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원회를 자문기구화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지난 4월 24일 한나라당의 현승일의원을 비롯한 스물 두 명의 의원들은 학교운영위원회를 자문기구화하고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을 학교장이 맡게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이같은 초중등교육법개정안은 시대를 역행하는 가장 반개혁적인 법률안으로 지목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학교운영위원회는 1996년 단위학교마다 설치되어 학교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근간을 이루어왔고,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육개혁의 꽃'이라 불릴 만큼 교육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제도이다. 그런데도 현승일의원을 비롯해 민주당의 일부 의원까지 가세한 이번 개정안은 어렵게 일구어 온 학교민주화를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자문"은 그야말로 자문한 내용의 수용 여부에 어떠한 강제력도 갖지 못하므로 하나마나한 것이 될 것이고, 거기다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원장직까지 맡는다면 자문조차도 자유롭게 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의 개정안은 학교운영위원회를 사실상 없애는 것과 다름이 없다.
특히 이번 개정안이 "교장자살사건"으로 현장이 어수선한 틈을 타 발의된 것으로 그 의도가 더욱 불순하다. 교육계는 "교장자살사건"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는데 이용할 것이 아니라 비민주적인 학교문화와 구조를 바꾸어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승일의원과 스물 두 명의 개정안 발의자들은 교육 현장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학교장의 세력 확장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그러나 현승일의원을 중심으로 한 스물 두 명의 의원들은 흐르는 물을 거꾸로 되돌릴 수 없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학교민주화는 교육발전과 교육개혁을 위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따라서 반개혁의 선두에 선 스물 두 명의 의원들은 스스로 개정안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만약 이를 깨닫지 못하고 강행할 시에는 교육개혁을 발목잡는 핵심 의원들로 지목하고 내년 총선에서 학교운영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낙선운동을 펼칠 것이다. 지난 99년 12월 사립학교법 개악을 주도한 의원들에 대해 교육운동진영에서 낙선운동을 처음으로 주도하여 2000년 총선에서 전국적인 낙천·낙선운동에 불을 지폈고, "교육 7적"으로 지목한 의원들 대부분이 낙선한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학교민주화의 완성을 위해서는 현재의 학교운영위원회 제도에서 나아가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의 국·공립과 같은 심의·의결기구화, 학부모회·교사회·학생회의 법제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함을 주장한다. 따라서 이에 역행하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학교민주화와 학부모의 교육 참여권의 확대를 위해 전국의 학부모들과 연대하여 쟁취해 나갈 것이다.
2003년 4월 30일
(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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