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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가보셨나요(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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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5-12-09 14:02 조회2,6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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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가보셨나요 김정숙 (한겨레 문화센터 강사) 몇 년전부터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에서도 방학때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람을 방학 과제물로 내주고 있다. 그래서 방학 때만 되면 이름난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학부모들과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사진 찍으면 안됩니다." "숙제 때문에 그러는데 좀 봐주세요." 사진을 찍으면 왜 안되는지 그 이유를 뻔히 알면서도 학부모들은 막무가내로 안내원에게 통사정을 한다. 또 어떤 학부모들은 아예 안내원을 피해 아이들 앞에서 카메라 셔트를 눌러대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무엇 때문에 미술관과 박물관 견학이 필요한지 그 목적도 분명하지 않은 채 무조건 보고 왔다는 견학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니 감상은 아예 뒷전이 되어버렸다. 다른 아이들보다 견학보고서를 좀 더 잘 만들기 위해 학부모들은 찍지 말라는 사진을 찍어대고, 아이들은 설명서에 적혀 있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과 뜻도 모르는 제목을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옮겨 적는다. 특히 박물관에 오면 구석구석까지 모든 전시장을 다 돌아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어른들이 있어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관람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혹시라도 힘들다고 하면 "너 때문에 나도 이 고생을 한다"며 도리어 아이들을 구박하고 야단을 친다. 부모들의 처지에서 보자면 박물관의 이런 풍경들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왜냐하면 부모 세대들 역시 미술관, 박물관 관람이 전시물을 감상하기보다는 ''보고 왔다"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주로 학교에서 단체로 갔던 미술관, 박물관에서 부모들은 전시장 안에 들어가기 무섭게 일렬로 줄을 서서 앞사람 꽁무니를 따라다니기 바빴고, 전시물에 대한 궁금증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문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래서 관람은 재미와 흥미보다는 따분하고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막상 어른이 되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자유롭게 가볼까 하다가도 선뜻 나서게 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어렸을 때 겪었던 여러 가지 좋지 못한 경험들이 머리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요즈음의 아이들과 비교해보면 그래도 그때가 좀 더 나았지 않나 싶다. 지금처럼 ''견학보고서''를 숙제로 제출하라고 하지는 않아 그나마 부담 없이 자기 나름대로 전시물을 볼 수가 있었다. 요즈음의 학교 상황은 결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아이들의 숙제도 누가 했건 상관없이 무조건 겉으로 볼 때 그럴 듯하게 잘 해오면 ''상''을 준다. ''상''에 혈안이 되어 있는 부모들은 자신의 명예를 걸고 숙제에 매달리게 되어 아이들은 빠져버린 상태에서 부모들끼리 경쟁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과제물로 내주지 않으면 관람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지만, 과제물 제출을 강요하는 것이나 그 과제물만 보고 ''상''을 주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감상은 결과물보다 과정이 중요한데, 결과물을 놓고 잘 했다, 잘 못했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상에 집착하는 어른들 손으로 만들어진 결과물로 상을 주는 것은 아이들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아이들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늘 어른들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여 어른들에게 기대는 마음을 갖게 만든다. 자기가 하지 않았으면서도 자기 이름으로 상을 받았을 때 아이들은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당하지 못한 삶의 방식을 배운다. 독일의 미술관과 박물관 교육 본래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전시물을 수집하여 보관하고 전시하는 것이 주된 일이나, 전시장에 온 관람객들이 전시물과 잘 교감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배려하는 역할도 한다. 박물관 교육에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독일의 경우 이미 1903년부터 대중들을 위해 적극적인 교육이 이루어져 왔다. ''박물관은 만인을 위한 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문화 유산을 향유하는 기회를 갖기 어려운 사람들, 교육수준이 낮거나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박물관이 먼저 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취지 아래 국가 문화정책이 뒷받침을 받으면서 오늘의 독일 박물관 교육자들과 박물관 교육은 세계적인 수준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독일과 우리의 박물관, 미술관 교육을 비교해 볼 때 우리는 너무도 빈약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목표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독일의 미술관, 박물관이 못 배우고 못하는 이른바 소외된 계층을 끌어들이고,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루어져 왔다면 우리는 많이 배우고 잘 사는 사람들, 어떤 특정한 계층만을 위하여 전시장에 존재해 온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사치스런 곳으로 여기며 어쩌다 가더라도 소외감과 열등감을 느끼기 때문에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동질감 보다는 위화감을 주는 데 앞장서 오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도 소외되기는 마찬가지다. 