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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 | 284호 학부모들의 불법찬조금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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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8-03 14:16 조회1,1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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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목 도모를 위해 식사비용을 미리 걷자


작년에 학교운영위원이 되고서 초기에 운영위원장이 마련한 식사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처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라서 조금이라도 얼굴을 익히고 조언을 듣고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운영위원장이 마련한 식사자리에 나갔다.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면서 운영위원장이 작년에 학교운영위원들이 20만원을 걷어서 그 돈으로 같이 식사하고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는데, 올해도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면서 금액은 어느 정도가 좋겠는지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운영위원들이 작년에도 했던 학부모들이었고 나하고 한 명 정도가 새로 들어온 사람이었기 때문에 다들 찬성하였다. 

나는 불법찬조금이라 생각이 들어서 작년에 20만원을 걷어서 어떻게 썼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부위원장이 대부분 상반기, 하반기 나누어 두 번정도 모여 식사와 차를 마시면서 친목을 다졌는데 작년에는 돈이 남아 연말에 송년기념 회식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한다.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 학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자리였고, 그때마다 돈을 갹출하는 것이 번거로우니 조금 모아두자는 의견일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고 학교와도 전혀 상관없다고 강조하였다. 

나는 단순한 식사비용이라면 너무 많이 걷는 것 같다고 얘기하며 불법찬조금 문제도 있으니 반대한
다고 말하였다. 그랬더니 운영위원장은 지금 여기에 없는 분도 계시니 다 모이면 다시 의논하자면서
그 자리를 마쳤다.

 

학부모회 위원들과 학교배수시설 문제로 논의할 것이 있다며 모이자는 연락을 받고 나갔을 때 다시 위원장이 이 돈 문제를 이야기하였고 모두들 또 찬성한다고 말하였다. 내게는 돈이 없으면 상반기와
하반기에 10만원씩 나누어 내라고 하였다. 나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돈을 모으는 것이 어떠한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식사자리를 위해서라면 20만원씩 걷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 이후 학교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위원들에게서 느껴졌던 싸늘한 기운은 그저 내 착
각이었을까? 

어느 날 회의가 끝나고 부위원장이 내가 말한 대로 식사비용으로 모으는 돈이 20만원은 많게 느껴져 다른 위원들과 함께 의논하여 10만원으로 조정하였고 그 비용도 뜻있게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하였다. 나는 꼭 그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학교와 상관없이 그 용도가 적절하고 의미 있게 쓰여 지는지 1년 동안 지켜보겠다고 말하였다. 그 뒤로 나는 절대 모임자리에 나가지 않고 학교 회의에만 참석하였다. 약간의 고립감을 느끼면서도 회의 참석시마다 나름대로 열심히 발언하였는데, 다수의 의견 앞에 내 의견은 묵살되기 일쑤였다.

 

그렇게 한해를 보내고 올해 1월 말쯤에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만나서 1년 동안 어떻게 돈이 쓰여졌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고 식사자리도 많이 마련하지 못해서 돈이 남았고, 학
부모회에서 올해 학교달력을 만들어 전교생에게배포하는데 모자라는 비용이 있어서 위원장 개인 이름으로 후원하였다고 하였다. 

나는 비록 학교와 상관없다고 하지만, 돈의 쓰임새 없이 걷어 놓고 보는 것이 좋지 않고 비록 모임의 식사비용이라도 불법찬조금에 속하니 내년에는이 10만원도 걷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년 동안 열심히 운영위원 활동을 한다고 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다. 사람과의 관계를 고려하다보니 조금 어설프게 대처한 것 같고 다음에 운영위원을 또 하게 되면 좀 더 세게(?) 잘 할 수 있 을 것 같다.


학부모회에서 걷는 아이들 간식비용 

우리 아이는 고등학생이다. 3월 학부모총회에 갔더니 총 92명의 학부모가 참석하였는데, 참석한 학부모 이름 옆에 ‘이사’라는 직함과 연락처를 적는란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회장과 부회장을 뽑았고 학부모회장은 아이들 간식비라는 명목으로 1인당 20만원씩 내자고 하였다. 그 뒤 문자로 학부모회장 명의의 통장번호를 알려주면서 반장 엄마들은 10만원씩 더 내라고도 하였다.

