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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44호 당신을 기억한다.당신을 지지한다.당신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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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7-25 15:51 조회8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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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주위를 감싸는 공기가 때론 따뜻하고 때론 쌀쌀한 느낌입니다. 아직 해고자 신분으로 복직을 요구하는 남편들의 ‘희망텐트’ 농성은 계속되고, 세상은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으로 시끌시끌하지만 두 달 전 문을 연 심리치유공간 ‘와락’에 모이는 사랑과 관심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아빠가 쌍용차에서 해고되었습니다.수영이 반엔 아빠가 쌍용차에 다니는 친구가 3명이나 됩니다. 쉬는 시간이면 빛의 속도로 매점으로 달려가 함께 떡볶이를 사먹고, 좋아하는 노래파일을 주고받는 친한 친구들이죠. 아빠는2년 전, 갑작스런 해고는 부당하다며 공장안에서 77일을 버티며 해고반대를 외쳤습니다. 해고되지 않은 친구들 아빠는 이러다 회사 망한다며 파업을 반대했습니다. 괜히 어색하고 서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집안분위기는 안 좋아졌고 엄마도 힘들어했습니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갑자기 “아빠가 쌍용차에 다니는 사람?” 다른 친구들이 손을 들지 않기에 수영이도 가만히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없어?” 하시더니 느닷없이 “저만 살자고 저렇게 공장안에서 버티는 저 사람들 빨갱이들이다.” ‘헉!’ 수영이는 가뜩이나 이래저래 걱정스런 나날에 보태진선생님 말씀에 고개가 푹 꺾였습니다. 아빠한테도 화가 나고 친구들한테도 서운하고 선생님도미워집니다. 그렇게 수영이는 자기 방속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빠는 해고의 억울함을 누를 길이 없고 엄마는 갑작스런 경제적 어려움이 버겁습니다. 아이를 마음 푸근히 보듬을 여유가 없습니다.
이것이 2009년 쌍용차대량해고 사태이후 해고자 가정의 모습입니다.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선택을 하거나 정신과병동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거나 가족이 해체되는 상황에 놓인 가족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들은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와 같습니다. 긴급하게 심리치료와 정서적,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와락센터는 그래서 만들어졌습니다.
한 달에 한 명씩 자살이 연쇄적으로 계속되던올 초, 정신과전문의 정혜신선생님이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 며 조합원들과 그 가족들을찾았습니다. 그 첫날부터 바로 집단상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가지고 수많은 자원활동가들이 주말마다 나타났습니다. 해고노동자가족을 위한 유쾌한 프로젝트는 이렇게 출발했습니다.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적절한 지원과 심리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렇게 존중받는 이가 또 다른 동료를 존중하며서로가 서로에게 치유자가 되는 놀라운 경험을하게 되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 이름이 바로 ‘와락’입니다. 지금 와락에선 주말마다 오전, 오후 조합원과아내를 위한 집단상담이 진행되고, 집단상담이 어려운 분들은 개인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청소년들을 위해 청소년개인상담과 멘토활동도연계합니다. 이 모든 일들이 정신과전문의나 전문상담가들의 재능기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시골마을 잔치처럼 왁자지껄 60~70명이 함께 먹는 ‘치유밥상’을 준비합니다. 정성껏 차린 음식을 함께 나누는 일이 공중분해된 이들의 일상성 회복을 위해 매우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아이들은 2000여권의 책이 있는 도서관에서 혹은 배를 깔고 혹은 누워서 책을 읽고 뛰어놀다가 사과를 먹기도 하고, 초등생아이들은 정서적 안정과 자존감 향상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악기를 배우는 수업을 합니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은 전문놀이치료사의 도움으로 놀이치료를 받습니다.해고자들이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의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도합니다. ‘당신을 기억한다. 당신을 지지한다. 당신은 옳다.’ 는 진심어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얼마 안 되지만 아이들 학용품에서부터 김장김치, 과일, 장갑, 양말......등 와락으로 모여지는마음과 정성을 나눕니다. '세상이 당신을 응원하는 것을 보세요!’흙바닥위에 나무막대기로 꼬물꼬물 와락이라는 글자를 써놓고, 이걸 세우는 일이 가능할까무수히 의심했지만 결국엔 해고의 잔인함을 깊이 나의 문제로 함께 여겨준 많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와락이 가능했습니다. 당장엔 응급상황에 처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가족을 위해 바쁘게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한 노력의 성과로 노동현장에서의 문제로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비정규직노동자가 900만이 넘는 시대! 계약직노동자가 넘쳐나는 나라!
해고가 일상다반사인 현실! 건강하고 좋은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린 시절!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 해고 노동자....... 이런 이들의 헤
집어진 마음은 물론 그 가족과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안아주는 엄마 같은 와락으로 커 갈 것입니다.한해를 마감하며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시위자’를 꼽았다하죠? 이를 선정한 릭 스텐젤 타임 편집장은 "어디든 사람들은 분개했고 요구했다. 그들은 최루가스와 발포가 이뤄지더라도 절망하지 않았고 개인의 행동이 집단적이고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을 그대로 구현했다."고 말했습니다. 와락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통해 똑같진 않지만 절망하지 않고 실천하는 개인들의 행동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기적을 보았습니다. 이제 와락 안에서 꿈꾸고 행복하며 세상 곳곳 작은 이들의 많은 기적이 이뤄지도록 부지런히 커 갈 것입니다.

권지영 (와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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