아니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는 것 같다. 10여 년 전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에 갔을 때의 일이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아이들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전시물을 골라 한 점씩 그려보게 했다. 아이들은 마음에 들어하는 전시물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시물을 관찰해가면서 한참 자기 그림 속으로 빠져드는 아이들에게 안내하는 아저씨가 느닷없이 "지우개 가루가 떨어진다" "한 곳에 오래 앉아 있으면 다른 사람 보는데 방해된다"며 빨리 자리를 떠나라고 호령을 했다. 아이들 작업에 대해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로 나가라고 해서 결국은 그 자리에서 쫓겨났던 기역이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은 여전히 그렇게 반가운 관람객이 아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특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감정적이고 불안정한 정서를 가진 아이들은 언제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어른들이 지켜보고 지시해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처럼 행동할 때 잘했다고 칭찬을 듣는다. 아이가 아이다울 수 있는 감성이 무시되고 자기 눈으로 전시물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으니 아이들에게 전시장 관람은 지겹고 따분할 수밖에 없다. 학교 교육은 물론 학교 밖의 교육도 지나치리만치 지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다. 예술조차 지식으로 대하게 만드는 미술관, 박물관 교육은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1970년부터 독일은 이미 학교 바깥의 새로운 교육현장으로 미술관과 박물관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식보다도 내적인 감각 체험이나 경험을 더 중요시하는 이곳에서는 아이들의 감성이나 창의성을 개발하는 데 미술관과 박물관이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하노버시에 있는 스프링겔 미술관에서 교육자로 일하고 있는 리벨트 박사는 아이들과 함께 ''예술놀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 "예술품을 느끼고 이해하며 체험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오감(청각, 후각, 미각, 시각, 촉각)을 다 써야 한다. 아이들과 하는 ''예술놀이''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의 형태를 빌려 오감을 적절히 써서 예술을 이해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흥미를 느끼고 재미를 얻을 뿐만 아니라 그 놀이 자체에 열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우연한 현상들이 예술적인 창조작업의 일면이기 때문에 ''놀이''는 아이들을 현대 무술품들과 만나게 하기 위한 가장 좋은 교수법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동서양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 시대를 살아오면서 표현했던 다양한 조형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미술품이나 유물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를 알아야만 하고 그 배경이 되는 사고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 미술품이나 유물들은 미적 조형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사전 지식이 많다고 해도 자기 감성이 닫혀 있으면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다. 리벨트 박사는 정말로 예술이 무엇인지를 알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마치 친구를 사귀듯이 예술과 만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 미술품이나 유물을 감상할 때 시각에만 의존하지 말고 후각, 촉각, 청각, 미각 같은 모든 감각기관을 다 활용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정선의 ''만폭동'' 그림을 보면서 흐르는 물소리를 느껴보고, 조지 시갈이 그린 회색빛 과일에서는 어떤 맛을 느낄 수 있을지 상상해 보게 한다. 열악한 전시 환경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전시물은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부족하지만 10여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다니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을 소개한다. 우선 가능하면 부모나 교사가 미리 전시장에 가보는 것이 좋다.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전시장을 한 바퀴 돌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생긴다. 이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설명에 눈이 가고, 읽다 보면 전시물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전시장 안에서 설명해주는 봉사자들에게 부탁을 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전시물이 파악되면 전시물 중에서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것들을 찾아낸다. 사실 아이들 눈으로 보기란 상당히 힘이 든다. 어른들은 자기들 생각만으로 지식에 도움이 될 만한 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아이들 감각과 동떨어지기 쉽다. 다시 강조하는 말이지만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이 참으로 필요하다. 전시장에 가면 모든 것을 다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떨치는 것이 좋다. 