 

나는 이것이 불법찬조금이라고 여겨졌지만, 교육청에 신고하면 내 인적사항이 학교와 학부모들에게 알려져 우리 아이에게 불이익이 있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참교육학부모회에 전화해서 대신 신고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참교육학부모회에서는 바로 교감선생님께 전화해서 불법찬조금에 대한 신고가 들어왔음을 알리고 학부모회에 연락하여서 이 부분을 확인하고 시정하도록 전달하였다고 하였다. 교감선생님께서는 직접 학부모회장과 통화하여 학부모회비를 걷는 부분을 들었으며 학교와는 관계없이 학부모들이 결정하여 일어난 일이지만, 학교구성원으로 일어난 일이니 그 부분은 학교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여 걷은 회비를 모두 돌려줄 것을 학부모회장한테 요청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을 참교육학부모회에서 전해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학부모회는 회비를 걷지 않겠다는 문자를 보냈고 이후에 불법찬조금에 대한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보내왔다. 

내가 의지를 가지고 직접 부딪히면서 해결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문제의식을 같이 고민해주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시민단체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임원 부모가 되면 의례적으로 부담하는 비용 

새 학기가 시작된 어느 날, 아이가 집에 와서 “엄마, 저 회장 됐어요.”라고 한다. 아이가 친구들에게 호감과 신뢰를 받고 있나 싶어 기쁘고 대견했다. 그 기쁨도 잠시, 마음속에는 슬금슬금 걱정이 밀려온다. 담임에게 인사가야하는데, 음료수만 사가면 될지 아니면 간식이라도 챙겨가야 할지 고민된다. 커
튼도 빨아야 하고 담임이 원하면 교실에 화분도 사다 놓아야 한다. 엄마들 모임도 주관해서 돈을 걷어 어린이날 선물, 체육대회 음료수, 간식도 넣어야 한다. 또 반대표 엄마들이 모여서 학교 행사를 어떻게 도울지 의논하고 각자 얼마씩 내서 체험학습 때 선생님들 도시락을 똑같이 맞추어 드려야하는데, 어디서 얼마짜리로 하면 좋을지 의논한다. 또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동학년 담임 회의 때 간식을 돌아가면서 넣기 위해 순서를 정한다.

 

이런 일들을 겪고 나면 제발 다음 학년에는 아이가 임원 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참학에서 활동하는 나로서는 이런 일들을 받아들일 수 없어 늘 갈등과 고민 속에 지내야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반 회장이 되었을 때 반대표 모임이 있었다. 이번에는 용기를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항상 그래왔듯 돈을 얼마나 걷을지, 선생님 간식은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의논하는데 내가 말했다. “그런데 선생님들 회의 간식을 왜 엄마들이 해야 하죠? 선생님들 회의는 그분들 업무인데, 간식이 필요하면 교사들이 알아서 준비해서 먹으면 될 일이지 그걸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준비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더구나 학교에서 불법찬조금 절대 하지 말라는 가정통신문도 나왔잖아요?” 순간 좌중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내 의견에 동의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나는 속으로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논의하기 시작했고 결국 선생님 간식도, 아이들 간식도 하지 않기로 하고 결국 돈도 걷을 필요없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엄마들도 그 동안 솔직히 하고 싶지 않았지만 모두 다 하겠다고 하는 일에 반대할 용기가 없었는데 내가 말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누군가 물꼬를 터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그 이후 나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물꼬를 터주는 사람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작년에는 학운위원장이 학부모위원 카톡방에서 스승의 날, 학교에 꽃바구니를 넣어야하니 얼마씩 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나는 그런 것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올렸고 결국은 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 용기내기가 힘들었지만, 해보면 그렇게 힘들지 않고 누군가는 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꼭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정리 (학부모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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