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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31호 체벌 금지 이후 아이들은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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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10 17:13 조회7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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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금지 이후 아이들은 행복한가!


​지난 11월 1일 서울 지역의전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체벌이 금지되었다. 학교 생활규정 중에 체벌에 관한 항목이 사라지고 대신에 성찰학교와 상벌점제 운영을 중심으로 하는 대안이 자리 잡게 되었다. 체벌 금지로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생활지도가 어렵다는 현장의 반응이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도배를 하였지만 이 조치로 인하여 학교가 무너지거나 교권이 근본적으로 위협받는 일들은 실제 벌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교육청의 지시에 의한 행정조치의 효력으로 교사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지니고 다니던 ‘사랑의 매’가 많이 사라진 대신에 학생부와 상담실에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경우가 늘어나게 되었다.

진보 교육감을 표방하면서 체벌 금지 조치를 상명하달 식으로 추진하는 방식에 대한 곱지 않은 여론과 철저한 준비 없이 졸속적으로 추진하였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체벌에 의존하는 교육이 아닌 교사와 학생의 인격적 만남에 의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방향은 이 과정에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체벌 없는 교육이라는 혁명적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갖추어야 할 대목들이 적지않다. 성찰교실을 만들어 놓고 담당할 인력도 갖추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부랴부랴 211개 학교에 전문상담원이 채용되었다. 하지만 서울 전체 학교의 30% 정도가 기존의 WEE CLASS(상담실)와 성찰교실에 상담교사나 전문 상담원이 배치된 수준이고 실제 성찰교실을 만들 여력이 없는 학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체벌이 교육 활동에 필요악이라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과대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학생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교사가 안내자와 조력자가 되는 교육이 이루어질 때, 교사의 일방적 강의식 수업과 일탈하는 학생들을 체벌로 통제하는 방식이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벌 없는 교육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 여건 개선과 함께 교사와 학부모의 학생관이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학생들을 자신들이 설정해 놓은 모범적인 태도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높은 편이다. 테두리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경우에 받아들이기 어렵고 통제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성장 과정에서 자신들의 욕구와 특성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잠재력을 발현하게 된다. 교사가 자신의 역할을 학생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안내하고 도와주는 것으로 자리매김 할 경우 체벌 대신
학생에게 맞는 교육 방법과 내용을 고민하고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강의식 수업’과 ‘협력 학습 수업’은 형태의 차이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생의 관계 정립 자체를 달리하는것이다. 체벌을 먼 나라의 전설처럼 여기는 핀란드는 이러한 방식의 교육이 정착되어 있다.

또한 진정으로 체벌 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체벌 금지 이후 학생들은 과연 행복한 교육을 받고 있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학교와 교실에서 더욱 빈번해지고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금품 갈취 등 학생들 사이에서 일상화된 폭력과 왕따, 7시 등교시간에 맞추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밥 한 술 제대로 먹지 못하고 허둥지둥 학교로 향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체벌은 그들이 처한 폭력적인 교육 환경의 한 요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체벌 없는 교육은 학생을 인격체로 섬기는 교육, 학생중심 교육이 실현되기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질 높은 공교육이 이루어지는 진정한 진보 교육시대를 만들기 위한 과제들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이번 체벌 논쟁을 실천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한만중(개포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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