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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43호 난장이는 어떻게 거인을 어깨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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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01 17:21 조회7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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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는 어떻게 거인을 어깨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 축제를 통해 성장하는 학교-
  백짓장도 맞들어야 하고 사람이 여럿 모이면 소도 잡는다고 한다. ‘축제’ 특히 성장과정을 극심하게 겪는 중학생들의 축제는 난장이들이 모여서 거인을 만들어내는 그런 날이 아닐까? 우리학교에서 축제는 덤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일이다. 준비하는 과정까지도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신종플루가 단체 행사를 모두 취소시켜버린 까닭에 2010년, 2년 만의 학교 축제를 준비하면서부터다.

1. 학생들이 직접 구성한 동아리의 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말을 모두 하고 있다. 우리학교 축제 담당부서에서는 진심으로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중요시한다. 하루 반짝 무언가를 보여주는 날이 아니라 많은 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여하여 3월부터 준비하는 그 과정을 마무리하는 날이 바로 축제일이다.
 ‘어울마당’에서는 지휘체계나 방송도 없이 학생들이 40개의 체험부스를 열고 호객(?)행위를 하며, 삼삼오오 모여서 다양한 부스 체험을 한다. 어울마당의 씨앗은 3월에 학생들 자신의 희망에 따라 직접 구성한 동아리에서 시작된다. 우리학교 소중한 전통 중 하나가 학년 초에 2학년이나 3학년 중에서 동아리를 구성하고 싶은 학생들이 모여 곳곳에 광고를 하고 선생님을 섭외하여 동아리를 구성하는 것이다. (때로 선생님들이 주도적으로 구성하는 동아리도 있다.) 스스로 찾아가서 가입한 동아리, 함께하고 싶은 친구들과 만든 동아리다. 힙합반, 만화그리기반 등 몇몇 활동적인 동아리는 교사보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스스로 배워나가기도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스스로 운영해가는 것이라는 점을 교사와 학생이 공유한다. 함께 계획을 세우고, 의견을 나누고, 물품을 사고, 준비물을 가져오고 이 모든 일을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 해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한일이다.
 공연마당에서 실내악 연주를 한 오케스트라반 소그룹 학생들의 경우, 스스로 공연마당에 참가하기로 한 후, 무대 공연을 앞두고 그야말로 맹연습을 한다. 평일에도 7시에 모여 연습하는가 하면 주말 내내 저녁 늦게까지 음악실 불을 밝히는 투혼을 보인다. Libertango와 캐리비안의 해적이라는 두 곡을 완성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열기를 지켜보다가 공연무대에서 혼신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가슴 벅찬 감동이다.
  2학년 미술시간에는 축제 안내 포스터를 수업과정으로 만들어 교내 곳곳에 붙인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표현된 포스터가 전교에 알록달록 붙어서 분위기를 띄우고, 그 중 한 포스터로 축제리플렛을 만든다. 수업이 축제로 연결되는 일, 학생들 모두가 축제의 주인이 되는 소중한 과정이다.

2. 학교와 교사의 지원 - 여유 갖고 지켜봐주기
 올해 축제에서는 특히 학급별로 제작한 UCC가 큰 호응을 얻었다. 학급회의에서 주제를 정하고 역할분담을 한다. UCC는 교사보다 학생들이 더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 여러 학급이 늦도록 남아 학교를 어지럽힌다(?). 우루루 복도를 뛰어다니는가 하면 간식을 먹는 등 그저 노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를 지켜봐주고 위험하지 않도록 조언해주고 조금 더 빨리 진행하도록 격려하는 일이 학교와 교사가 해준 일이다. 교사들의 입장은 훌륭한 작품을 얻는 것보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하여 학생들끼리 모이고 부딪치고 좌절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이상으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작품들로 나타난다. 많이 아픈 친구를 위한 격려의 영상편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준비한 작품, 작년의 실력을 뛰어넘는 구성과 연기 그리고 편집까지.
 기말고사 이후 진행된 축제였기에, 3학년들은 좀 더 여유가 있었다. 한 학생이 담당교사를 찾아와 “여러 반 아이들과 함께 연극을 무대에 올려보고 싶다”고 제안하였다. 몇 번 논의한 후 동영상이 좀 더 집중과 호응이 쉽다는 판단을 내렸다.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장소를 찾고 참가할 배우 교사를 섭외하는 일이 모두 학생 몫이다. 중간에 시련에 부딪치자 담당교사는 “축제가 끝난 후 시간 여유를 갖고 완성해보는 방법도 있어.”라고 충고했지만 학생들은 강한 의지로 축제 2일전 촬영을 마치고, 축제 전날 겨우 편집을 해냈다. <진정한 용사>라는 수련회 날 밤을 소재로 한 사실적이고 코믹한 동영상에 학생들은 집중과 호응으로 환대하였다.
 계획한 일이 아니지만 학생들의 제안을 수용하고, 가능한 선까지 지원하며 믿고 기다려주는 일, 학교의 축제 예산을 증액하고 개산급(활동에 필요한 현금을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각 동아리의 어울마당 활동을 지원하는 일 등 행정적 지원과 학교 안의 여유 시공간 덕분에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가능한 여유 시공간은 사실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학교운영에 적극 참여하면서 만들어낸 일이기도 하다.

3.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참여
 어쩌면 올해도 학생들은 체육대회나 축제 때 항상 등장하던 학부모들의 맛있는 떡볶이와 오뎅이 생각났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음식만들기 코너는 엄마들이 주축인 학부모회가 학생들의 행사에서 음식을 만드는 고정된 성역할 관념을 한 번 더 유포하는 일이기도 하고, 학생들도 할 수 있고 좋아하니까 학생들에게 넘기기로 하고, 좀 더 활동적인 학부모부스를 만들기로 하였다. 학부모들은 <나무목걸이
DIY>부스를 통해 학생들과 만났다. 또 올해 신설된 동아리인 <환경생태반>은 상도3동, 4동에서 활동하는 지역사회 단체인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 지렁이로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하는 활동에서 출발한 단체로 우리 학교에서 동아리반 운영, 수업시간 참여(창의적 재량활동), 운영위원회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환경퀴즈를 풀고 친환경 맛강정과 천연림 밤을 만들어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부모가 학교에 참여하는 또 다른 방법은 마을에 뿌리내린 단체를 통해서일 것이다. (이 단체가 진행하는 마을축제에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도우미로 참가하기도 한다.)

4. 교사의 성장
 2년간 동아리활동과 축제를 진행하면서 교사인 나 또한 배우고 성장하였다. 의지만 갖고 처음 맡은 축제를 위해서 나는 학생과 한편이 되어야 했다. 학생들 앞에서 가르치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의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어쩌면 갑과 을이 뒤바뀐 상황이랄까. 무대에 올릴 교사 공연에 학생들이 생님이 되어 가르치고, 학생들이 주인공이 된 공연에 나는 지원책을 강구하고, 동아리회장에게 막중한 임무를 전달하고 협조를 구하는 일을 하였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축제를 위해서 진행자인 나는 기꺼이 을의 위치에 서고자 했다. 학생들이 성공과 실패과정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뿌듯한 경험을 하였다. 내가 바라는 수업 또한 학생이 주인공인 소박한 축제의 모습이다. 교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무대의 전면에 등장하고, 교사인 나는 암암리에 활약하는 모습을 꿈꾼다.
- 이민재(장승중 교사) cruxmj@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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