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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72호 놀이터가 시끄러우면 세상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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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1-11 17:39 조회9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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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놀이터

 “줄만 넘었을 뿐인데 아이들이 까르르르 웃어요. 여섯 살도 웃고, 열두 살도 웃고, 마흔두 살 엄마도 웃어요. 지나가는 할머니도 발길을 멈추고 아저씨들이 비석치기 솜씨 한 번 보여주겠답니다.” <참새들의 놀이터>는 놀이로 동네 사람이 모이고 동네가 살아나는 느낌이 전 해집니다. “12시 40분, 학교가 끝나자마자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놀이터로 몰려왔어요. 아이들은 모래놀이터에서, 도서관 앞에서 작은 틈새만 있어도 곳곳에서 놀죠. 모래놀이터에 물을 퍼다가 성을 쌓아 올려 날마다 진화해 가며 변신을 해요. 그 모습이 얼마나 경건한지…….” 방과 후 텅 비어 버리는 침묵하는 여느 학교 운동장과는 사뭇 다릅니다. 유현 초(서울 강북구)는 글와글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로 학교가 환해집니다. 한 사람이면 땅따먹기를 하고 두서넛이 모이면 고무줄, 긴줄넘기를 하고 대여 섯이 모이면 팔자놀이를 시작합니다. 혼자 노는 것보다 둘이 노는 게 더 재밌고 셋, 넷, 다섯이면 놀이판이 활기를 띱니다. 아이들이 늘수록 놀이터는 흥이 넘칩 니다. 끼리끼리의 벽이 허물어지고 모두의 놀이터가 됩니다. 이것이 아이들다운 아이들의 놀이터입니다.  

이모들의 놀이터 이야기 

 “놀이터에도 벽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나가서 논다던 아이는 친구를 못 찾 고 돌아오는데, 엄마들 만나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날마다 논다는 거예요. 가만 보니 놀 시간과 장소를 주고받을 만큼 친한 엄마들 연락망 안에 들어가야 했어 요. 친해지려고 노력도 했는데 어느 날 주변을 살펴보니 나 같은 마음을 가진 엄 마들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중심이 되어 버리자. 아주 다른 중심이. 그 래서 놀이터를 시작했어요. 울타리가 없는 놀이터, 누구나 올 수 있는 놀이터, 우리가 만들려는 놀이터예요.” 놀이터를 열 때 이모들이 주고받은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놀이터를 열자 아 이들이 마구 오지는 않았습니다. 손을 잡은 엄마와 아이가 한참을 탐색하다가 쓰윽 지나갑니다. 기웃거리지만 끼지 못하는 엄마와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궁 금한 것도 많았습니다. “놀이 선생님이냐?, 전통놀이를 가르쳐 주는 체험수업이 냐?, 돈 주고 배우는 거냐?” 이모가 웃으며 “그냥 노는 거예요. 같이 노세요.”라 고 말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고 가버리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현수막을 걸고 일일이 말을 붙이고 함께 놀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한두 명씩 노는 아이들이 늘고 아이들 소리가 높아지면서 놀이터는 활기가 생겼습니 다. 그러자 엄마들이 슬그머니 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같은 놀이만 하냐? 지 도 선생님이랑 프로그램이 있으면 더 좋겠다, 놀이영역을 정하고 노는 방법을 알림판에 써 놓자.” 효과적인 놀이체험을 하자는 얘기였어요. 학원가야 한다는 말에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떠나는 아이와 실랑이하던 엄마는 놀이터를 일부러 피해 빙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놀게 하는 모습도 자 주 보였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아이를 데려온 엄마들은 한두 가지 놀이를 맛본 후 아이를 끌고 떠났습니다. 빽빽한 일정에 하루 30분이나 1시간 밖에 못 노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이모 들은 이렇게 대한민국 아이들 생활의 실제를 경험하며 다짐이 분명해졌습니다. ‘놀이터가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가장 절실한 숨통이다!’

