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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공공성 | 284호 배움의공동체를 통한 행복한 학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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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8-03 14:01 조회1,1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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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평중학교는 2009년 9월 개교와 동시에 혁신학교로 지정되었다. 지금은 경기도 혁신학교가 400여 개에 이르지만, 당시에는 혁신학교가 처음 시작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 교사들은 혁신학교가 무엇인지에 관한 논의를 자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교사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했던 이야기는 수업혁신이었다. 학교 교육활동의 중심이 수업이었기 때문에 수업을 혁신하는 것이 혁신학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수업혁신으로 방향을 설정한 이후 교사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고 그 속에서 만난 것이 ‘배움의공동체’였다. ‘배움의공동체(이하 배공)’란 일본의 사토마나부 교수가 1998년부터 시작한 학교 개혁운동으로 “수업을 통해 학교를 바꾼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었다. 이는 우리가 생각했던 혁신학교와 일치했다. 일상적인 수업을 학생 중심의 수업으로 바꾸고, 교사의 동료성을 바탕으로 한 일상적 수업 공개와 수업 연구회를 시스템으로 갖추라는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했던 수업의 실천 방향을 보여주었다.

 

이에 우리 교사들은 배공을 우리 학교의 나아갈 방향으로 합의를 했고 2011년부터 배공 수업을 시작했다. 전체 교사가 배공의 권위 있는 연구자이자 컨설턴트인 손우정 교수에게 연수를 듣고 전체 교실의 책상 배치를 ㄷ자 형태로 바꾸었다. 또한, 매주목요일을 5교시로 편성하여 14:40부터 16:40에 전체 교사가 수업에 대해 함께 공부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만들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수업 공개와 수업 연구회가 세트로 운영되는데, 한 명의 교사가 한 개 반을 남겨서 수업을 공개하면 전체 교사는 학생의 배움을 중심으로 수업을 관찰한다. 수업이 끝나면 교사들은 자신이 본 수업의 사실 속에서 배운 점을 나누며 수업에 대한 안목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의 소통의 원활함과 모둠 배치를 쉽게 하려고 만든 ㄷ자 책상 배치에서 아이들은 엄청나게 떠들었다. 학부모님들 중에는 친구들과 함께 협동적인 배움을 만들어가는 모둠 활동을 단순히 떠들고 노는 활동이라고 오해하거나 교과서 진도를 다 나가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걱정하는 분도 많았다. 강의식 수업에 익숙했던 교사들도 학생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바꾸고 일상적으로 수업을 공개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논의를 거듭한 끝에 우리는 매년 3월 입학식과 더불어 학생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하였다. 이 시간에 학생들은 배공을 포함한 학교의 교육활동에 대한 안내를 받고 친구들과 함께 ‘배움을 위한 우리의 다짐’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배움의 자세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든 다짐을 수시로 점검하였다. 

배공 수업에 대해 우려를 가지는 학부모님들을 위해 2월 말에 학교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학부모님들께 배공에 관해 설명하면서 우리가 하는 수업이 자기 주도 학습력, 사고력, 배려와 경청의 자세를 키워주는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교육임을 강조하셨다. 이러한 교장 선생님의 강의는 1번으로 끝나지 않고 학부모님들을 만날 때마다 반복되었고 이제는 학부모님들께서도 학교의 수업을 신뢰해 주신다. 

학생 활동 중심으로 수업 바꾸기를 어려워하는 교사들은 전문적 학습공동체 시간의 수업공개와 수업연구회를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갔고, 매년 2월 말에 있는 교사 연수는 새로 전입해 온 교사들의 수업공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데 기여하였다.

 

수업 방식을 배공 수업으로 바꾸다보니 당연히 평가가 바뀌게 되었다. 학생들의 배움의 과정을 평가하는 수행평가의 비중이 높아지게 되어 현재 우리 학교의 수행평가 비율은 대개의 교과가 50%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수업이 학생의 자기생각 만들기의 방향으로 진행되다 보니 논술형 평가의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자 자연스럽게 사교육이 줄게 되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이 그대로 평가로 연결되고 논술형 평가가 중심이 되니 내신 성적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것은 의미가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배공 수업은 교사들의 교과 교육과정 재구성을 촉진시켰다. 교사가 강의할 내용을 학생의 활동으로
바꾸다 보니 교과서 진도를 다 나갈 수 없었다. 이에 교사들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성취기
준을 중심으로 교과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다. 이 속에서 교과 간 융합수업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배공의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이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방적인 강의를 들어야만 했던 학생들은 이제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친구의 이야기에 경청하면서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수업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동안 어려워서 수업을 포기했던 학생들은 옆에 물어볼 친구가 있으니까 배움을 포기하지 않게 되었고, 교사들은 수업 시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돌볼 수 있게 되었다.

 

배공은 교사들 역시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교실 속에 갇혀서 혼자서 좌충우돌했던 우리는 자기 수업을 동료 교사에게 공개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치는 수동적 존재였던 우리는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의 철학을 세우고 교과를 재구성하는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다. 이는 동료성이 구축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 명의 학생도 배움에서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배공 철학을 실천하는 교사들을 보면서 그 속에서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학부모님들도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배움의공동체’를 실천한 지 이제 5년째!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뀔 수 있음을 우리는 확신하게 되었고 이것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길임을 알게 되었다.
한수현 (분당 보평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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