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 공개는 반교육적 폭력
학업성취도 평가가 결국 전국의 학생을 “일렬로 줄 세우기” 위한 것임이 드러났다! 교육적 효과 없는 전국단위 성적공개를 중지하라!
오늘 교과부는 작년 10월에 실시한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결과를 공개하였다. 교과부는 국가수준의 학업성취수준을 파악하고 학력격차 해소 및 올바른 교육정책 수립이 목표라고 주장하면서 앞으로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예산을 차등 배분하겠다는 등 시대를 역행하는 대책을 덧붙여 발표했다.
교과부의 발표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평가결과에 대한 신뢰성에도 의문이 가는 이 자료를 지역교육청 단위까지 공개하여 이 발표 이후 학교 현장은 올 10월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에 대비한 무한경쟁에 돌입할 것이며 갖가지 비교육적 파행사례가 속출할 것이 자명하다.
무분별하고 비교육적인 경쟁의 부작용을 막아야할 교과부가 앞장서서 비교육적인 성적 경쟁을 유도하고 있으며 학교를 약육강식의 정글로 만들어가고 있다. 교과부는 이 발표로 인해 파생될 학교현장의 부작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일례로 서울시 교육청은 이번 일제고사 성적공개와 관련해 타시도보다 성적이 낮게 나오자 재채점을 지시해 성적조작을 시도하였다. 교육감이 앞장서 ‘점수경쟁’과 ‘조작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도 방학 중에 재채점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있다.
둘째, 일제고사는 교육부가 목표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경쟁과 평가 중심의 교육정책은 이미 외국에서도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성적 공개 이후 학교 현장의 현실은 기초학력미달학생에 대한 해소보다는 시도별, 지역교육청별, 학교별 성적 올리기에 집중될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부산교육개혁연대에서는 작년부터 시작된 전국단위 일제고사가 학교정보공개와 맞물려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하고, 교육격차를 더 벌어지게 할 것이라고 수차례 지적해왔다. 또 초등학생 때부터 성적경쟁으로 학습 부담감을 주고, 일선학교와 교육청은 ‘1점’ 올리기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실제로 모 중학교의 경우, 학기 중에 매주 주초고사를 실시하여 수행평가에 반영한다 하여 학생은 물론이고 해당 학부모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 학교는 8시 40분에 수업을 시작하여 사실상 0교시를 실시하고 있는 셈이다. 빠른 등교로 인한 스트레스도 받고 있고 예전과는 달리 하락 점수 1점당 매 한 대라는 체벌 위협을 학생들에게 하는 등 반교육적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셋째, 오늘 발표된 성취도 평가 결과는 부산의 동·서 지역 간 계층 간 격차에 따른 교육격차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교육청의 대책은 오로지 방과 후 학교‘점수 올리기 경쟁수업’만 강조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작년부터“학력신장 프로젝터”란 이름으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마치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이 학업성취도 결과의 절대적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최근 설동근 교육감은 전국 최초라고 자랑(?)하는 교장·교감 다채널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업성취도 결과를 가장 핵심적인 평가 항목으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간, 계층 간 격차를 가리기에는 교육청의 대책은 빈약하기만 하다. 교육청이 사례로 발표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의 방과 후 학교 운영은 여태껏 교육적 효과가 없었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예전에는 예체능 등 다양한 과목이 있었으나 일제고사와 성적 공개 발표 이후 실제 시험교과목에 해당하는 수업 위주로 편성하고 이를 외부강사 특히 학원강사에게 맡기는 사레가 학운위 심의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제 방과 후 학교는 ‘점수 올리기 경쟁수업’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시교육청 스스로가 지역교육청, 학교별 서열을 발표하고, 이를 해소할 대책으로 방과 후 학교 운영만 강조하고 있으니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기초학력 미달학생을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함을 당연히 인정한다. 지금 학교에서는 그렇게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또 방과 후 학교의 정상적인 운영을 간절히 원한다. 이와 함께 동·서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관련 대책 수립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를 위해서 범시민적 기구의 구성도 필요하다고 보고 시교육청에 제안한다.
그러나 교육청이 자신들의 교육정책의 실패를 학교와 교사들에게 전가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아간다면 시민적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문제의 진정한 해결은 자신들이 잘못을 인정하는데서 시작됨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청이 진단평가나 성취도 평가를 교육적 목적이 아닌 비교육적 성적 경쟁의 일환으로 몰아간다면 부산의 모든 교육관련 단체들의 일제고사에 대한 폐해를 철회하는 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따라서 이번과 같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전국단위 일제고사와 같이 한줄 세우기식 학력평가를 통해 문제풀이와 석차 경쟁에만 능숙한 학생들을 계속해서 길러내겠다는 교육정책의 발상은 매우 비교육적이며 위험한 생각임을 다시 강조한다. 평가의 결과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는 교육적 손실과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들의 인격과 개성이 존중되고 저마다 타고난 능력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올바른 인격 형성과 사람됨을 추구해야 할 학교교육이 무분별한 경쟁과 시장주의 논리에 따라 입시 전쟁터로 전락되는 것은 국민이 원치 않는 바이며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 뿐임을 밝힌다.
부산시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일제고사와 같이 검증되지 않은 교육 정책의 전면 시행을 중단하고, 국민적 합의와 여론의 형성을 통한 공론(公論) 마련의 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촉구한다.
끝으로, 우리 부산교육개혁연대에 소속된 단체들은 교육당국이 순수한 취지의 학력 진단평가와 정책 연구를 위해 필요하다면 그것은 전체 학생을 모두 평가하여 조사할 것이 아니라 표집에 의한 평가만으로도 충분하며 그것이 공익에도 부합된다는 점을 밝힌다. 그리고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하고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교육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므로 국민적 반감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임을 알림과 동시에 오는 3월 학업성취도도 평가를 일제고사 형태로 저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밝힌다.
2009 2월 16일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부산교육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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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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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연대 일제고사 반대 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