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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30 06:1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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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종만 |
 080630_참학부모회.hwp (28.0 KB), Download : 372 |
 김정숙 실장님. 원곱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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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님이는 배선생을 해방시켜주었다.
-부산영상예술고 교사 배종만-
봉래산 중턱에서 건너편 송도를 바라보면 거기에 남항(南港) 바다가 누워 있다.
그 바다에는 거제도 옥포로 가는 페리보트가 엉덩이에 하얀 거품을 내품으면서 매일 달려간다. 그 바다를 바라보는 산자락에서 배선생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봉래산 할미의 낮잠을 깨우는 18살짜리들과 시끌벅적하게 하루를 함께 지낸다.
범어사 아래 동네 남산동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해서 영도 다리를 건너 1시간씩이나 차를 타고 영도 봉래산 자락까지 다닌 지가 벌써 2년 반이 되었다.
달님이도 저 멀리 명지에서 낙동강을 넘어 새벽 버스를 타고 아침 한나절을 달려서 자갈치 앞바다에 걸려있는 영도 다리를 건너온다. 달님이는 2년 반 전 겨울 바다 바람이 세찬 영도로 발령이 나던 그해 봄에 담임을 하면서 만났던 “딸님”이다. 딸님이는 일찌기 아버지를 잃고 엄마마저 개가를 하여 할머니 손에 자랐어도 이쁜 이름만큼 훤하고 구김살 한 점 없이 상쾌한 달덩어리다.
20년이 넘도록 선생을 하면서 만났던 아이들 중에서 대학 진학을 포기했던 아이는 아무리 기억을 쥐어뜯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왜냐고? 대학 진학을 하지 아니하면 인생의 종을 치는 줄 아는 부모들과 거기에 길들여진 아이들이었으니까. 금싸라기같은 아들 딸들이 대학에 진학 못하면 큰일이 나지. 하늘이 무너질건데? 이 나라 이 땅에서 대학도 안나오고 어떻게 인간답게 산단 말인고?
재작년에 담임을 맡았던 2학년 8반의 18살짜리들도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든 그러하지 않든,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든 말든 대학 진학은 우짜든지 해야 하는 줄 알던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렇게 만난 아이들 중에 딸님이는 머리를 쥐어뜯지 않아도 기억 속에 자리잡은 소중한 나의 “딸님”이다. 영도 다리 건너에 있는 이 학교는 인문계(요즘은 일반계 고라고 한다) 학교가 아니고 영화 제작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전문계 학교(실업고를 요즘은 이렇게 부른다.)이기 때문에 처음에 이 학교로 출근해서는 많은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영화 제작하는 일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함께 생활을 해보니 이게 아니다.
영화를 만드는 일보다 그냥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어느 학교든지 대학에 진학하고 보자이다. 그중에는 어렵게 어렵게 배우를 섭외하고 무거운 촬영 장비를 들고 밤이 깊도록 드라마도 만들고 다큐멘터리도 만들어서 10년, 20년 후에는 김창동 감독이 되고 싶은 학생들도 있지만...
달님이는 대학 진학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기가 죽어지내는 것도 아니다. 학교 연극반에서 아주 즐겁고 신나게 배우를 한다. 청소년 연극제에 참가하여 상도 받아온다. 친구들과 어울리면 한 옥타브 올라간 목소리로 교실을 시끌벅적하게 판을 벌리는 18살의 씩씩함도 항상 가지고 있다. 토요일 오후에는 하단 성당 청소년 미사에 빠지면 안된다고 담임 선생의 조그만 심부름도 해주지 않는다.
25년 전, 사립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시작한 선생질 이후로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선생 생활 거의 대부분을 대학 진학에 목을 매달던 그런 학교에서 선생을 시작했었고 거기에 길들여져 온 선생에게는 얼마나 신선한 충격인가?
이른 아침의 0교시 수업과 깊은 저녁까지 야간 학습에 시달리는 학생들과 교사들 속에서 분노를 가슴에 품은 채 투사가 되어 생활해 왔던 그 학교가 아니다.
딸님이와 그의 친구들을 만나고서부터는 20년이 넘도록 나의 영혼을 짓눌러온 “대학”으로부터 해방을 만난다.
교실과 복도, 그리고 코따까리만한 운동장(?)은 항상 18살짜리들의 힘이 넘치는 목소리와 몸짓의 소리들이 홍수처럼 넘쳐난다.
이 학교의 복도와 교실과 운동장은 학승(學僧)들이 수도하는 운문사처럼 “정숙(靜肅)”하지 않다. 봉래산 자락의 18살짜리들에게 강요되는 정숙(靜肅)함은 철저히 무시당한다. 그러나 봉래산 자락을 헤집고 다니는 정숙하지 아니함에는 18살짜리들의 힘과 건강함이 가득 묻어있다.
딸님이가 졸업을 하고 전화를 해왔다.
‘아부지 죄송합니더. 스승의 날인데도 찾아뵙지 못하고. 알바한다고 바빠서 아부지 찾아갈 시간을 못만들어서 전화로 인사드립니다. 아부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담배 좀 피지 마이소. 아부지의 애인, 배세똥똥구리가 아직 어리다 아입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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