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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 285호 교육의 중립성 위해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소가 웃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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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8-03 15:18 조회1,1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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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에 대해 영주권 문제를 제기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된다 하여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자마자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과 새누리당, 그리고 일부 언론 등 이른바 보수진영에서 기다렸다는 듯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다시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 비약일 뿐만 아니라 선거결과를 부정하는 행위이고, 교육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무책임한 행위이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감직선제 도입에 앞장섰던 교총은 왜 갑자기 입장바꿔 직선제를 폐지하자고 할까?


교육감 선거는 임명제에서 간선제를 거쳐 직선제로 발전해왔다. ‘임명제’와 ‘간선제’의 폐단과 부작용
을 근본적으로 보완하고, 아울러 민주화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2006년 12월, 여야 합의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직선제’가 도입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교육감직선제는 알고 보
면 교총이 앞장서 요구한 제도였다. 교총은 2000년대 초부터 줄곧 교육감직선제 쟁취운동을 펼쳐왔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안양옥 교총 회장은 “헌법 31조 4항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교육감직선제로 인해 학교 현장과 모든 구성원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교육의 중립성을 위해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 훼손을 막기 위해 교육감직선제가 도입됐다는 사실을 망각했거나 권위주의 시대가 그리
워 그 시절로 회귀하자는 주장으로 지나가는 개와 소가 웃을 일이다.


중앙정부와 새누리당은 왜 교육감직선제를 싫어할까?


중앙정부와 새누리당은 틈만 나면 교육자치를 축소하고 일반자치에 종속시키고자 한다. 교육자치를 먹음직스러운 하나의 떡이나 파이로 보는 탐식성이 그들에게서 보인다.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산하 교육자치소위원회는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에 뒤질세라 새누리당도 직선제 폐단을 거론하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도지
사와 교육감 후보를 하나로 묶어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 △교육감 임명제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는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검은 속내와 정략적 꼼수가 숨어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육감 및 교육의원 직선제 도입 과정까지, 거대한 민주화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자치를 확대했더니 무상급식, 혁신학교, 인권조례 등 민심을 반영하고 시대를 선도하는 각종 혁신정책이 예상보다 국민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특히 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곳까지 진보교육감들이 당선되자 안되겠다 싶어 이를 되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본다.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안은 정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교육감임명제’와 ‘러닝메이트제’야 말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헌법 제31조에 명시된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통해 교육자치를 실현하라는 그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교육감임명제 주장은 교육부가 중앙집권적으로 틀어쥐고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던 과거의 관료제 교육감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역사적 퇴행을 의미한다. 

그리고 일각에서 주장하는 지방자치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 역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다. 이들은 정녕 1991년 지방자치가 시행되면서 교육의 특수성을 감안해 지방교육자치법을 별도로 제정한 이유를 모른다는 말인가? 단체장과 러닝메이트제로 선출할 경우 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에 종속되게 된다. 그리고 러닝메이트제에 의해 단체장과 교육감을 선출했을 때 단체장이 중도하차하면 교육감은 어떻게 되는가? 과연 이런 부작용과 폐해를 생각하면서 러닝메이트제를 주장하는지 의문이다.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걸핏하면 외국 선진국 중에 교육자치를 허용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선진국들은 교육자치를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정치 기본권을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까지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소위 교육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 국가들은 학생 때부터 정당에 가입하여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스웨덴 나카시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20대의 젊은 여성으로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정당 활동을 한 사람이고, 오스트리아의 경우 27세의 대학생을 외무부장관으로 발탁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하지 않았는가? 독일의 경우 14세가 되면 정당 소속 청년회에 가입하고 16세부터 당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이와 같이 OECD 국가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도 교직원의 정치기본권을 금지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교직원의 정치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교육자치를 뺏고 싶으면 정치기본권을 먼저 허용하는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헌법적 가치를 위해서라도 교육감직선제는 유지되어야 하고 교육의원제를 부활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는 경기도, 부산, 인천, 대전처럼 유권자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성향과 전혀 다른 교육감 후보를 선택했다. 이는 교육감 후보의 도덕성, 자질, 능력, 정책 등을 보고 투표권을 행사한 것으로 직선제가 아니었다면 이런 민의는 반영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교육감직선제가 폐지되면 교육정책을 둘러싼 공론의 장이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교육정책을 둘러싼 공론이 아직은 지역구도나 진보·보수 등 진영 논리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과거 임명제나 간선제 시절보다는 훨씬 성숙되고 있다는 게 세간의 평이다.


우선 막대한 선거 자금을 개인이 부담하지 않도록 완전 선거공영제 도입이 시급하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거공영제를 실시하는 나라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 후보자 자격요건도 엄격하게 강화하되 교육감은 유·초·중등 교육을 관장하므로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사도 대학교수처럼 퇴직하지 않고도 교육감 선거에 나설 수 있도록 입후보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경제적 능력이 없더라도 훌륭한 사람들이 교육감에 출마할 수 있도록 후보자의 기탁금과 선거비용 제한액, 유세 차량, 선거운동원과 사무원 수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 등도 고민해야 하고, 아울러 TV토론 활성화 등 정당이 관여하는 일반 지자체장의 선출과는 차별화된 교육감 선거의 특수성에 걸맞게 선거 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선거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선거공영제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는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의 교육자치제는 정치·사회적인 변화와 함께 해왔다. 교육감직선제의 유지 여부
는 교육자치제의 존폐와 정치 민주화와 궤를 같이한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따라서 국회와 정치권은 더 이상의 소모전과 기 싸움을 이제 그만 두고 속히 교육감직선제의 장점은 계속 살려가되 단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법률을 개정하고 아울러 교육의원제 부활, 청소년의 투표연령인하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형태 (전 서울시 교육의원, 현 교육을바꾸는새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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