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식 먹다 세제도 먹을라 △ 서울의 한 학교 식당에서 식판을 자동세척기에 넣기 전에 애벌 설거지를 하기 위해 세척대 학교식판 고농도세제
헹굼·잔류허용 기준 없어 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식판 세척에 독성이 강한 3종 세제가 사용되고 있으나, 헹굼 기준이나 잔류 허용치 등이 명확하지 않아 학생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최근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학교 5곳의 식판 세척 과정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자동식기세척기를 이용해 한 차례 세척과 함께 건조 촉진제를 뿌려 뜨거운 바람에 말리는 것으로 식기 세척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ㄱ중학교 영양사 ㄴ(26)씨는 “뜨거운 물로 식판을 충분히 헹궈야 하는데, 사실상 자동식기세척기에서 한 번 정도 헹구는 게 전부”라며 “세제가 식판에 남아 얼룩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건조촉진제를 사용해 말린다”고 털어놨다. 경기 ㄱ초등학교 영양사 ㅂ(38)씨는 “세제 찌꺼기가 남을 위험성은 알고 있지만 1천∼2천개의 식판을 일일이 손으로 헹굴 인력이 부족하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교육청 점검 때도 식판 온도가 70℃ 이상으로 살균이 이뤄졌는지만 살필 뿐 세제 잔류에 대한 점검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고시한 ‘위생용품의 규격 및 기준’에서 3종 화학세제를 쓸 경우 식판에 세제가 남지 않도록,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물로 충분히 헹궈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잔류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 급식계 관계자도 “급식 점검사항에 세제 잔류량 검사 항목은 없다”고 말했다.
자동세척기로 한번만 씻고 건조촉진제로 얼룩 제거
소량도 지속섭취땐 위험
학교 식당에서 사용하는 3종 세제는 중금속과 비소의 허용치가 1종 세제에 견주어 각각 2배와 8배까지 높고, 메틸알코올 허용 기준은 두고 있지 않다. 식약청 관계자는 “자동세척기에 쓰이는 3종의 경우 손에 직접 닿지 않기 때문에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 사용을 허가했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의 ㅇ초등학교 영양사 민아무개(32)씨는 “3종 세제의 원액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두면 구멍이 뚫릴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며 “영양사들이 이 세제가 독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세척력이 좋고 값이 싸 이 제품을 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복지부가 3종 세제에 쓸 수 있다고 허용한 ‘에틸렌글리콜모노에틸에테르’는 남성들의 수정률을 저하시키는 독성물질 혹은 발암물질 가운데 하나로 선진국에서는 니스 등의 용매제로 주로 사용된다”며 “극소량이라도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3종 세제는 복지부 고시에 따라 제조된 것이고 0.2% 이상으로 희석시켜 사용하기 때문에 깨끗이 씻기만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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