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이들을 죽이지 마라
중학교 진단 ․ 학업성취도 평가 전면화 및 고입연합고사 부활 저지를 위한
교육 관련 단체 기자 회견문
부산시교육청은 6월 말, 정식 공문이 아닌 이메일로 각급 중학교에서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의 전 학년, 전 학생들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전제하에 두 가지 안을 제시한 후, 의견수렴을 하였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재 실시되고 있는 지역 교육청별로 중학교 1학년 5개교, 2학년 5개교 표집학교에 대한 학업성취도 평가의 전면적인 확대를 기정사실화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부산시교육청은 부산대학교 부설 교육연구소의 이름으로 고입 입시전형에 대한 설문조사를 각급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고입연합고사 부활에 대해서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용역을 맡겨 사전 작업을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08년 고입연합고사 부활을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의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는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표집학교를 지정해 실시되고 있다.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은 학생 개개인의 성적을 서열화하거나, 학교간의 비교, 지역 간의 비교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표집학교를 통한 전반적인 교육과정의 이해도를 평가하는 것으로써 부산시내 중학교 1, 2학년 25개교. 전체 50개교로 (전체학교 대비 30%. 1학년 15%) 충분한 연구결과의 객관성이 확보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중학교 1학년 모두에게 진단평가를 실시한다는 것은 결국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행학습을 교육청이 나서서 강요하는 것이다. 중학교 2,3학년의 경우, 기말고사 준비와 수행평가에 이어, 학업 성취도 평가까지 준비해야하는 3중고의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현재 80% 수준의 중학생들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연합고사란 선발고사로서의 기능이 이미 상실되었다. 다른 시도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70% 이상이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인 연합고사는 분명 대입수능을 길들이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만약, 교육청의 의지대로 전 학교, 전학생이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시하고, 고입 연합고사를 부활한다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학생 개개인의 서열화는 물론, 비교 가치가 없는 미세한 평균점의 차이로 학교간의 서열화는 더욱 조장될 것이다. 그것은 곧, 30여 년 동안 안정적으로 지속되어 온 평준화 틀의 해체를 의미한다. 나아가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대학입시 준비기관으로 변질시켜 학교의 학원화를 가속시키는 것은 물론, 학부모들에게는 엄청난 사교육비 증가를 가져올 것이며, 지덕체의 조화로운 발달을 통한 전인교육은 학교에서는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교육청에서 말하는 중학교 학생의 학력저하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피사(PISA:국제학력평가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학생들의 학습 능력은 모든 분야에서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학습 동기부분에서 한국학생들은 스스로의 흥미에 의해서 공부하기보다, 사회적 요구에 의해 타율적으로 학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는 무엇을 말하는가? 창의성보다는 암기에 의존한 학습임을 의미한다.
7월 6일. 우리는 중학교 1학년 학생과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잃었다. 이것은 분명 학교에 의한 간접적인 타살이다. 수학교사가 한문을 가르치는 현실. 그런 한문 교사가 성적으로 아이들을 벌주는 현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계속된 학교와 학원, 그리고 야간자율학습에 길들어 스스로의 몸을 돌볼 겨를도 없는 아이들. 일류대학 졸업장만이 한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고 가르치는 학교 교육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두 아이들의 죽음으로부터 대오각성해야 할 부산시교육청이 또다시 ‘학력신장’이라는 미명하에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시험의 굴레로 몰아넣고 있다. 일부 관변 학부모 단체의 의견만을 대변하여 시험이 곧 경쟁력이라는 가장 비교육적인 논리를 아이들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교육정책은 당장 폐기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부산시교육청에 엄중히 요구한다.
첫째, 과도한 시험과 경쟁을 통한 교육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공교육 정상화의 비젼을 제시하라.
둘째, 중학생들까지 대학입시 준비로 몰아넣을 고입 연합고사 부활 계획을 즉각, 폐기하라.
셋째, 두 학생의 사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교육관련 단체와 교육청은 합동으로 실시하라.
2007년 7월 13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교수노조. 교육문화센타. 민교협. 전교조.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참교육학부모회)
|
|
|
성명서 / 보도자료
132
7
6
중학교 학업성취도평가 전면화 및 연합교사부활 저지 기자회견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