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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공공성 | 290호 교육부가 추진하는 국정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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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8-10 14:33 조회1,1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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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추진하는 국정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

 

교육부는 2015년 10월 12일(월) 오후 2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 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개선 방안을 발표 하였다. 황우여 장관이 발표한 ‘올바른 교과서’가 바 로 그것이며, 이는 ‘국정 교과서’에 대한 반감을 줄 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짜낸 말장난이다.

먼저 행 정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교육부는 지난 9월 23일 발표한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1.  이 교육과정은 학교 급별, 학년별로 다음과 같이 시행한다. 가. 2017년 3월 1일 : 초등학교 1, 2학년 나. 2018 년 3월 1일 :  초등학교 3,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이렇게 해놓고, “집필이 완료된 교과서는 감수 및 현장 적합성 검토(2016년 12월) 등을 거쳐 2017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는 것일까? 답은 자명하다.

박근혜 대 통령에게 퇴임하기 전 큰 선물을 바치려는 것이다.  

이어 역사 교과서를 개선하려는 취지를 발표하였 는데, 첫 번째로 “역사교과서가 검정제 도입 이후 국민을 통합하고,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에 기 초한 건전한 국가관과 균형 있는 역사인식을 기르 는데 기여하지 못한 채 지속적인 이념논쟁과 편향 성 논란을 일으켜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새누리 당에서는 이를 ‘좌편향’이라 하였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 학생들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다”던 가 “북한 관련 서술이 긍정적으로 되어 있다”라고 하면서 색깔 공세를 펴기까지 한다. 정말 그러한 가? 먼저,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점은 현재 고등학 교 1학년 학생들의 한국사 교과서의 교육과정은 이 명박 정권하에서 만들어졌으며, 현 정권하에서 검 정을 통과하였다는 점이다. 이 교과서가 준거로 삼 은 2009년 교육과정의 북한 관련 부분은 다음과 같다.
북한의 변화 과정을 파악하고 남한과 북한 사이에 전개된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이해함으로써 평화 통일을 위한 과제와 방안을 탐색한다.
1960년대 이후 북한은 김일성 중심의 유일 체제가 공고해졌 고, 주체사상이 등장하였다. 군사력 증강을 위한 중공업 육 성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가져왔으나 산업의 불균형을 초래 하여 오늘날 북한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북 한의 주체사상 및 수령 유일 체제의 문제점, 경제 정책의 실 패,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으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으로인해 북한 주민은 인권 억압, 식량 부족 등 정치·경제적으 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면 실제로 어떻게 쓰여 있는지 정부가 가장 좌편향되었다고 말하는 금성출판사의 교과서의 서 술 내용을 보자.
북한 학계에서는 주체사상을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고 인민 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 사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략) 그러나 주체사상은 ‘김일성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 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407페이지)


도대체 교과서의 무슨 내용을 보고 좌편향되었다 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저자들은 교육과정의 집필 기준에 따라 저술했을 따름이다.

그럼 교육과정을 제시한 교육부가 좌편향되었다는 말인가? 참고삼 아 하나만 더 언급하면, 9월에 발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소주제 : 북한의 변화와 남북통일 노력

학습 요소 :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천리마 운동, 7·4 남북 공 동 성명,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남북 기본 합의서, 6·15 남북 공동 선언, 탈북자다음으로, “교과서 집필진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인사로 구성되어 있지 못하며, 그 결과 검정제의 가 장 큰 취지인 ‘다양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으며”, “각 종 사실 오류와 편향성을 바로잡아 올바른 역사관 을 확립하기 위한 교과서를 학교에 보급하기 위하 여” 국정 교과서를 불가피하게 제작할 수밖에 없다 고 발표하였다.

그래서 “역사학계 원로, 현장 교원, 헌법학자, 정치학자, 경제학자, 학부모, 시민단체 인 사 등 구성원을 다양화하여 공정성과 균형성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눈이 있으면 현재 상황을 똑똑히 보자. 지금 대학교수들, 역사학계,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수많은 사람들이 집필 거부 를 선언하였다. 과연 교육부는 어떤 인물들을 섭외 하여 집필진을 꾸릴까. 과연 꾸릴 수는 있을 것인 가.

