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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31호 물빛 닮은 아이들의 행복을 찾아서 양평 수입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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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10 16:59 조회9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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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초등학교는 양평 양수리에서 북한강을 따라 자가용으로 가다보면 20여 분 걸리는 강 옆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작은 벽지학교이다. 작년 2학기 초만 하여도 60명이 채 되지 않은 학 생 수에 언제 통폐합되어 폐교가 될지 모르는 매우 불안한 학교였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어떻게든 학교를 유지하기 위하여 본교에 입학한 학생에 대하여 상당수의 장학금을 지급하면서까지 학생 유치에 노력하였지만 그해 신입생은 5명뿐이었다. 현 재 학교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도 이웃학교로 다니는 집에 찾아가 갖은 방법으로 설득도 해 보았지만 단 1명의 학생을 늘리는데도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급기야 교사들 사이에서도 복식 수업 또는 통폐합에 대한 불안한 마음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학교 홍보에 저마다 매진하기로 하였다. 한 분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학교 교육활동 모습을 올리고, 다른 분은 학생 수가 증 가하고 있다는 이웃학교의 사례를 알아보도록 하였으며, 또 다 른 분은 친인척을 설득하여 우리 학교로 전학시키도록 설득하겠다는 선생님도 계셨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으며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학교가 변해야 한다’, ‘교육과정이 변해야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게 되었다. 그해 11월, 우리 학교는 학부모 대상으로 ‘2010학년도 교육과정 설명회’를 하게 되었는데 대성공을 거두었다. 본교 학부모의 4배가 넘는 인원 이 참석하여 그 어느 때도 본적이 없는 진지하고 열정이 넘치 는 분위기였다. 채 한 달도 못되어 30명이 넘는 학생이 전입하게 되었다. 

우리 학교의 많은 학생들은 학교에 오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 고 거침없이 말한다. 한 학부모는 일요일인데도 아이가 학교에 가자고 하도 떼를 써 30분이나 차를 타고 학교에 와서 놀아주었다는 경험담도 들었다.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그냥 재 밌어서요’라고 간단히 말하지만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보 면, 작년에는 눈보라가 휘날리는 그런 날씨에도 구령대에 모여 팽이를 돌리는 아이들로 시끌벅적이었고, 요즈음 추운날씨인 데도 운동장 곳곳에 모여 옹기종기 놀거나 축구, 민속놀이 등을 하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교사들은 저렇게 놀다가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 걱정할 뿐이다.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하는 학생은 알아보지 못했지만 수업활동 또한 ‘그냥 재밌어요’라고 말한다. 일반학교와는 다 르게 80분 단위의 교육과정 시간운영을 해 저학년 학생들의 발달단계에는 맞지 않다는 비평도 있지만 아이들은 잘 적응하고 지루해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담임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물론 교사 중심수업으로 이끌어 간다면 많이 힘들어 하겠지만……. 

올 3월 혁신학교 지정으로 전입 문의가 쇄도하였으나 슬기롭게 잘 해결해 나갔으며, 덕분에 지원예산으로 그동안 학부형 눈 치 보며 어려워했던 많은 체험학습을 경험하게 되었다. 전교생 이 함께 체험한 서해안으로의 바다학교, 배 멀미로 힘들었던 울릉도·독도 탐방, 별자리 체험 활동, 학년 교육과정과 연계한 학년단위 체험활동 등은 공부는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일깨워주었을 것이다. 새로운 교육환경의 변화로 나라 전체가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90년 초에 불었던 열린교육처럼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그런 악풍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또한 교육청 주관의 혁신학교 연수, 지정만 되면 혁신학교가 되어버린 변화의 틀 안에서는 모두가 바라는 참 교육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우리 학교도 혁신학교를 추진하 면서 많은 논쟁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기까지 온 느낌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신나고 행복한 학교가 되지 않을까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것은 학생들을 생각하고, 교육을 얘기 하고, 학교시스템을 걱정하는 동료교사들의 열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처럼 신선한 바람으로 다가오는 혁신학교에 대한 희망이 진정한 우리 교육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김흥식(수입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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