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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49호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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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7-25 16:34 조회6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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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네 인생살이 중 춥고 졸리고 배고파서 가장 힘든 시기가 피교육자 시절이 아닌가 싶다. 항상 나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알 수 없어 방황하던 시절, 모든 책임은 내게 있었지만 내 인생의 방향을 설정할 때 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다. 대학 진학이라는 지상과제만을 앞에 두고 무작정 주입하는 학교에서, 참다운 선생님께 고민도 상담하고 조언도 얻을 수 있었다면 더 나은 인생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로, 교단에 서서 후배들이 어리석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돕고 싶어 사범대학을 마쳤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교단에 설 경쟁력도 갖추지 못했지만 배운 게 도둑질인지라 교육계 언저리에서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사회 에는 법규와 관습이라는 약속이 있다. 나 자신은 동의하지 않았을지라도 모두가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모든 사람이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지만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약속들로 사회의 틀을 유지하며 기회를 부여한다. 

  어느 날 우연히 접하게 된 야학은 불만에 가득 찬 나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자학으로 불행한 나 자신에게, 내가 얼마나 가진 게 많은 행복한 소유자인지 깨닫게 했다. 신체장애로 인해 교육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지만 알고자 하는 일념으로 교실 하나뿐인 학교에 모여 노력하는 모습에 절로 숙연해졌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줄 알았는데 평등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권리뿐이었다. 개개인이 행복 한 삶을 영위하겠다는 희망은 갖고 있지만, 방법과 노력의 차이로 인해 다른 결실을 얻게 된다. 유명인 들처럼 멀리 지도상에서나 존재감을 알 수 있는 인간 을 생각하고 돕는 것도 필요하지만 바로 우리 이웃에 함께 호흡하고 있는 소외된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대표와 국민들이 정한 약속의 비어 있는 부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나누어 주어야겠다. 설령 국가에 서 그 맡은 바 책무를 않는다고 이 사회의 규범을 무시하고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법을 알아야 제대로 비판도 할 수 있고 자신의 권리도 찾을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을 알아야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목적하는 그 어느 것을 보다 체계적으로 탐구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준비과정이 아닐까 싶다. 

  한 자 한 자 한글을 익히다가 문해반 신청을 하셨다는 학생분을 매주 한 차례 방문지도하며 안타까움만 앞선다. 거동의 불편뿐만 아니라 그 상황에 적응 하다 보니 시각마저 약해져, 어려운 자세를 취하며 노력하는 모습은 지켜보기 안쓰럽지만 그 노력이 숭고할 따름이다. 지난해 학교에서 나누어준 독서대가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 몰랐다. 교장 선생님의 너스레 섞인 당부말씀처럼 야외 수업의 기회도 마련해 가면서 하루 빨리 속독법을 익힐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드려야겠다. 자신이 원하는 바이블은 글자체가 작아 읽기 어렵더라도 재미있는 소설책을 보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김경훈 (문해반 방문수업 담당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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