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죽음으로 내모는 교육현장 규탄 시민단체 기자회견문
먼저, 성적을 올리기 위해 그 수단으로 체벌이라는 폭력으로 죽어간 중학생과 야간자율학습을 하다 안타깝게 죽어간 고등학생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두 학생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학생들을 입시경쟁체제로 몰아치며 다그친 폭력의 결과입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이 폭력을 우린 모두 끝장내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제2, 제3의 안타까운 죽음이 사라질 것입니다.
2007년 7월 4일, 한문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낯선 중학교 환경에 채 적응하지도 못한 1학년 학생이 ‘오리걸음’을 하다 갑자기 사망하였다. 그러나, 사망 시점과 사망 원인에 대한 어떠한 진실조차 규명되지 않고 있다. 학교 측과 119 구조대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전학을 가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로, 평소 학생이 받은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폭넓은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가족에게는 다정 다감했던 이 학생이 오직 공부를 못하다는 이유로 체벌을 받고, 급기야 죽음까지 이르는 이 차가운 교육현실을 우린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 이런 야만스런 폭력의 교육은 이제 끝나야 한다.
그리고 그 날 오후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고등학교 3학년생이 갑자기 사망하였다. 그 학생이 평소 최소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시간이 있었는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와 학원에서 진행되는 공부와 입시 스트레스로 허약해 질대로 허약해진 몸 상태에서 일어난 일은 아닌지 다각도로 조사해 보아야 함에도 그러하지 못한 현실이다.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부산시교육청과 해당 학교는 학생의 사망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향후 대책을 세우기는 커녕 ‘위로금’으로 모든 문제를 덮어 버리려 하고 있다. 사망 학생들의 부모가 구체적인 위로금을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해당 학교 학생과 교사들에게 일률적으로 성금을 거둬 해결하려는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
또, 학교 안에서 일어난 학생의 사망 사건을 일선 학교의 문제로 치부하고 두 학생의 죽음을 애도하는 ‘보도자료’조차 없이 뒷짐 지고 있는 교육청의 행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제 고등학생도 모자라, 중학생까지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고입연합고사를 부활시켜 시험 지옥으로 몰아 넣는 것이 안타깝게도 부산시 교육청의 현주소다.
언제까지 우리는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아야 할 것인가? 청소년 사망 원인 중 2위가 자살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도박과 같은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을 결정하여야 하는가? 좋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자유로울 수 있으니, 3년 동안 죽은 듯이 공부만 하면 된다고 강요해야 하는가?
지난 4월 중학 2년생 김모양의 유서는 이렇다. “내가 죽는다고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겠지. 선생님의 강력한 몽둥이도… 강력한 두발 규제도… 선생님이 공부하라는 소리도….” 학생들이 죽어가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 학교 현실. 더 이상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교육의 중단을 요구하는 이 시간에도 학생들은 방학 보충수업을 위해 아침 8시 등교하여 오후 5시 하교하며, 문제집과 씨름하고 있으며, 타율적인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학교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끼리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기관에 불과하며, 교과서를 버리고 문제집을 푸는 학원과 다를 바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음을 가르쳐야할 학교가 명문대를 위해서, 출세를 위해서는 친구들의 안타까운 죽음조차 외면하는 반교육적인 장소가 되어 버렸다.
두 학생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사가 아닌 학교와 우리 사회에 의한 타살이다. 더 이상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점수와 경쟁만을 우선시하는 교육에서 학생들의 다양성과 개성,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 두 학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두 학생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없도록 부산시교육청은 시민단체와 함께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라
2. 학교 보건실 응급체계를 제대로 마련하고,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충격에 휩싸인 가족과 주변 학생들에 대한 적절한 치유프로그램을 실시하라.
3.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무시하고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체벌을 하는 반인권적 교육을 폐지하도록 교육청은 대책을 마련하라
4.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일어난 사고도 안전공제회를 통해 정상적인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조 치하라
5.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야간자율학습을 타율이 아닌 자율적으로 운영하 고, 심야학원 시간을 규제하여 학생들의 건강권을 보호하도록 부산시교육청은 나서라
6. 점수와 경쟁이라는 입시체제로 학생을 내몰며 학교교육을 파행을 만들 고입연합고사 부활 음모를 중단하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도록 부산시교육청은 대책을 마련하라.
2007년 7월 18일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부산교육개혁연대 (교수노조 ․ 교육문화센터 ․ 민주교수협의회 ․ 민주노총 부산양산본부 ․ 부경대학생연합 ․ 부산여성회 ․ 도시 속 작은학교 ․ 전교조 부산지부 ․ 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 ․ 평생교육사협회 ․ 국제투명성기구 부산본부 ․ 흥사단) / 부산여성단체연합 (부산성폭력상담소 ․ 사)부산여성의전화 ․ 여성인권문화센터 ․ 사)부산여성사회교육원, 사)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 ․ 부산여성장애인연대 ․ 부산교육문화센터 ․ 부산여성회) / 민중연대 (22개단체)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 청소년희망공동체 숲 / 예비교사모임 페다고지 / 범죄피해자지원센터 햇살 / 부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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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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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교육현장 규탄 기자회견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