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임원에 선출된 우리 아이, 담임교사가 못하게 한다.

​Q 올해 세 아이 중 막내가 중학교에 입학해 학급선거 부회장으로 당선됐다. 아이의 성적은 중간정도이고, 담임교사는 우리아이의 누나들을 가르쳤던 선생님인데 열심히는 가르치지만 편애가 심한 분이다. 그런데 담임교사가 우리 아이가 부회장으로서의 자질이 없다며 선거 결과를 무효화 했고 이번 주에 재선거를 하겠다고 공고했다. 그래서 지난주에 담임과 통화를 했다. 담임은 우리 아이가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없으며 준비물을 잘 챙겨 오지 않고, 자기 소개서를 제출하는 기간도 넘기는 것으로 보아 부회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는 누나가 둘 있는 막내이다 보니 선생님이 말씀하신 부분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다고 말씀드리고 앞으로는 집에서 잘 준비시키겠다고 부탁드렸다. 하지만 담임은 재선거를 할 것이라고 말했고 결국 이번 주 월요일에 실시했는데 또 우리아이가 당선되었다. 그러자 담임은 아이들모두 있는 데서 나랑 통화한 얘기며 아이의 자질을 운운하고 선거 무효화를 또 하겠다고 했다.

담임이 작년에 회장단을 잘못 뽑아서 1년을 망쳤고 올해는 자기 맘에 드는 회장단으로 구성하려고 한다는 말을 주위사람한테 들었다. 그리고 어제는 “내일 임명장 나오니까 넌 3일 동안 부회장한 것으로 만족하라”며 날카롭게 말해서 아이는 그 충격으로 열나고 토하는 증세까지 보였다. 오늘 담임에게 전화했더니 학교로 방문하라고 해 2시에 가기로 했다. 남편은 법적으로 처리하자고 흥분해 있고, 나도 조심스러우면서도 담임에 대한 원망스런 마음이 많다. 담임을 만나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까?

A 학급선거는 아이들에게 민주적 절차를 알려주고 민주의식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민주시민으로 자라나는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보통·비밀·평등·직접 선거 원칙도 몸소 경험하고 자율적으로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을 통해 정치와 사회에 대해서도 배우게 됩니다.또 학급선거는 대표를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학급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기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담임교사가 선거를 무효화시키고 재선거를 하게 한 것은 자율적 선거를 방해하는 행동입니다. 대부분의 학칙에는 입후보 자격과 선출방법 등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학칙에 특별한 제한규정이 없는 한 누구나 선거에 출마할 수 있습니다. 공정한 선거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결과를 교사가 묵살하고 바꾸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사의 행동은 선거 의미를 무색하게 하고 자발적인 참여의지를 저하시키는 것입니다. 또한 공정한 선거 결과에 대해 깨끗이 승복하는 자세도 배울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담임선생님을 만나면 회장과 부회장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려 하는지 물어보십시오. 담임선생님마다 각자 학급을 이끌어나 감에 있어 나름의 특징과 차이가 있으니까요. 부모가 아이를 지도함에 있어 어떻게 지도해야 되고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도 물어보십시오. 더불어 처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아이에게는 이번 선거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아이의 성장에 있어 큰 계기가 될 것임을 알리시고 지지를 바란다고 말씀 드리십시오. 교사를 만나기 전에 교칙에는 선거 규정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십시오. 학칙에 별다른 자격요건이 없고 담임의 선거 개입이 부당한 것으로 나와 있으면 ‘무효화’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도 담임교사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학교장에게 상황을 말씀하시고 학칙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해줄 것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 일로 아이에게 불이익이나 부당한 처우가 있을까 염려스럽다는 학부모님의 의견도 전달하시고 이에 대한 약속도 받으셔야 합니다. 교육청 민원이나 법적 대응은 먼저 담임교사와 학교 측을 상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고 그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었을 때 고려하시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