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형 본고사 폐지를 위한 공동 대책위 투쟁 속보 5호
2006.11. 8
▶ 학부모 - 교사 - 시민단체 단식 농성 5일차 참가자들
▣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논술을 대학에서 보겠다는 것은 학원에 가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은 대학에 가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학교에서 논술을 가르칠 수 있게 될 때 다시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봅니다.”
▣ 이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
“논술 본고사는 물론이고 모든 형태의 대학별 고사를 반대합니다. 대학에서 자체적인 본고사로 학생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기본 교양교육을 책임이고 있는 공교육을 왜곡하게 됩니다. 대학은 고등학교까지 학교에서 평가한 내용을 가지고 학생들을 선발해야 합니다.”
▣ 하재근 (학벌없는사회 정책위원장)
“현재와 같은 대학서열체제와 같은 학벌사회에서 논술 본고사를 도입해서는 안 됩니다. 나중에 대학평준화가 되어 지금과 같은 입시경쟁체제가 완화되고 나서 논술을 도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논술 본고사는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기능만 할 것입니다.”
[기획 연재 4]
본고사형 논술 -
대학에 선발의 자율권을 맡겨야 한다?
대학의 학생 선발권 = ‘좋은 원자재’를 선점하려는 욕구
대학 입시는 학교 교육의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원칙
국․공립대학부터라도 입시 전형 요소를 단일화해야
현재 본고사형 논술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부가 대학이 학생 선발권을 행사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용인했기 때문입니다. 보수 언론과 대학은 한술 더 떠 아예 대학에 선발의 자율권을 완전히 넘기고 이른바 ‘삼불(三不―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금지)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민들 중에서도 대학이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습니다.
회사에 들어올 신입 사원은 당연히 회사가 선발권을 갖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러나 대학 입시와 회사 입사는 그 근본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 이유는 대학 입시란 한 학생이 국가 차원에서 정해진 교육과정에 따라 공교육을 이수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입시제도는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의 결과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마련되는 것이 타당합니다. 다시 말해 교육 목표, 교육 과정, 교수 학습, 교육 평가가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육과정이란 해당 사회가 지향하는 인간상을 기르기 위해 설정된 교육의 목표와 내용, 방법 등을 말합니다. 이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가 제작되고, 교과서를 기본으로 하여 모든 학교의 수업이 진행됩니다. 현재의 교육과정은 국가가 완전히 독점하여 그 내용을 정하고 있어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 교육의 주체인 교사의 참여가 배제되어 있고, 학생들의 이해와 요구와 여러모로 걸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현장 교사와 더불어 사회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사회적 교육과정 위원회’가 구성되어, 새로운 교육적 가치에 입각한 교육과정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과정이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도 아예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선발 고사를 제시하는 것은 공교육의 근본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대학입시를 비롯한 평가의 기본은 학생이 현행 교육과정을 얼마나 충실히 이수하였는가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이 주장하는 학생 선발의 자율권은 이러한 교육과정의 중요성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데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실제 최근 치러졌던 대학별 고사, 즉 논술이나 구술면접, 적성평가 등을 보면 그 내용이 현행 교육과정의 수준을 뛰어넘는다든가 아니면 현행 교육과정과 완전히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고등학생에게 대학교 수학 전공 문제를 풀라고 요구하거나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체계와는 전혀 무관한 영역의 문제를 풀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각 대학이 현행 교육과정의 수준이나 체계와는 무관한 논술 고사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학생 선발의 변별력을 강화하여 우수한 학생을 조기에 선점하려는 각 대학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즉 학생들을 촘촘히 줄을 세워 1점이라도 높은 학생을 선발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지 학생들의 창의력과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논술을 도입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학 논술 고사가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이유도 그렇게 해야 학생들을 쉽게 변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논술이 학생 선발의 변별력 있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게 된다면 대학은 새로운 선발 도구 즉, TOEIC이나 SAT와 같은 시험을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정운찬 전 총장은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이 처음 마련된 2005년 당시 “원자재가 좋아야 좋은 물건이 나올 수 있다.”는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그야 말로 교육을 시장 경제의 논리로 바라보는 천박한 신자유주의적 사고 방식이 반영되어 있는 발언입니다. 그러면서도 정운찬 총장은 “교수들의 논술 주관식 문제 채점에 객관성이 떨어진다.”, “교수들이 매기는 점수가 점심 식사 전ㆍ후에 다르다.”는 등의 말로 논술 고사의 문제점을 스스로 고백한 바 있습니다.
자신들이 감당할 수도 없는 논술 고사를 굳이 도입하려는 대학의 이유는 ‘좋은 원자재’를 가려내겠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한 대학의 이기적인 욕망에 의해 사교육은 천문학적 액수로 치솟고, 공교육은 황폐화되고, 아이들은 죽음과 같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논술 고사로 신입생을 뽑겠다고 하기 전에 제자들의 논문을 마구 짜깁기하는 교수들부터 논술 교육을 시켜라.”, “우수한 인재를 가려내겠다고 하기 이전에 세계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대학의 경쟁력부터 제고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대학은 학교 교육의 결과를 존중하여 학생을 받아들이고 그 학생을 우수한 인재로 육성할 방법을 마련해야지 자신들의 이기적 욕망에 의해 공교육 전체를 황폐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전 세계에서 일본 등 극소수의 나라를 제외하고는 전국의 모든 대학이 서로 다른 입시 전형을 행사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이번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 논란의 근원도 전국 N개의 대학이 N가지의 선발권을 행사하고 있는 데에 있습니다. 학생들은 도무지 예측가능한 입시를 치를 수 없으며 대학 선발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애당초 보장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교육부의 2008년도 입시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교육부의 입시안은 내신과 수능을 9등급으로 하고 대학별 전형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대학이 사용할 수 있는 전형요소를 나열한 것일 뿐, 모든 결정권은 대학에 부여되어 있습니다. 내신을 무시하든, 수능을 빼 버리든, 심층 면접이나 적성검사를 하든 말든, TOEFL이나 SAT를 반영하든 대학이 모든 결정권을 갖도록 인정해 버린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전형 요소를 대학이 제시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논술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거세지면 각 대학은 논술을 슬그머니 빼버린 채 다른 무언가를 제시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한미 FTA 체결에 따라 이른바 ‘테스팅 서비스’ 시장이 개방이 되면 현행 선발 고사를 대체할 새로운 선발 고사를 외국 자본이 관리하고 실시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적어도 전국의 국공립대학부터라도 전형 요소를 단일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단일한 전형 방식을 가지고 각 국공립대학이 별도로 신입생을 선발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국공립대학의 통합 모집과 동일 학위 수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는 교육부 및 국공립대학이 공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회복하고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길이고, 가혹한 입시경쟁의 근원인 대학서열화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교육 주체 단결하여 입시제도 개혁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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