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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49호 유일한 나의 <채움누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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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7-25 16:38 조회8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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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오월이 참 좋습니다. 오월은 특별하니까요, 왜냐고요? 녹음이 짙어가던 작년 5월 저의 평생소원이던 학교에 다니게 되었어요. 저는 뇌병변지 체1급 장애인이며, 남들이 학교 다니는 나이에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요. 늘 방에만 누워 지내던 제가 ‘채움’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50이 훨씬 넘은 작년 5월에 학교에 들어가 9월에 중입 검정고시에 합격하였습니다. 50넘어 얻은 초등학교 졸업,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정말 기뻤습니다. 누구를 만날 때마다 저는 자랑하고 다녔지요. 이제야 제가 보통사람과 같은 사람이 된 듯하여, 이렇게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준 나의 ‘채움’이 정말 좋습니다. 

  의정부에 단 하나뿐인 장애인들의 유일한 학교 ‘채움’은 장애가 있는 남녀노소 모든 이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열악한 우리학교는 장애인들이 공부하는데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 문제들은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그중에 가장 먼저 해결되기를 바라는 문제 몇 가지만 쓰겠습니다. 

  첫째, 우리학교는 교실문제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교실은 언제나 학생들의 공간이어야 하는데 여러 단체와 함게 쓰다 보니 교실이라기보다 창고 같습니다. 물건들이 많이 쌓여 비좁고 그나마 한 개 밖에 없어 학년별로 공부를 할 수도 없습니다. 

  둘째, 선생님이 부족합니다. 배우고 싶어도 못 배우는 과목도 있습니다. 일반 학교처럼 초중고 모든 과목 선생님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미술, 음악, 한문, 글쓰기 등을 배우고 싶어도 선생님도 교실도 없어요. 

  셋째, 통학차량이 없어 참 힘듭니다. 우리 같은 장애인은 교통수단이 절대 필요한데 차가 없어 학교에 다니기가 많이 힘듭니다. 차가 있다면 비가 오나 눈이 와도 아무 걱정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을 텐데....... 어려운 점만 얘기하다보니 우리학교 자랑이 빠졌네요. 세상이 좋아져 장애인도 공부를 할 수가 있지만 저같이 나이 먹은 성인장애인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던 차에 내 학교가 생겨 아주 좋습니다. 처음 갖는 선생님, 동기생, 학교, 교장선생님, 소풍...... 이런 것들이 생겨 얼마나 좋은지요. 또, 우리 학교에는 책이 많습니다. 좁은 공간 벽이 책들로 둘러싸여 있어 이 책들을 하나씩 다 읽어보려고요. 또, 우리학생들은 우애가 깊습니다. 나이와 성별이 다 다르지만 ‘장애’와 ‘배움’이란 공통의 주제로 쉽게 하나가 되었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도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사랑이 있습니다. 그런 우리학교가 저는 참 좋습니다.

  저는 앞으로 중등, 고등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까지 꿈을 이뤄 나갈 것입니다. ‘채움’이 없었다면 이런 꿈이 가능할 수 없었겠지요. ‘채움’을 만나 뒤늦은 공부 를 할 수 있게 됐지만, 저처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을 위하여 지역별로 여기저기 이런 학교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이뤄 갈 꿈을 생각하면 뿌듯하고 즐겁고, 제게 이런 기회를 가져다 준 제 생애 첫 학교 ‘채움’이 있어서 기쁘고 자랑스럽고 참 좋습니다. 

최찬선 (중등과정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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