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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 280호 수학능력시험제도, 개편해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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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7-08 17:42 조회1,0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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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능력시험(수능) 본래의 취지에 맞는가


교육부는 1994년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도입하면서 “학력고사가 각 교과별로 평가하는 것과 달리 통합교과적으로 소재를 활용하여 출제하고 고도의 정신능력을 측정함으로써 중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능시험으로 인한 중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는커녕 누가누가 잘하나 경쟁에 매몰되어 심각한 교육문제를 낳고 있다. 대입에서 수능시험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보니, 고등학교 3년은 수능만을 바라보고 문제풀이에만 열중하게 되었다. 수능에 필요 없는 과목은 홀대를 당하고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수능을 위한 사교육 시장은 날로 번성하고 학부모들은 경쟁적으로 사교육에 의존하여 경제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중등교육을 정상화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수능 중압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수능시험을 대학에 가서 공부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자격고사로 개혁해야할 필요가 있다.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문제풀이다. 누가 더 문제를 많이 접하고 풀어봤느냐에 따라 성적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 수능시험 문제가 고도의 정신 능력을 측정한다고 보기 어렵다. 수험생의 사고력을 측정하려면 수험생이 자기의 생각을 글로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능은 한 문제를 맞고 틀리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아이들도 한 문제 더 맞기에 열중할 수밖에 없다. 대학에 가면 공부하는 방식이 고등학교 때와 달라진다.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글로 쓰고 조별로 협동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러한 기본능력이 안 되면 학문을 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수능은 대학수학능력을 판단하는 시험이 아니다. 

 

수능과목만 공부하는 기형적 양상 

 

대학입학에서 학생부, 수능, 논술 중에서 결정적인 요소는 수능이다. 수능 비중이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수능시험 위주로 문제풀이식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수능 시험 과목간의 불일치도 심각한 문제다. 현행 수능 체제는 선택 중심 교육과정의 취지를 반영해 수험생이 진로를 고려하여 영역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된 2005학년도부터 선택형 수능시험으로 변경되었다. 선택형 수능시험은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는 공통으로 하고,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및 직업탐구로 치러져 고등학교에서도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의 중심이 되는 국어, 영어, 수학 교과목의 비중이 늘어나고 사회 및 과학 교과목의 비중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정광희, 『고교-대학 연계를 위한 대입전형 연구(Ⅷ)』 중에서)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교과목 중 대학에서 공부하는데 기본 교양이 되는 과목은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대로 배우지 않고 있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취지에 역행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수험생의 시험압박감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탐구과목 선택도 2과목으로 줄여 국어, 영어, 수학의 비중은 날로 늘어 가는데 비해 다른 교과목은 정상적으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균형적인 공부가 어려워지고 있다. 

 

EBS 연계해 사교육 줄이겠다는 정부 

 

교육부는 날로 치솟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EBS 수능방송과 수능시험 연계율 70%를 대책으로 내놨다. EBS는 수능방송을 하면서 방송용 교재를 발행하고 있는데 수능준비를 하는 고등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수업시간에 EBS 교재를 사용한다. 2014년 김회선 의원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전국1,807곳의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정규수업 시간에 EBS 교재를 사용하는 곳은 1,165개(64.5%)로 나타났다. 광주는 88.9%, 부산 80%, 대전 76%, 서울 74.9%, 대구 74%, 경북 73.2%, 경기 70.4%, 전북 64.1%였다. (2014.10.21. SBS)


수능시험 출제를 맡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시험에 EBS 교재와 강의를 70% 연계한다고 시험을 치를 때마다 말하고 있다. 전국의 수험생들이 EBS 교재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진후 의원실 자료(2013년)에 의하면, 2012년 고등학생 1명이 구입한 EBS 교재는 최소 8.7권이며, 수능연계 과목 교재를 모두 포함하면 63권에 419,300원이라고 한다. 정 의원이 분석한 EBS 결산자료(2013년)를 보면, 전국 전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독점적으로 판매해 온 EBS 교재 수입으로 2012년 한 해만 1,126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며, 제작 출판사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830억원의 수익을 냈고 순이익만 194억원에 달하며, 2010년에는 244억원, 2011년에는 251억원의 순이익을 남겨 3년간 69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여 매출대비 30%에 달하는 폭리를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교육비를 절감한다며 정부가 내놓은 EBS 수능방송과 교재 판매는 수험생을 이용하여 공공방송의 재정적자를 메우는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수능제도의 개편 방향은? 

 

학교는 국가에서 정해놓은 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교과서를 중심에 놓고 학습이 이루어진다. 교사가 교과서를 매개로 다양한 수업방식을 고안해내고 실험을 하고 싶어도 수능이라는 거대한 현실의 벽이 문제풀이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다. 가장 심각한문제는 수업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없다는 점이다. 시험에 나오는 것이 아니면 배우려고 하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늘어갈수록 열정을 가진 교사도 시험에 나오는 것 위주로 수업해나가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수능은 누가 어려운 문제를 잘 푸느냐를 변별해내는 시험이 아니어야 한다. 학생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목표로 한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어려운 문제를 풀었느냐로 인생이 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 배우는 것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고등학교에서 점수의 노예가 되어 삶을 비관하게 해서는 안 된다.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통해 자신의 삶과 미래, 타인과의 관계, 사회에 대한 고민
을 하고 토론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하도록 수능제도는 변화해야 한다. 

수능 자격고사는 현재와 같이 시험을 보는 방식을 하루아침에 폐기할 수 없기 때문에 시험은 보되 시험의 수준과 성격을 바꾸자는 것이다. 시험의 수준은 변별해내는 것보다는 이해하고 있는가에 맞춰
져야 한다.


수능 변화에 따른 교육과정의 변화가 너무 잦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교육과정을 단단하게 못 박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수능시험은 정치적으로 좌지우지되어 왔다. 수능이 더 이상 정치적인 거래나 타협의 산물이 되지 않도록 초·중등교육이 추구해야할 가치를 담은 교육과정을 새로이 만들 필요가 있다. 수능이 자격고사로 성격이 변한다면 교육과정이 자주 변화해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학생들이 꼭 배워야할 기본 과목과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익히는 과목, 예술과 체육 과목을 중심에 놓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야한다. 일각에서 제안한 ‘국가 교육과정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박이선 (본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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