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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77호 역사교사들은 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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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1-11 16:03 조회9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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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 로 발행할 것인가? 아니면 검정으로 발행할 것인가?’ 에 관한 언론 보도를 자주 접하고 있다. 언론은 국정 화 논란을 진보와 보수의 갈등으로 보도하지만, 학 교 현장에서 역사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역사 교사 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여론조사에서 현장교사의 97%가 한국사 교 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현장 의 역사 교사들은 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에 강한 거부감을 보일까? 학부모님들이 궁금해 하 실만한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해 보았다.

▶ 국정, 검정, 인정.. 교과서 발행 제도란?

 국정 교과서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지고 발행한 한 권의 교과서(현재 초등학교 교과서 대부분)이다. 검정 교과서는 국가가 제시한 집필·심사 기준에 따 라 여러 출판사가 다양한 형태로 교과서를 만들어 국가의 심사를 받은 교과서(중·고등학교 국어, 도 덕, 사회, 역사 과목)이다. 인정 교과서는 출판사가 제작한 교과용 도서가 기준에 맞을 경우 교과서로 인정하는 교과서(중·고등학교 영어, 수학, 과학 등) 이다. 

▶ 국가가 책임지고 발행하는 국정제는 세계적인 추세가 아닌가?

  회원국 중에서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 행하는 나라는 없다. 이들 나라는 대부분 검정제나 인정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 자유발 행제를 확대하는 추세다. 재미있는 사실은 베트남 도 한국의 교과서 발행 체제를 모범으로 최근 검정 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 그런데 왜 지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문제가 되고 있을까? 

 현장 역사 교사들이 가장 황당해하는 문제이기 도 하다. 돌아보면 작년에 ‘친일과 독재 미화’로 우 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파 동이 계기가 되었다. 교학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서 철저히 외면 받자,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 서 ‘한국사의 국정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집권 여당의 일부 정치인들과 ‘친일·독재 미화’로 비판을 받고 있는 뉴라이트, 냉전 우익 세력들이 주 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주장하고 있다. 

▶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으로 보이는데?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는 것은 일종의 착시 현상 이다. 올해 1월, 교육부가 국정화 카드를 꺼내자 대 한민국의 보수 언론은 사설을 동원하여 국정화를 분명히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보수 언론이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호의적인 사설 을 실어온 점에 비추어 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들도 국정 전환이 시대 역행적인 정책으로 정권 이 바뀔 때마다 정권이 원하는 한국사 교과서가 쓰 여지는 혼란을 걱정하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그렇다고 한국사 교과 서를 국정 교과서로 전환하겠다고 들면 그건 그것 대로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우선 국 정 교과서 체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대대적인‘좌· 우(左·右) 역사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2014.9.26.) 라고 밝혔다. 비교적 정확한 진단이다. 

▶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이 있는데, 통일이 될 때까지는 국정제를 해야 하는 것 아 닌가?

 국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분단’이라는 우리나 라의 특수성을 국정화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특 수성은 어느 나라나 있게 마련이다. 미국은 다 인 종이라는 특수성, 중국은 다민족이라는 특수성 등 등. 북한이 3대 세습 체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국정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북한과 극소수 국가에서만 유지하는 국정제를 따라하자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독일도 우리와 같은 분단의 경험이 있다. 그러나 통일 전 동독은 국정제, 서독은 검정제로 교과서를 발행하고 있었다. 서독이 중심이 되어 독일의 통일 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 를 유지하며 포용력을 길렀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국정제는 ‘자유’, ‘민주주의’와는 어울리지 않는 제도 이다. 

▶ 그래도 현재 교과서가 좌편향이란 말을 들으면 걱정이 된다

 국정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교 과서를 저술한 필자들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 하는 ‘종북’세력이라 몰아세우며 학부모들을 불안하 게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확인해 볼 수 있는 간 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자녀가 한국사를 배우고 있 는 중·고등학생인 경우 대화를 해 보시거나, 자녀의 역사 교과서를 5분만 직접 읽고 확인해 보시면 됩니 다. 저들의 주장대로 과연 ‘6·25를 북침’이라고 서술 했는지, 정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김일 성을 찬양’하고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다. 

▶ 한국사가 수능 필수가 되었는데, 학생이나 학부 모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교과서로 배우는 게 시험부담이 줄고 좋은 것 아닌가?

 실질적인 수능 필수인 국어나 영어, 수학이 교과 서가 여러 종류이기 때문에 수능 준비에 문제가 있 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더구나 영어나 수학은 인정교과서 체제로 전환되어 종류가 더 많 아지는 추세이다. 수능 시험은 모든 교과서에서 공통으로 다루는 내용을 출제하게 되어 있다. 검정 교과서는 필자들 이 마음 내키는 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 과 집필기준을 준수하게 되어 있기에 기본적인 내 용은 교과서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한 종류의 교과서로 수능을 출제하게 되 면 출제자들은 등급을 나누기 위해 지엽적이고 자 잘한 내용을 출제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예 전 학부모님들이 본 학력고사나 수능의 국사 시험 이 그랬다. 그리되면 한국사는 ‘재미없고 외울 것만 많은 과목’으로 전락하여 시험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다.

▶ 한국사 교과서 종류가 많으면 좋은 이유를 조금 더 설명한다면? 

 검정 교과서는 국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제작되 기 때문에 같은 내용을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교과서에 따라 설명이 많은 책, 이미 지가 많은 책이 있을 수 있다. ‘다양한 아이들에게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과서로 공부할 기회를 주어 야 한다’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이다. 역사 선생님들은 다양한 교과서 중에서 자신들 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특성과 관심사에 맞는 교과 서를 골라 수업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5년을 주기로 교체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한시적으로 책임지는 정부가 정해준 하 나의 역사관으로 모든 학생을 교육하라는 주장은 매우 위험하다. 이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 적 중립성이란 헌법 정신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마지막으로 재미없는 국정 교과서 한 권을 소개 하는 것으로 글을 맺는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 모님은 5학년 2학기에서 6학년 1학기에 배우는 사 회 교과서(역사 부분)를 읽어보십시길 권한다. 전 국의 모든 초등학생들이 처음 역사를 접하며 배우 고 있는 국정 교과서이다. 자녀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교과서인지 확인해 보시면 긍정적인 답보다는 부정적인 답이 많을 것이다. 그것이 국정 교과서이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부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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