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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공공성 | 280호 친환경 학교 매점 1호 영림중학교 <여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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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7-08 17:20 조회1,6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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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은 성폭력, 아동폭력, 가정파괴와 함께 4대 사회악으로 꼽힌다. 한편으로는 ‘불량식품이 그렇게 위험한 것일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잘못된 먹거리가 자라나는 청소년 건강에 어떤 위협이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알러지와 성인병이 청소년에게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림중학교 학부모회가 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도 바로 이 점에 있다. 학부모회가 학교에서 회의
를 하다가 매점에서 간식을 사왔는데 500원짜리 튀김과자, 1,000원짜리 햄버거와 피자 등 난생 처음 보는 부실한 음식이었다. 매점 측에 문의하니 용돈이 적고 일찍 하교하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매점을 운영하다 보니 수익이 많이 나지 않아 원가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렇지만 엄마의 마음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빵과 과자를 우리 아이들에게 그냥 먹일 수 없었다. 시장 논리로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양질의 먹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국가 역시 이 부분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학부모가 직접 나서서 우리 아이의 먹거리를 해결해보자는 의견이 모였다.


2011년, 2012년 학교모니터링을 통해 교내매점 판매품목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2012년 5월 매점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다른 학교 매점들을 탐방하고 각종 자료도 조사했다. 지역 생협과 물품 공급을 논의하고 식품안전교육, 시음회 등을 실시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했다. 이를 토대로 학교매점 운영방식 변경에 대한 학부모 전체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90% 이상의 동의를 이끌어 냈다. 더불어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시식회도 실시하며 불량 먹거리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과 우리만의 매점 만들기의 필요성을 이끌어냈다.


매점 공동 운영의 필요성을 이끌어냈다고 하더라도 운영을 위해서는 법인격이 필요했다. 마땅한 법 인격이 없었던 상황에서 2012년 10월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여물점> 운영을 시작했다. 여물점은 ‘여
유있고 물좋은 매점’이란 뜻이다. 다행히 2012년 12월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여물점에 가장 잘 맞는 법인격을 찾을 수 있었다. 학부모·지역생협 활동가·교직원 등 32명이 모여 336만원의 출자금으로 협동조합을 준비했다. 2013년 2월에 사회적협동조합 총회를 열고 4월에 인가 신청을 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배당금이 없는데 이 특징이 우리 협동조합의 취지와 꼭 맞았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교육적 목적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반려했다. 우리는 7월에 재신청하며 학교 협동 조합의 교육적 의미와 공익성을 바탕으로 설득하였고, 그 결과 2013년 9월에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았다.


여울점 운영 초기,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학생들은 비싸고 맛이 없을 거라는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지역생협의 협조로 제품 가격을 낮추고 학생들 입맛에 맞는 제품으로 매점을 운영해나갔다. 초기에는 유통과 판매에 대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 3개월간 자원봉사로 운영했다. 이런 노력이
모여 현재는 하루 평균 300여 명이 이용하는 ‘잘나가는’ 매점이 되었다. 점차 운영이 안정화되어 자원
봉사로 있던 두 명의 상근 활동가도 보수를 받게 되었다. 월 1회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를 통해 매점이
운영된다.


여울점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배당은 하지 않으며 기본운영비를 제외한 모든 이익금은 학생복지와 교육환경 개선에 사용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간식이나 쿠폰을 제공하기도 하고 지역 아동복지센터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나가는 기관도 지원해 준다.


학교 협동조합의 교육적 역할


첫째, 학교 협동조합을 통해 학교매점을 운영하면서 매점의 수익금을 다시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마진이 작아서 이익이 크지 않지만, 매점 임대료로 지불되는 돈(연 670여만원)을 다시 학생복지를 위해 사용한다. 선풍기 교체, 학생식당 벽화 작업, 학급문고 구입 등 학생복지에 사용된 것이다.


둘째, 건강한 간식 제공, 친환경 먹거리 공급을 위해 생협제품을 80%, 시중제품을 20% 비율로 매점을 운영한다. 시중제품은 우유, 물, 빙과류 등이다. 단순히 판매만으로 그치지 않고 학생들과 학부모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건강한 먹거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그램(g) 당 가격과 재료를 분석해 비교하며 친환경 먹거리의 중요성과 의미를 알려준다. 학생들은 교육 과정을 거치며 “처음에는 밋밋하고 맛이 없었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어쩐지 순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셋째, 학교 협동조합이 들어서기 전에는 매점 주변은 선생님의 사각지대로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장소였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매점을 운영하다 보니 학교폭력 사건이 현저히 감소하여 안전한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학교가 깨끗해지고 학교폭력도 사라지는 등 교육 환경이 좋아졌다. 더불어 교사와 학생이 서로 믿고 존중하며 정을 나누는 따뜻한 학교가 되었다.


넷째, 민주적인 학교를 운영하게 되었다. 학부모, 학생은 지역사회 주민으로 학교가 지역공동체 기능을 담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벽이 높아서 학부모와 학생의 참여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또 교직원 내에서도 안정성을 중시하다 보니 다양한 창의적 동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학교 협동조합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학교자치에 참여하는 있도록 실질적인 통로가 될 수 있다. 영림중 사회적협동조합 역시 매점을 통해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학교의 주인의식을 갖게 되었고 매점이 건강한 소통과 대화의 장이 되었다. 

다섯째, 학생들 삶에 기반 한 교육을 할 수 있었다. 영림중 사회적협동조합은 학부모, 교사 조합원 중심으로 운영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 학생 참여도 이루어진다. 하나의 예로 ‘여물점’이란 이름 역시 학생들 공모를 통해서 선정되었다. 또 학생들과 사회적경제에 대해 수업하고 매점을 누가, 왜 운영하는지도 적극적으로 알려서 협동조합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가 높아졌다. 또 매점 수익금을 사용할 학생복지 아이디어도 학생들로부터 모으고 있고, 2015학년도에는 학생 조합원도 모집하려고 준비 중이다.


학교 협동조합의 장점은 이처럼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면서 배운다는 점이다. 조합원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적경제 강사양성 과정을 통해 영림중 뿐 아니라 지역의 학생들에게도 그들의 눈
높이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김윤희 (서울 영림중학교 매점 여울점 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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