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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47호 나로부터 시작되는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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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7-25 14:55 조회9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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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화 논쟁이 주로 정치적 민주화, 기본권 확보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현재의 민주화 논쟁은 경제, 교육, 문화 등 자신의 일상생활 영역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며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종래의 논쟁은 그것들이 이념적 입장에 따라 단일한 양상으로 진행되었으나 오늘날에는 다양한 입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사회에 일상생활의 민주화라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 과제와 관련하여 한국 사회 현실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한국 사회 각 조직의 민주화 정도와 민주주의 실천 정도를 계량화된 지수로 평가·분석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회 민주 발전 지수의 가장 큰 특징은 “제도/실행 부분과 태도/의식 부문의 점수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즉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제도적인 차원에 비해서 의식과 태도의 차원에서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연예계의 비윤리적 관행, 체대 등에서 신입생의 군기를 잡기 위해 가해지는 선배들의 폭력, 자신과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해 이념적 잣대로 재단하려는 태도,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쟁과 교육과학기술부 및 학교 현장의 부정적 대응 등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상적 사건이나 논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생활의 민주화가 진전되지 못한 것은 사회 구성원들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 우리가 겪는 불편함 또는 국가 경제 발전이라는 잣대로 노동자들을 비판하는 주장이나 언론의 보도를 접할 수 있다. 또는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주거를 확보하 려는 노력에 대해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를 쉽게 볼 수 있다. 이것은 노동자들이나 주민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당사자들이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이다.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과 사용자들이 갈등이 생길 때, 또는 주 거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길 때 그 갈등들은 민주적 방식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물리력으로 해결된다. 물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 어 있기는 하다. 각종 위원회를 두거나 공청회를 여는 등 민주적 문제 해결 기구가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기능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 이 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조차 사회 구성원들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일상생활의 민주화와 관련하여 희망적인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정, 학교, 직장 등에서 구성원 들을 주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서울의 한 혁신학교 선생님 은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학교 문화 형성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토론하고 결정 할 사항이 있으면 교장 선생님을 포함하여 전체 교사가 모인 자리에서 자유롭게 논의해요.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내용을 그대로 말하죠. 모두 말하고 나면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른 것이 보이고 서로 조절해요. 그렇게 해서 결정하고 나면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결정한 일을 해내죠.” 또 다른 혁신학교에서는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생활규정을 만들지 않고 학생, 학부모, 교사가 공동으로 생활규약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학교에서 통제의 대상이었던 학생, 동원의 대상이었던 학부모, 일방적 지시를 따르는 대상이었던 교사를 학교교육활동의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의 민주주의는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고 인정된 나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가정 학교 직장 등 다 양한 삶의 영역에서 나의 권리를 행사하고 또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 그리고 그 상황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 일상생활의 민주적 실천이다. 학부모는 가정과 학교에서 이런 실천의 기회를 많이 갖고 있다. 특히, 학교운영위원회나 학부모회는 학부모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 도적 공간이 학교에는 많이 열려 있다. 학부모는 이 공간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일상생활의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중한 기회를 즐거운 마음으로 누리는 학부모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손동빈 (서울시교육청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 학교혁신교사지원단파견교사) sohnd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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