공동체, 같이 놀고먹는 것이 시작

 민중의집이 어떤 의미를 지닌 공간이었는지 마가렛 콘 교수가 설명하는 내용에 따르면, “이 시기 노동자들은 오로지 도구적 가치에 의해 생산과정에 투입된 말 그대로 ‘객체’였지만, 민중의 집이나 협동조합에서 노동자들은 ‘주체’, 대안적 세계를 함께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45p)”고 한다.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는 민중의집이라,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스웨덴 민중의 집의 핵심은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차별을 받지 않고 문화를 향유하는 연대의 정신(28p)”에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필수적인 건 ‘지역사회 구성원의 의사소통 능력과 상호 이해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역사회 구성원의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고 상호 이해를 강화하기 위해서 해야 될 일은 무엇일까. 우선 만나야 한다. 만나서 함께 먹고, 마시고, 놀아야 한다. 만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이야기,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생겼을 편견, 만나기 전에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동류의식은 죄다 만나야 알게 되고, 나야 사라지고, 만나야 생겨난다.

 저자는 공동체의 시작은 “놀이와 밥(375p)”이어야 한다는 말로 이를 설명한다. 만나서 함께 나누는 ‘놀이와 밥’ 속에서 구성원들의 상호이해는 높아지고 의사소통 능력은 강화된다. 그게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혹은 그 누구든.

 유럽 민중의 집 활동가들은 지역에서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 일단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연구하는데, “먹고 마실 수 있는 곳을 마련하는 것은 기본이고,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집이나 사무실보다 더 쾌적하고 우아한 공간을 창출(357p)”해 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노동자들과 주민이 아무 때나 올 수 있는 공간, 마음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 쾌적한 공간, 그런 공간이 한국에는 얼마나 있을까? 한국사회에서는 집 말고는 모든 것이 돈을 내야 머무를 수 있는 곳이다.  돈이 매개가 되지 않고, 노동자들과 주민들이 편하게 와서 놀고먹는 곳이 바로 민중의집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시작이다.

 “결국 민중의 집이란 공간은 누구나 올라와 원하는 것을 펼칠 수 있는 열린 무대 같은 곳이다.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고 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시작되는 무대. 민중의집에서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은 성별, 세대, 인종, 계층 간에 간극을 넘어 서로 연결된 깊은 관계망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272쪽)”

사람과 공간으로부터 시작된 민중의집. 정치와 일상이 만나는 곳, 노동조합과 생협이 만나는 곳, 놀이와 밥이 만나는 곳, 어른과 아이가 만나는 곳, 너와 내가 만나는 곳. 그곳이 바로 민중의집이다. 그리고, 한국에는 지금 비록 3곳 밖에 되지 않지만 민중의집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 박은희 (구로 민중의집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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