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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참여 | 308호 올바른 학부모회 활동을 고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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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6-02 17:04 조회1,3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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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학부모회 활동을 고민하며
대전 용운초 학부모회

 

 큰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했다. 우리 아이의 안전한 등굣길을 지키는데 조금이나마 봉사하고픈 순수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학교는 학생들의 등·하교 안전에 관한 책임을 녹색어머니회에만 전가하며 “최소한 안전장치로서 학교 주변에 ‘속도계’를 설치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요구는 모른척했다. 심지어 학교운영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다룬 적이 없었다. 기존 학부모회 조직도 학부모가 교육청 행사에 동원되거나 학교가 원하는 봉사활동만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올해 큰아이 학교 학부모회 총회에서 학부모회장으로 선출되었다. 기존 학부모회에서는 회장과 총무가 모든 일을 도맡아 했다면, 나는 학부모회를 민주적으로 구성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우리 학교에는 병설유치원이 있다. 기존학부모회는 유치원 학부모를 포함하지 않았는데, 올해부터 병설유치원 학부모까지 확대하였다. 이로써 학부모회는 유치원 대표, 반 대표, 학년 대표로 구성된 대의기구가 되었다.
 첫 번째 학부모회의를 했는데 놀랍게도 18명 성원 중 16명이 회의에 참석하였다. 학교운영에 관해서도 학교급식, 체험학습, 학교운동장 안전문제 등 많은 관심과 의견을 나타냈다.
 “학교에서 학교급식 식재료 검수(모니터)를 해달라고 해서 아침에 몇 번 나갔는데, 무엇을 모니터해야 하나?”라는 질문부터 “체험학습 장소 선정은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 것인지?” 등 학부모들이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는 질문들이 많았다. 학부모들은 학부모가 경비를 부담하는 사항들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사항에 해당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 학교급식소위원회를 두어야 하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날 학부모회의에서는 학교급식과 관련된 활동은 학부모회에서 추천하는 학부모를 학교급식소위원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학교운영위원장에게 요청하기로 했고, 앞으로 학부모회 회의를 할 때마다 회의 결과를 정리하여 학교, 학교운영위원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로 했다. 그리고 학부모회소통을 위해 밴드를 만들고, 5월에 있을 학교 놀이한마당 행사에 학부모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따로 기획
회의를 하기로 했다.

 놀이한마당 기획회의를 하는데 첫번째 문제는 ‘회의 장소’였다. 그동안 학부모회는 동네 찻집, 식당 등에 모여서 자비를 들여 차를 마시고, 밥을 먹으며 회의를 했다. 내친 김에 학교에 학부모회의 회의 장소 제공을 요청했다. 학교에서 선뜻 빈 교실을 회의공간으로 내주었다. 학부모회 모임을 학교에서 한다고 하니 학부모회 어머니들도 모두 좋아하였다.

 5월 놀이한마당 행사는 학교와 조율하여 학부모회가 전체 놀이부스 중 두 개의 부스를 맡기로 했다. 학부모 중에는 직장에 다니는 분들도 있고,기획회의라 많은 분들이 참석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기획회의에 10명이 넘는 학부모가 참석해 깜짝 놀랐다. 회의에서 학부모회 놀이부스는 <전통제기 만들기>와 <과일꼬치 만들기>로 정해졌다.
 그런데 <전통제기 만들기>에 필요한 적당한 크기의 ‘엽전’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반대표 학부모들은 “사이즈는 몇 센티미터가 적당하겠네요.”, “인터넷으로 구입하기 힘들겠어요.”, “어디 어디 공구상가에 가보면 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가 아는 사람이 공구상가에서 일하는데 제가 한번 알아볼까요?” 등 그 자리에서 바로 아이디어를 냈다. 준비회의를 마치고 엽전 모양의 너트를 사러 동네철물점을 함께 돌아다니며 이런 얘기저런 얘기 나누던 기억도 소중한 추억이다. 우리 동네 철물점은 딱 1개이다. 철물점 주인도 우리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였다. 같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마을의 주민이고 서로의 이웃이다. 한동네에 살면서도 서로 잘 몰랐던 학부모들이이번 기회에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요즘 ‘마을교육공동체’가 많이 얘기되고 있다. ‘학교’도 마을에 있다. ‘학교’를 빼놓고 마을교육공동체를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공교육’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공간이다.
 <과일꼬치 만들기>도 서로 장을 보겠다고 하여 일할 사람이 넘쳤다. 체육대회 전날 누구는 장을 보고, 누구는 과일을 씻어서 체육대회 당일 일찍 가져오는 등 역할 분담도 잘 되었다. 물론 과정마다 시련은 있었다. 기존 학부모회는 학교 행사 때마다 물질적으로 학교를 후원하고, 학부모들이따로 돈을 걷던 관행이 있었다. “학부모가 조금이라도 보태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 아이들이 먹는 건데 뭐
어때?”라는 생각으로 자꾸 돈을 걷자는 분들이 있었지만, “학교 행사는 학교 예산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설득하여 불법찬조금 관행도 바로 잡았다.
 5월 학교 놀이한마당 행사에 가장 인기가 많았던 부스가 <과일꼬치 만들기>와 <전통제기 만들기>였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부모회 성원들도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다. 우리 학교 학부모회 역사상 처음으로 학부모가 단순 봉사자가 아닌 주체가 되어 학교행사를 함께 운영해 본 소중한 경험이다. 놀이한마당 행사를 준비하면서 학교와, 담당교사와 협력하면서 인간적으로 친밀해지고 신뢰가 쌓여가는 느낌이 들었다. 학교에서 학부모로서 해야 할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경우 ‘내 아이를 위해서’라는 단순한 마음으로 학교 참여, 학교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단지 ‘내 아이만을 위해서’, 학부모의 주체성을 갖지 못하고 학교 참여 활동을 하게 되면 불법찬조금도 정당화되고, 사교육이나 다름없는 현재의 방과후학교 모습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며, 학교 등굣길 안전문제가 고스란히 녹색어머니회로만 전가되는 부당한 현실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학부모는 학생들의 보호자이고 인권옹호자이기도 하지만, 학생·교직원과 함께 교육의 주체이기도 하다. 나는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로서 학부모의 ‘교육권’을 실현할 학부모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학교 단위에서부터 실현해 나가는 것이 학교참여이고,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학부모회가 해야 할 일은 많다. 지속적으로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와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논의되도록 해야 하고, 그 과정을 학부모들과 피드백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회’라는 대의기구는 ‘대의기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개별 학부모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경쟁교육에 지친 우리 아이들의 심신을 이완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고, 공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해봤으면 한다.


                                                                                             최영연 (대전 용운초 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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