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8년 대학입시 수능등급 완화를 위해 대통령께 드리는 학부모 탄원서 > 여러 가지 나라 일에 바쁘실 줄 아오나, 대입 개선(안) 확정 발표기일이 임박했기에 학부모들의 절박한 심정을 담아서 탄원서를 올립니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우리 교육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 노력은 대부분 임시 미봉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 미봉책으로 우리의 교육현실이 달라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학생, 학부모의 부담만 가중시켜왔습니다.
학부모들은 좋은 학군으로 자식을 보내기 위해 고민하고,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휘고 있습니다.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현행 입시제도입니다.
대통령께서는 후보시절에 텔레비전 토론에서 우리나라 교육은 비탈에 선 집과 같아서 비탈을 바로잡지 않은 채 집만 고쳐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많은 학부모들이 감동을 하였고, 이제 그러한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참여정부는 그 취지를 살려 대입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대입(안)은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뜻은 있으되, 실제로는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도록 설계가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참교육학부모회에서는 이번 대입(안)에서 수능등급의 완화와 교사별 평가라는 두 부분만이라도 수정한다면 우리교육을 바꿀 수 있는 개선 안이 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수능등급 완화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입시안은 수능을 과목별 9등급을 해두었습니다. 한 과목에 1등급에 해당되는 학생은 4%이나, 과목별로 골고루 1등급을 받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며, 따라서 점수가 없어진다고 해서 수능부담이 덜어졌다고 생각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는 찾아 볼 수 가 없는 실정입니다.
이에 우리 참교육 학부모회 회원 학부모들은 지난 9월 7일부터 수능 9등급제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와 수능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중년의 학부모들이 서울에서, 부산에서, 대전에서 그리고 광주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국 순회를 하다시피 하였습니다. 때로는 폭우를 맞아가며, 어린 아이들은 친척집에 맡기고, 새벽밥을 지어먹고 집을 나서서 수능등급 완화를 외쳤습니다.
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와서 대입 안을 좀 고쳐달라고 아우성을 하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 있다시피 한 일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서울 강남에 사는 이도 있었고 도시에 사는 이도, 농촌에 사는 이도 있었습니다. 내신전형을 하면 자신의 아이가 불리한 이도 있고, 수능을 완화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학부모들이 한 목소리로 수능완화를 외치는 것은 이 길이 우리 교육을 조금이라도 발전시키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라는 대의에 기꺼이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학교간 격차가 있습니다만 아이들이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자신에게 국가가 배정해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성과를 나타내면 그 노력의 결과를 우리나라 어디에서건 그대로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이 공교육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건 학부모나 아이들이 안심하고 자신들의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히 학교기록중심(내신)의 전형이어야 하고, 수능은 기본 학력정도를 측정하는 참고자료로서 활용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아이들더러 학교 밖 어디에 가서 경쟁력을 갖추어 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수능등급을 완화하는데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수능에, 내신에, 심층면접에, 논술에 정신이 없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수능이라는 한가지 짐은 덜어주셔야 합니다. 한가지 짐이라도 덜고,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할 생각하지 않고, 안심하고 자신이 사는 곳에서 학교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해주시기를 간곡하게 바랍니다.
교사별 평가에 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기계적인 문제풀이를 하는 곳이 아니라 미래선진사회에 걸 맞는 질 높은 교육을 하는 곳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학생에 대한 교사별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학부모들이 교사별 평가를 주장하는 것은 그렇게 해야만이 교사의 자율적이고 전문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할 것이고, 또한 교사에 대한 책무성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교과별 평가는 교사의 질을 높일 수가 없다고 봅니다. 교사의 전문성을 독려하여 미래사회에 걸 맞는 질 높은 살아있는 교육이 일어나게 해야 합니다.
교직이 당당한 전문인으로 인정받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수능등급완화와 교사별 평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주실 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 입시안이 확정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2011년까지 그대로 간다고 합니다. 등급 분포의 숫자 하나에, 그리고 교사별 평가라는 한 구절에 앞으로의 초, 중, 고등학교의 교육이 달라집니다.
지금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절박하고도 중요한 순간인가를 생각하면 학부모들은 숨을 쉬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실질적인 내신 중심으로 갈 경우 대학들이 변별력이나 학교격차등을 명분으로 고교등급제나 본고사 부활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고 충분히 예상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안 된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고 지금까지 자라온 시민 사회의 역량이 있으므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교육을 살리는 근본을 바꾸는 일을 참여정부가 꼭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리며 기대해마지 않습니다.
2004년 9월 20일
사단법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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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대학입시 수능등급 완화를 위해 대통령께 드리는 학부모 탄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