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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31호 요즘 난 수입초등학교 덕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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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10 17:06 조회8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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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좀 있으면 또 겨울방학이지?” 

“어, 왜? 벌써 겨울 방학이 기다려져?” 

“아니 겨울방학하면 학교에 갈 수 없잖아! 우리 학교는 방학 이 없으면 좋겠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초등학생과 할 수 있는 대화였던가? 불과 1년 전만 해도 중·고등학교는 3년이면 졸업인데 왜 초등학교는 6년이나 다녀야 하냐고 빨리 학교 안 다녀도 되는 어른이 되었 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나를 당혹케 하던 아이였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학교와 진한 연애를 하는 아이로 만들었을까? 그 1 년 전 아이는 반 학생 수가 35명이나 되고 전교생이 1500명가량 되는 학교에 억지로 다녀 학교만 다녀왔을 뿐인데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큰 사고 없이 무난히 학교를 다니는 평범한 아이였다. 여느 아이들과 같이 방학을 몹시도 기다리는 ……. 

2009년 11월 21일, 수입초등학교에 전학가 첫 등교를 하던 날 ‘학교를 좋아할까? 괜한 짓을 해서 아이만 더 힘들지 않을 까?’하는 내 부질없는 걱정을 단번에 날려 버릴 요량이었을까? 학교가 끝나자마자 나에게 달려와 안기며 흥분된 어조로 던진 첫 마디가 “엄마! 나무에서 소리가 나. 나무에 청진기를 대고 들어보니까 막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정말 신기해”라는 소리 였다. 전에 다니던 학교 선생님께서는 학년 주임을 맡고 계신터라 너무 바쁘셔서 체육시간에도 교실에서 톰과 제리를 보고 왔다며 이젠 만화영화도 재미없어졌다고 투덜대던 아이였다. 그런데 체육시간도 아닌 수업시간에 밖으로 뛰어나가 나무와 얘기를 하고 왔다며 자기가 직접 지어준 이름을 가진 자기 나 무가 생겼다고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며 어찌나 기쁘던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행이다. 정말 잘했다.’ 계속 혼잣말을 하게 되곤 한다. 때때마다 계절학교며 바다학교, 별자리학교, 선생님 들께서 밤잠을 설치며 준비한 작은 것에도 의미를 담고 소중히 할 줄 아는 아이로 만들어 주는 여러 가지 활동들. 전에 다니 던 학교에서는 별 재주가 없어 발표회 때에도 늘 구경꾼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던 아이가 이젠 거의 모든 프로그램의 주 인공이 되어 무대를 장악하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사고들이 제 일인 듯 해결하려 하고, 참여하려고 하는 적극적인 아이가 되었다. 

바뀐 것은 아이만이 아니다. 학부모 락밴드에 참여하고 있는 남편은 이제야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이처럼 좋아하고, 학교에 작은 일 맡아 하고 있는 나는 ‘세상에 이런 선 생님들이 계시구나!’ 선생님들과 편안한 수다를 즐기며 ‘학교 문 턱이 이렇게 낮았나?’하며 너무 편안한 학교에 어리둥절해 하기도 한다. 

얼마 전 경기도 혁신학교 학부모 간담회에 다녀왔는데 예전에 우리 부부라면 ‘맞아 잘못된 교육을 바로 잡으려면 이런 모임이 꼭 필요해’하며 좌파적 기질을 드러내 흥분을 감추지 못 하고 현 교육체제를 비난하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미주알고주 알’ 말했을 것이다. 그 간담회는 학부모가 제대로 된 자격을 갖 추고 올바른 교육을 만들어 보자는 현 시대에 꼭 필요한 귀한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서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저희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가며 너무 아름다운 합창을 부르고 계신 듯합니다. 왜 꼭 학부모와 선생님이 동등한 자격을 가져야 하죠? 저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 을 너무나 신뢰합니다. 너무나 존경합니다. 어느 때는 늘 고군 분투하시는 선생님들을 뵈면 너무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굳이 제가 도끼눈을 뜨고 바라볼 필요도 없이 스스로의 자리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주고 계십니다. 이 교육현실에 우리 학교 선생님들 같은 분들만 계시면 아마 이런 모임은 필요도 없을 겁니다. 이렇게 배부른 소리를 할 수 있게 해주신 우리 선생 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들 우리 부부를 너무 부러워하는 눈빛이었다. 부부싸움 대부분의 원인이 아이이고 나도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불속에라도 뛰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내 아이의 행복이 너무나 절실하고 중요하다. 

수입초등학교를 다니는 우리 아이에게 아주 가끔 장난스런 질문을 한다. 

“예전 학교로 다시 가면 친구들도 많고 학교도 더 커서 좋지 않을까?” 

그런 질문에 펄쩍펄쩍 뛰며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말라 고 하는 아이를 보며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인하고 자화자찬을 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살짝 도시 냄새가 나는 이곳의 많은 아이들 속에서 내 아이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여름이 지난 지 한참인 지금도 제일 까맣게 얼굴을 그을린 때 묻지 않은 듯 한 시골스런 아이를 찾으면 된다. 그런 행복한 훈장을 가진 아 이를 찾으면 된다. 내 아이 맑은누리는 지금 수입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맑은누리가 웃는다. 맑은누리를 보며 나도 웃고 남편도 웃는다. 우리가족 모두가 웃는다. 

 

최진영(3학년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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