그리고 그 사람들은 ‘편향’되지 않았을까. 그리 고 대부분 교사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현장 적합성’ 검토가 가능할까.
또한 집필 기간도 너무나 짧다. 1년 만에 후다닥 교과서를 제작하겠다니. 집필 기간이 2년이나 되었 던 현재의 교과서도 교육부는 무려 829건이나 수 정·보완을 지시했다. 얼마나 오류투성이의 교과서 가 나올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게다가 국정 이므로 이를 심의하고 걸러낼 수 있는 기구가 없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현재 초등학교 5학년에서 사용하고 있는 초등 교과서를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몇 가지만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페이지 서술 내용 오류 내용
125쪽 <연표> 1485년 『경국대전』 완성
1485년은 『경국대전』이 시행된 해임. 완성된 해는 의견이 분분함.
181쪽 <문화재 지도> 비사성의 위치
비사성의 위치(다롄)를 엉뚱한 곳에 비정함.
다음으로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 사가 국정 교과서로 발행되면, 하나의 교과서로 공 부하기 때문에 과연 학생들에게 수능 부담이 줄어 들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마지막 국정으 로 발행된 7차 <국사> 교과서와 수능 문제를 분석 해 보았다. 일단은 가장 최근 문제인 2013학년도부 터 2010학년도까지만 검토해 보았다. 지면 관계상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문제를 하나만 제시하면 다음 과 같다.
문제
교과서내용
이 문제는 2010학년도에 시행되었던 <국사> 문 항 중 하나이다. 이 문제의 정답은 ⑤번이다. 교과 서 오른쪽 날개 단에 나와 있는 비변사 구성원에     ‘공조가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아야지만 풀 수 있는 문제이다. 국정 교과서로 공부하는 학생은 날개 단
교육부가 추진하는 국정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
290호 2015.11.05 교육의 공공성을 찾아서
에 나오는 내용까지 낱낱이 다 외워야 한다.
반면, 개정된 이후 검정 교과서에서 출제된 문제 들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이 6종 교과서에 공통 된 부분에서 출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국 정 교과서로 문제가 출제되면 시험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학생들은 역사를 외워야만 하는 암기 과목으로밖에 생각하 지 않을 것이다. 
한편, 현재의 8종 교과서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토론 교재가 된다. 그래서 나는 현재 사용되고 있 는 8종의 교과서 내용 중에 ‘고조선’에 관한 기록을 검토해 보았다. 왜냐하면, ‘고조선’의 실체에 대한 부분은 지금까지도 학계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면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 견하였다.
금성출판사 : 요동 지역에서 한반도 서북부에 집중 분포한 정치 세력들을 통합하여 성립

지학사 : 중국의 랴오허 강 동쪽과 한반도의 대동강 유역 사 이에서 성립

미래엔 : 랴오닝 지방을 중심으로 성장하여 한반도 북부 지 역까지 세력을 확대

교학사 : 초기에 랴오닝 지방을 중심으로 성장하였다가 한반 도 북부 평양 부근으로 이동 7차

<국사> : 요령 지방을 중심으로 성장하여 한반도까지 발전
자. 과연 고조선은 처음 어디에서 건국되었으며, 어디까지 진출하였을까.훌륭한 토론 거리가 아닐까.
교육부는 ‘올바른 교과서’가 “국민통합을 이룩하 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 하였다. 하지만, ‘올바 름’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 또한 자의적인 해석 아닌가. 그리고 이미 정부는 ‘국민통합’을 깨버렸다. 국정 교과서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의 원칙을 훼손시키는 짓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학생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 고 있는지 전달하면서 끝을 맺고자 한다. 실제 우 리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고3학생이 말했다.“쌤, 수능 끝나고 1인 시위를 하려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게 학생들의 마음이며, 국민의 마음이다.

박상필

(서울 화곡고등학교 교사, 전국역사교사연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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