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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49호 민주적 절차는 학생인권을 보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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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01 16:37 조회7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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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절차는 학생인권을 보장할 수 있을까?
 작년에 선사고가 개교되기 전에 학생생활규정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에 서울, 지방, 특목고, 자사고, 인문계고, 예술고, 전문계고, 남학교, 여학교, 남녀공학 등을 망라해 전국 30여개 학생선도(생활)규정을 살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정말 놀란 것은 어쩌면 거의 모든 학교가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할까? 두발,화장, 피어싱...... 용의복장에서 흡연, 절도, 폭력 등 일탈행위는 물론 양심, 표현,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 제한, 학생의 자주적 활동에 대한 제한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수십 가지 금지조항들이 열거되어 있었다. 이 규정들에 모든 학생을 끼워 맞춘다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개성없고 영혼없는 제품과 유사해질 지경이었다. 20세기 과거세대들의 21세기 미래세대에 대한 폭력이라고 하면 과언일까?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규정의 단순화와 교육 3주체의 민주적 합의였다.

규정의 단순화는 ‘학교 공동체의 건강하고 안전한 유지’를 위한 타율규정에서 출발했다. 개인행동이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줄 때 공동체 구성원들이 다양한 제제수단을 통해 강제적으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듯이 학교라는 공간이 마음껏 자유를구가하는 곳이 아니라 공동체적 규율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서 각 주체들의 의견을 물었고 그것이 이른바 ‘8조법금’으로 정리되었다. 이 타율규정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비타협적 일률적으로 단호하고 일관되게 적용하였는데, ‘흡연, 폭력, 성폭력, 수업방해 행위, 절도, 부정행위, 무단출결,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대한 불응’이 그것이다.

자율규정인 ‘3주체 공동체 생활협약’은 민주적 합의과정을 중시했고, 학생인권과 배치되는 내용은 토론과정에서 격론 끝에 배제되었다. 이 규정은 각 주체간에 이견이 존재했기 때문에 조정과 합의과정이 무척이나 길었고, 특히 학부모와 학생들의 생각차이는 20세기와 21세기 차이만큼이나 컸다. 어른들인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들에게 권력집단으로서 수직적 위계질서 속에서 학생들을 타율적으로 통제, 제재, 지시해야만 된다는 우월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규제할 수 있는 약속을 정하고, 학생들도 자신들의 약속을 정하여 자신을 반성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학생들에게는 ‘자율’을 기성세대에게는 ‘책임’을 강조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교과부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공표되자 “학생의 두발, 복장 등에 대해서 학교구성원들의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학칙으로 제한”하도록 시행령을 바꾸었다. ‘학교 구성원, 민주적 절차’만 보면 상당히 합리적인 시행령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꼼수다. 현재 학생회에 자율적 권한을 부여하면서, 학부모와 교사들과 대등한 권력관계를 누리는 학교가 몇 개나 되는가? 대등하지 않은 집단 간의 약속은 민주적 절차를 위장한 독재나 마찬가지이다. 20세기 통제적 과거세대에 머물고 있는 교과부는 학생인권이 꽃피고 있는 선사고를 방문하기 바란다. 재기발랄하고 창조적이고 웃음이 넘치고 서로를 신뢰하는 진정한 21세기 학교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권재호 (선사고등학교 인권상담부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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