특히 박물관에서는 너무 돌아다녀 지친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나이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으면서 관찰할 수 있는 정도를 한정한다. 내 경우는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관람 과정을 세 부분으로 나누는데, 전시장 안에 들어가기 전과 전시장 안, 그리고 관람이 끝난 뒤 뒤풀이 식으로 관람을 마무리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생활 속에서 예술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시도한 사례를 한 두 가지 소개한다. 언젠가 신(申) 니콜라이 전시회에 아이들과 갔는데, 이 전시회는 60년 전 연해주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던 우리 동포들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중앙 아시아의 척박한 땅으로 강제 이주 당하면서 겪었던 고통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신 니콜라이가 표현하고 싶었던 우리 동포들의 아픔이나 고통, 슬픔을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졌다. 힘센 사람들이 총을 들이대며 여러분 가족을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전기불도 없고 먹을 것도 별로 없는 살기 힘든 곳으로 강제로 데려간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총을 앞세운 힘센 사람들이 여러분 가족뿐만 아니라 친척들과 이웃 사람들까지 감옥 같은 수용소로 몰아넣고 강제로 힘든 일을 시킨다면 여러분은 어떨까요? 그러다가 여러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힘없는 여자들과 약한 아이들이 많이 죽었다면 여러분 마음은 어떨까요? (여러분의 마음을 글로 적어보세요. 또 여러분의 마음을 색깔로 표현해보세요.) 아이들은 대체로 아주 무섭고 슬프다고 했다. 또 상대방을 죽이고 싶을 만큼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아이들이 찾았던 마음의 색깔을 보면, 니콜라이가 주로 썼던 빨강, 파랑, 노랑, 흰색, 검정색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 때문인지 나중에 전시장에 들어가서 니콜라이 그림들을 본 아이들은 그림을 더 쉽게 이해하는 듯 했다.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월 말까지 전시되었던 ''중국 낙양 문물 명품전''을 얼마전 아이들과 함께 다녀왔다. 1300년 전, 당나라 시대 귀족계급의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이기에 당시의 여러 가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아무리 교육적으로 뛰어난 전시물이라 해도 시대감각이 다른 요즈음 아이들이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아이들 스스로 유물에 관심을 갖도록 전시장으로 들어서기 전에 ''여러분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요''라는 물음을 던져 보았다. ''무덤''에 초점을 맞추어, 아이들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무덤과 자기가 만들고 싶은 무덤을 그려보게 하여 무덤 모양이 아주 다양할 수 있음을 은연중에 알게 하였다. 더 나아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무덤 모양에 달라질 수 있음도. 전시장에 있는 유물들을 좀 더 관심있게 관람하기 위해 해봤던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여러분이 죽으면 어떤 무덤을 만들고 싶어요 여러분의 주검을 보호해주는 동물이 있다면 어떻게 생겼을까요. 그 동물을 그려보고 왜 그 동물을 택했는지 이유도 적어보세요. 여러분의 무덤 속에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을 모두 넣는다면 어떤 것들을 넣겠습니까 여러분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인형으로 만들어 여러분의 주검 옆에 놔둔다면 어떤 사람들을 두고 싶나요? 본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풀어주는 준비운동처럼 이러한 작업은 아이들에게 관람할 전시물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한다. 아무런 준비없이 그냥 아이 손을 작고 관람할 때보다 훨씬 더 재미있어 하고 관심을 보인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이런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했지만 횟수가 거듭되면서 나름대로 재미를 붙이는 것 같았다. 부모님들 말로는 예전에는 따분하다고 했는데 요즈음은 재미있어 하고 또 가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다닐수록 아이들의 사고나 표현이 더욱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시물을 통해 미처 알지 못하는 세계를 만나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내가 표현했던 방법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같은 사물이라도 시대와 사람에 따라 표현 방법이 다르고 선택된 재료가 달라지며 쓰임새 또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나의 시각과 다른 이의 시각이 다른 것이 당연하고 나의 표현 방법 역시 남과 달라야 함을 깨닫게 한다. 전시장에 있는 미술품이나 유물들은 나의 정체성을 찾는데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하여 따뜻한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다음 자료는 《한국의 박물관 및 미술관》에 소개된 내용을 토대로 하고 최근 자료를 보완한 것입니다. 달마다 바뀌는 미술관의 전시 일정은 《월간 미술》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한국의 박물관 및 미술관 문화체육부. 도서출판 피아 미술관 관람의 길잡이 데이비드 핀 지음. 정준모 옮김. 시공사 슈타이너 학교의 감성교육 고야스 미치코 지음. 임영희 옮김. 밝은누리 인간을 위한 미술교육 로웬펠드 외 지음. 서울교대미술교육연구회 옮김. 미진사 그림을 보는 기쁨, 아는 즐거움 수잔 우드포드 지음. 이세영 옮김. 제3문학사 회화의 역사 H.W & D.J 잰슨 지음. 유홍준 옮김. 열화당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윤용이 지음. 학고재 우리 옛그림의 아름다움 이동주 지음. 시공사 민화 이야기 윤열수 지음. 디자인 하우스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1, 2 주강현 지음. 한겨레 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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