놀이터가 들려주는 아이들 이야기​

1년 동안 마음밥에서 만난 현수는 얼굴이 뿌루퉁하고 늘 화가 난 아이였다. 잘한다는 칭찬이나 그냥 한 말에도 "전 원래 못해요. 못하는데요.” 같은 말을 자주 했다. 웃음기가 없고 자신감이 없 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현수는 꼭 놀이터에 나왔다. 그러다 딱지따먹기 하던 날, 현수의 눈빛 이 빛나더니 눈꼬리에 웃음기가 비쳤다. “저 잘 하지요? 다 땄어요!” 한 시간 넘게 친구들과 딱지따먹기하고 제일 많이 땄다며 말수가 많아졌다. 현수네 전화를 해서 현수가 땄던 딱지를 버리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 다음 주에 현수 어머니가 놀이터에 나왔다. 그 다음 주에도 놀이터에 나와서 현수를 지켜봤다. 놀이터 마지막 날 현수가 처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했다. "이모! 저는 마음밥놀이터에 저녁9시까지 있고 싶어요. 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 집에 아무도 없어요. 엄마는 일 나가고 아빠가 9시에 와서 밥을 줘요" 마음이 짠해서 안아주니 가만히 있었다. 이모들은 “그래, 그래”, “너는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다”고만 했을 뿐인데 달라졌다. 

2013년 11월 28일 놀이터 마지막 날, 1년을 함께 한 현수이야기

 쌍문초 놀이터 큰이모 이미란 이모가 쓴 일기입니다.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은 엄마들도 변하게 했습니다. 작년에 아들이 마음밥놀이터에 참여하며 아들과 같 이 놀기만 했을 뿐인데 아들과 관계에서 여러 가지가 편안해졌다며 올해는 매주 하루는 직장을 쉬면서 마음밥 이모로 참여하게 되었다는 엄마도 있었습니다. 작년 쌍문초 방과 후 놀이터는 아이들이 30명 가량이 참여했습니다. 2014년 올해는 60명이 넘는 친구들이 참여합니다. 상원초는 2013년에는 방과 후 놀이 터에서 12명 가량이 놀았습니다. 2014년에는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놀고 있습 니다. 초등학교 때만이라도 학원을 보내기보다 놀게하자는 말에 꿈쩍하지 않던 엄마들 마음은 놀이터에서 놀면서 변화하는 아이들이 움직였습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잘 놀기만 하지 않습니다. 금을 밟았느니 안 밟았느니 따지고 우기고, 규칙을 가지고 싸웁니다. 놀이터에서 흠뻑 놀기를 바랐던 어른 들 눈에는 그게 못마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 보고 있으면 놀이와 다툼은 종이 한 장 차이란 것을 알아채게 됩니다. 그렇게 이기려고만 들던 아이들이 놀 이가 거듭되면 변합니다. 승리에는 명예가 따라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비굴한 승리보다 명예로운 패배를 인정합니다. 그 얼굴에는 당당함이 있습니다. 놀이터에서 다치기도 합니다. 다쳐서 울며 이모를 찾아옵니다. 이모가 “아이 구, 아프겠다. 호”만 해줘도 언제 다쳤냐는 듯 아이는 다시 놀기 위해 뛰어나갑 니다. 이렇게 자잘하게 다친 아이들은 크게 다치지 않습니다. 놀이가 생명이다 는 말은 여러 모로 맞는 말입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그저 놀 뿐인데 단단해지고 강해집니다. 반 년만 그 모 습을 지켜봐도 엄마들은 성장합니다. 이모를 하면서 다른 아이들도 보고 내 아 이와도 놀면서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게 가장 큰 성장입니다. 기다리고 지켜봐 주며 그것이 과정이라는 것을 믿는 힘, 놀이터에서 엄마들이 얻어가는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마음이 시원해져요!” 놀고 난 아이들은 말합니다. 놀이터에서 흠뻑 놀고 난 아이 얼굴은 정말 환합 니다. 놀이터 이모들은 아이들에게 이 웃음을 돌려 주려고 오늘도 아이들과 함 께 놀이터에서 놉니다.

글 : 김명선(상원초 놀이터이모), 김수현(유현초 놀이터이모), 이미란(쌍문초놀이터이모), 정경희(전 면목동 참새들의놀이터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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