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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 | 302호 가재울 초 마을 방과후 학교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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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12-06 17:50 조회1,2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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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재울 초등학교는 올해 3월에 2기 서울형 혁신학교로 개교하였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재울 재건축 단지에 위치하여 학교뿐 아니라 동 주민센터, 교회 등 새로 건축한 곳이 많고 그 건물들에 넓은 여유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들이 마을 방과후 학교의 물리적 여건이 되었다.

 

 2015년부터 혁신학교를 운영하고자 지역의 교사들이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1기 혁신학교의 사례를 바탕으로 방과후 교육활동 운영의 원칙을 고민하면서 마을 방과후 학교에 대해 구상하게 되었다. 처음 방과후 교육이 공교육으로 들어올 때의 원칙은 문·예·체 교육에 한정하자는 것이었다. 중고등학교는 조금 다르겠지만, 초등은 한동안 이 원칙이 지켜지고 있었다. 국·영·수 위주의 지식교육은
공교육이 전담하고 방과후 교육으로는 문·예·체 교육만 하는 것이 대원칙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학교의 경우 이 원칙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초등학교까지도 방과후 교육활동에 국·영·수 등 지식교육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영어는 원어민 교육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업체 위탁의 형태로 자리 잡았고, 창의교육 등을 표방하며 국어나 수학 등 지식교육이 야금야금 들어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가재울 초는 처음 방과후 교육을 시작했던 대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방과후 교육의 내용은 문·예·체 교육으로만 하자는 운영 원칙을 정하였다.

 

 또한 일반학교에서 방과후 학교를 계속 확대해가면서 공간 사용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일부 중고등학교와 초등학교는 생활지도나 기타 여러 가지의 이유로 교사가 주로 교실에서 근무한다. 그런데 방과후 교육이 여러 과목으로 확대되면서 방과후 교육을 위한 전용공간이 거의 없어서 교실을 내주어야 했다. 여유 공간이 없기 때문에 교사는 교사대로 눈치를 보며 교실 한쪽에 남아 업무를 보고, 방과후 강사들은 강사들대로 눈치를 보며 교실을 공유하게 된다. 이 공간의 문제는 교사의 업무 불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교실은 수업을 마친 후에 교사와 학생이 함께 활동하거나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수업 후의 교실을 빈 공간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그래서 가재울 초 방과후 교육활동의 두 번째 원칙으로 교실을 방과후 교육활동에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학교에 여유 공간이 많은 학교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가재울 초는 개교
하면서 이미 수요 예측을 잘못한 탓에 예정보다 다섯 학급을 더 늘려 개교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전용공간은 전혀 없고 학급 교실이 아닌 특별실 위주로 방과후 교육활동을 개설하게 되었다. 다른 학교와 달리 방과후 교육을 위해 교실을 열지 않은데 대한 변명이나 대안이 필요했다. 그 대안으로 마을 방과후를 제시하였다.

 

 주민센터 담당자와 수십차례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가능한 방향을 협의했으며, 복지관, 교회, 관리사무소 등을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고 함께 해달라고 부탁하여 서서히 마을 방과후의 틀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기관마다 상황이 다르고 여건이 달랐다. 원하는 바도 달랐다. 마을로 확대할 경우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많았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에서 단체로 가입하고 있는 학교안전공제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와 학생들을 마을 방과후 장소까지 인솔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학교안전공제회는 전화로 문의한 결과 마을로 확대되어도 전부 다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인솔을 위해 학부모의 자원봉사나 교회의 경우 교인들의 자원봉사, 주민센터나 복지관의 경우 인솔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력이 있는지 등을 알아보았으나 여의치 않았다. 학교에 자원봉사를 신청해서 오는 대학생들에게 부탁하여 4개월 동안 운영하였으나 대학생 자원봉사자의 경우 개인사정으로 못오는 경우도 많았고 짧은 기간 자원봉사를 하고 나면 더 이상 지속하지 않아서 담당교사와 방과후 코디네이터가 감당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교육청에서 학교로 지원해주는 예산을 이용하여 인솔을 위한 방과후 코디네이터를 신청하여 안정적인 인솔자를 확보하게 되었다. 교육비의 정산에도 기관마다 처리방식이 달랐고 그 외에도 수시로 여러 어려움을 하나 하나 해결해가며 마을 방과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처음 마을 방과후를 개설했을 때보다는 학부모들이 안전에 대한 우려도 덜하게 되었고, 복지관 제빵수업같이 학교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시설을 이용한 교육활동에 대해 만족하고 안정적으로 마을 방과후가 운영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학교 방과후만 운영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마을 방과후를 함께 운영하는 데는 더 많은 업무부담이 있다. 또한 일반화하기에는 담당교사와 학교구성원들, 학교 관리자가 마을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가 있거나 굳은 의지를 가지고 여러 어려움과 민원을 극복해나가야 한다. 이런 부분을 지역사회와 교육청이 나서서 해결해주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어서 그 지역의 진행 상황을 주시해보고 있으며 더 발전된 형태로 나아가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나 방과후 교육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이제는 방과후 교육에 대해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사교육의 폐해를 줄이고자 시작된 방과후 교육은 사교육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싸고 편리한(교실을 빈 공간으로 치부하여 교육활동을 제한하고 교사들은 수업연구대신 방과후 업무를 하여 이뤄진) 사교육의 장을 학교를 이용해 펼쳐놓은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교육의 수요는 더 다양해졌고 더 많아졌다. 학생이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어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수 있다면 방과후 교육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
까? 주지교과인 국·영·수 교육 역시 학생들이 스스로 모여서 공부한다면 학원 수강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가재울 초에서는 4학년 이상의 학생들이 동아리를 자율적으로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요리, 레고, 보드게임, 댄스, 피구, 배드민턴, 외발자전거, 텃밭농사 등 정말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학생들 스스로 주체적으로 친구들을 모아서 동아리를 만들고 운영하여 최근에는 발표회도 가졌다. 공부동아리는 구성해보고자 하는 학생들이 생겨서 시도해보는 단계이다.

 

 저학년의 경우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활동을 할 수는 없지만 학부모들이 주체가 되어 품앗이로 함께 공부도 하고 함께 놀기도 하는 형태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부모들도 학부모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동아리를 구성하고 활동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원봉사로 학생동아리를 지원해주고 있다.(방송반, 오케스트라, 합창 등)

 

 스스로 선택하고 운영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학생들의 배움이 일어나지 않을까? 공부 역시 친구들과 함께한다면 그리 지겨운 것만은 아닐 것이며, 나름 경쟁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자 하는 동기를 얻기도 할 것이다. 교사나 학부모 아니면 마을의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고 스스로 할 수 없는 부분들은 지원해주기만 한다면 진정한 사교육의 대안이 되고,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되며, 이런 움직임들이 마을공동체를 살리는 씨앗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최은경 (가재울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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