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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37호 샨티의 탄생과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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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02 17:37 조회8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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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의 탄생
 “샨티학교”는 국제 NGO ‘생명누리공동체’의 인도 힌두푸르지부에 찾아온 한국의 탈학교 청소년들에게 자유로운 교육과 생명누리의 다양한 사업을 경험하게 했던 ‘샨티스쿨’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낯선 땅 인도와 네팔에서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직접 보게 하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며, 한국에서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계기였다. 다만 청소년 해외체험 프로그램인 샨티스쿨이나 ‘지구촌인디고청소년여행학교’가 1년과정 또는 50-100일간인 여행이 끝이라서 한계가 있다. 더 나은 교육적 효과를 위해서 여행학교의 교훈을 국내에 돌아와서도 이어갈 수 있는 지속성을 유지해 달라는 요구와 필요성에 응답하여 생명누리에서는 한국에서 안정적인 대안학교를 만들기로 하였다. 2010년 5월부터 준비모임을 꾸리고 홍보와 설명회와 학생모집을 거쳐 2011년 3월에 개교하였다.
 샨티학교를 탄생시킨 두 단체는 생명누리와 상주환경농업협회. 생명누리는 이미 수년간 샨티스쿨과 청소년여행학교를 진행하면서 많은 청소년들과 교류하며 그들을 회원과 후원자로 확보하고 있었다. 환경농업협회는 상주시 외서면에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도시와 농촌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농사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었다. 학교를 세울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을 가지고 있는 환경농업협회와 청소년들의 여행학교를 운영해온 노하우를가진 생명누리의 만남으로 샨티학교는 문을 열 수 있었다.

샨티의 지향과 형태
 샨티의 중심가치관은 생명 사랑 평화. 또한 샨티는 국내외 많은 대안학교의 공통된 가치관을 고유한다. 스스로 살아가는 길을 찾는 자립,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협동, 스스로 규율을 만들어가는 자율, 생태적인 삶의 방식, 자기주도학습 등. 다만, 여기에 여행학교의 교훈을 반영하여 세계를 학습의 현장으로 삼는 학습현장의 확대, 경계를 넘어선 사랑의 실천, 낯선 나라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교류라는 샨티학교만의 덕목이 더해진다. 학교는 비인가 기숙형 대안학교이며, 중고연계형 6년 과정이다. 1년은 3학기로 구성되며 그 중에 한 학기가 해외이동수업으로 진행된다.
 학교운영원칙은 항상 학생을 가장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
 하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이다. 성과나 결과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과 그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 더 관심을 가진다. 따라서 학생들의 의사결정과정에 교사가 특정방향으로 의도하거나 개입하지 않고 스스로 민주적인 훈련을 해가는 방식을 취한다.
 둘. 통합적인 학습(통섭通涉 Consilience)을 지향하는 교육이다. 갈수록 세분화되는 학문영역과 특정분야의 기능만을 익히는 학습은 현실 적합성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대처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관심도 떨어진다. 학문과 과목의경계를 넘어서는 학습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전체의 총체적인 모습을 함께 알아가는 교육을 지향한다.
 셋.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이다. 자기주도학습의 출발은 학생의 자기결정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다만 학생들이 자기결정을 제대로 하기위해서는 먼저 학생-교사-학부모 간의 원활한 소통과 바른 가치관 학습이 필요하므로 정기적 교육시간을 가지고 있다.
 넷. 의사결정에서 전체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교육이다. 모든 의사결정에서 전원합의를 끌어 낼 수는 없지만 충분한 의견개진을 마다하지 않고, 상대방의 진의를 이해하고 동의한다면 자신의 의견을 스스로 취하하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한다. 아직 부족하지만 대화학습과 느낌나누기와 샨티대화 시간 등을 통해 연습하고 있다.

샨티의 한 학기
 여기에 모인 학생들은 연령대도 중1에서부터 고2까지 다양하지만 출신지역, 종교, 성격, 대안학교를 선택한 계기, 관심사 등 어느 것 하나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단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일반 제도권학교를 거부했다는 것. 그래서 일반학교의 운영원리를 따를 수는 없다. 지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깨우치도록, 일방적인 규칙의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 약속을 정하도록, 획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 보다 표현하는 것에 더 강조점을 두었다.
 수업과 활동도 아침기상과 국선도, 생명농업 등 필수사항 이외에는 모두 선택과 자율에 맡겼다. 결과는 고난의 행군.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는 자율의 경계를 넘어서고, 수업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은 수업시간을 썰렁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자율권과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시간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의심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금씩 아이들의 행동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지난한 회의와 대화를 거치면서 학교생활에 대한 약속이 생겨나며 그것을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느낌나무’에서 표현하면서 서로 친해지고, 서툴게나마 각자의 역사와 꿈을 ‘별걸 다하네’ 시간에 발표하면서 서로를 알아갔다. ‘생명농업’ 시간이면 항상 장난과 딴짓으로 일관하던 아이들이 이제 제법 의젓한 농사꾼처럼 보인다. 교사의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은 아이들의 마음에도 전달되기 마련이다.

샨티의 실험은 여전히 진행형
 그럼에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긴 호흡으로 집중해야 할 수업시간은 항상 인기가 없고 그나마 수업에 참여하고도 졸거나 딴짓하기로 흐르고, 토론식 수업은 준비부족과 표현력 부족으로 썰렁하기 일쑤다. 취침시간에는 자기 싫고 아침에는 일어나기 싫고, 어지럽힌 뒷정리도 부족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너무 조급해진다면 일을 그르치게 될 것이다. 가정과 학교와 친구들에 대한 어두운 그늘과 분노를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 이제 밝아져 가고 있으며, 얼굴 마주치기도 힘들어 하고 말도 적었던 아이들이 이제는 교사들과도 신나는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얼굴에서 신나는 표정을 느낄 수 있고, 그렇게 집에 가고 싶어 하던 아이들의 입에서 학교가 좋다는 말이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희망이다.
- 정호진 (교장) / 채수영 (대표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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