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영훈고등학교에서 부당한 처벌을 받았습니다. 구제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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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작성일16-09-27 14:43 조회2,506회 댓글0건본문
한 번의 실수가 눈덩이처럼 굴러 퇴학에 이르기까지 겪었을 박**님의 고통과 외로움을 가늠해봅니다. 발단이 되었던 여학생에 대한 원망과 교사들에 대한 분노, 이해할 수 없는 처분 앞에 느꼈을 무력감, 이 힘들고 무거운 감정들을 고등학생 나이에 혼자 견디셔야 했군요.
문제가 생겼을 때 갈등을 해결하고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일진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상황이 악화되도록 박**님의 본 마음을 헤아리며 차분히 문제를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어른이 없었다는 것도 무척 속상합니다.
퇴학을 되돌릴 방법은 현재 거의 없어 보입니다만, 자퇴서를 제출한 상태인데다 본인에게 정확한 공지도 안 한 상태에서 선도위원회가 열린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비록 담임선생님의 만류로 자퇴를 보류, 처리가 늦어졌다하더라도 이는 전학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고 담임선생님이 선도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수 없다고 하셨기에 동의한 것이지요. 학교가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선도위원회를 연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더욱이 한 사람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퇴학’ 처분을 그런 식으로 내리는 것은 적법성 여부를 떠나 무례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자퇴서가 처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선도위원회 개최의 적법성을 가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명분도 교권침해, 교사 및 학교 명예훼손 등일 거라 짐작되는데, 이 또한 지금 우리 교육현실에서 가장 큰 징계사유이지요. 더욱이 해당고등학교는 사립학교법이 적용되므로 교육청의 적극적 개입도 어렵습니다. 안타깝게도 선도위원회 회의를 무효화 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다만, 박**님이 학교 측으로부터 들은 폭언, 차별, 선도위 과정 등을 인권위원회에 진정해볼 수 있겠습니다. 학교너머에서 운영하는 카톡 ‘학생인권상담소 넘어’도 안내해드립니다.
더불어 몇 가지 당부의 말씀도 드립니다.
모든 게 억울하고 원망스러우시겠지만 그럼에도 이 일에서 성찰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내가 한 행동과 그 행동의 결과를 살펴보는 것은 본인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들과 더 친해지기 위한 소재로 문제의 여학생을 ‘이용’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행위가 상대에게 큰 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어차피 페이스북이라는 공간이 자신을 노출시키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더라도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상을 올리는 것은 분명한 사생활침해입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제가 한 때나마 짝사랑했던 여학생에 대해서 반 친구들과 동아리 친구들이 안주거리로 사용하며 놀리던 상황이라, 그것을 십분 이용해서 우정을 증진시키려고’ 했던 의도입니다. 요즘 대학교 남학생들 카톡방에서 여학생을 성적으로 모독하는 일들이 이슈가 되고 있지요. 비록 수준은 다르지만 사람을 대상화하고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의 본질은 같습니다. 심각한 인권침해인 거지요.
박**님은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고 하셨는데, 올리신 글을 보면 상대에 대한 짙은 원망과 야속함이 느껴집니다. 진심으로 ‘나의 행동이 미치는 결과’를 성찰할 때 오롯이 내 책임으로 감당할 수 있게 되고 비로소 그 일에서 자유로워지실 수 있습니다. 상대 여학생이 이후 친구들에게 박**님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어 악성 댓글 등 비난에 시달리게 된 것은 어쩌면 박**님의 사과에 진정성이 안 느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 여학생도 박**님처럼 아직 고등학생입니다. 상처받고 실수하며 성장하는 중임을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또, 인신공격성 댓글이 달리는 것에 대해 ‘선생님의 사주에 의해 도발했을 가능성’을 얘기하셨습니다. 누구나 나름의 근거로 해석하고 판단하지만 실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과 생각에 몰두해서 주관적인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선생님을 향한 비판이 재가동 된 계기’로 부적합한 것이지요. 처음 여학생이 사생활침해를 제기할 때 억울하던 마음을 기억하시는지요? 그 선생님도 같은 감정을 느끼셨을 수 있습니다.
퇴학을 막아주지 못한 담임선생님에 대한 원망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상담실도 담임선생님의 태도가 아쉽고 무책임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자퇴서를 만류할 때는 박**님을 속이려는 불순한 의도(고의)는 아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진심으로 이런 상황이 안타깝고 박**님을 도우려는 마음이셨을 것 같습니다. 아마 박**님도 담임의 진심이 느껴져 자퇴 보류에 동의하셨을 테지요. 그런데 학교 측 압력에 담임도 어쩔 수 없었던 건 아닐까요.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문제와 본디의 의도 자체는 구분하시길 바래봅니다. 그래야 원망으로 소진되는 자신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세상에 혼자뿐인 듯, 낭떠러지에 서 있는 듯 막막하고 외롭고 억울한 마음이 가득할 것 같습니다. 학교 측의 부당함에 맞서는 일뿐 아니라 부디 깊이 상처받은 마음도 함께 돌보시길 바랍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상담실로 연락주세요. 진심으로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상담실 02-393-8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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