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똑 같이 출제된 중학교 시험문제
경남 양산 ㅇ중학교 사회과목... 학부모단체 "교육청 미온적 대처"
윤성효(cjnews) 기자
▲ 퍼즐을 푼 뒤 보기 중에서 해당되는 번호를 골라 적는 문제다. 2004년(왼쪽)과 2005년(오른쪽)의 가로와 세로열쇠가 똑 같다.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경남 양산의 한 중학교 교사가 낸 중간고사 문제가 지난해와 올해 똑같이 출제되어 물의를 빚고 있다. 시골인 양산 ㅇ중학교에서 벌어진 일로, 한 학부모가 지난 5월 양산시교육청 홈페이지에 비공개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교육청은 자체 감사를 벌인 뒤, 징계위원회도 열지 않고 해당 교사를 보직해임하고 오는 2학기에 전보발령 내기로 했는데, 학부모단체는 '교육청에서 무마하기에 급급하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전교생 48명인 ㅇ중학교는 지난 4월 25일 중간고사를 실시했다. 특히 2학년 사회과목 문제지가 지난해와 똑 같이 출제되었다. 전체 24개 문항 가운데 20개항이 지난해와 똑 같고, 3개항은 보기와 설명이 약간 다르며, 새롭게 출제된 문제는 1개항에 불과하다.
▲ 2004년도 8번 문제와 2005년도 5번 문제가 지문과 보기가 똑 같다.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세계사와 국사로 나눠 출제되었는데, 단지 문항 배열 순서만 다를 뿐이며 문제 형식이나 지문까지 똑 같다. 가령 퍼즐을 풀어보고 정답을 적도록 하는 문제에서는 퍼즐 형식뿐만 아니라 가로·세로의 열쇠가 되는 설명까지 똑 같다. 또 한 학생이 유럽 배낭여행을 간 뒤 교사한테 편지를 보내 유럽의 한 건물을 설명해놓고 정답을 찾도록 한 문제도 중심 내용은 똑 같다. 국사 문제의 경우 삼한시대의 지도와 설명까지 똑 같이 출제되어 있다. 또 문제를 설명하면서 실제 학생들의 이름을 거명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학교 운영위원의 자녀는 유럽 배낭여행을 간 학생으로 묘사해 좋은 이미지가 들도록 했고, 다른 학생들은 원시생활을 하는 것으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와 이 학교 학부모들에 따르면, 2학년 중간고사 문제뿐만 아니라 1학년과 3학년도 지난해와 같은 문항이 많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 5월 교육청에 비공개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는 "해당 교사는 수업 시간에 10분씩 늦게 들어오는 일이 잦았고, 시험기간에 학생들의 교무실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데 일부 학생들을 출입시켰다"고 함께 주장했다. 또 이 학부모는 "우유급식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교사가 '너는 왜 우유를 안 먹니' '돈이 없어 못 먹니' '너네 집 우유 장사하니'라고 말하는 등, 체질상 우유를 먹지 않고 요구르트나 딸기우유 등을 먹는 학생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했다"고 주장했다.
▲ 2004년도 7번 문제와 2005년도 6번 문제가 똑 같고 단지 보기의 순서가 조금 다르다.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교육청 특별장학지도 벌여 행정조치 내려 ㅇ중학교는 학생수가 적어 교감이 없으며, 교무부장이 교감 역할까지 맡고 있으며, 해당 교사는 이 학교의 교무부장으로 있었다. 민원이 제기되자 양산시교육청은 특별장학지도를 벌였으며, 민원의 상당수 내용이 사실임을 밝혀냈다. 이에 지난 6월 3일 시교육청은 해당 교사에 대해 ▲학생과 동료 교사들에게 사과 ▲교장한테 각서 제출 ▲빠진 수업에 대한 보충수업 실시 ▲보직(교무부장) 해임 ▲2학기 타 학교 전보 등의 행정조치를 내렸다. ㅇ중학교 교장은 "민원은 상당수 내용이 사실에 부합했다"면서 "이번 일로 해당 교사가 심리적 부담이 심해 병가를 낸 뒤 학교에는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문제지가 지난해와 같은지를 교장이 일일이 검토할 수 없는 점이 있었다"면서 "우유급식과 관련한 발언은 비인격적이라기보다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우유를 권유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산시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민원이 제기되어 특별장학지도를 벌였고 2학기 교원인사 때 해당 교사는 다른 학교로 발령낼 것이며, 교육장 명의로 해당 학부모한테 편지도 보내 작은 지역인 만큼 사기 진작을 위해 양해해 달라고 당부했다"면서 "해당 교사를 비호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해당 교사는 "학교 공문 처리 등 업무가 많다보니 빚어진 일"이라면서 "1·3학년의 시험 문제지는 같은 게 없고, 2학년 문제지도 자세히 보면 다르며, 시험 치르기 전에 학생들에게 지난해 문제지를 참고하라는 말을 했기에 공평하다"고 말했다. 또 해당 교사는 문제지에 실제 학생 이름을 거명한 것에 대해 "옛날 역사 이야기라도 친구의 이름이 나오거나 연예인의 이름이 나오면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어 활용한 것이지 인권 침해 차원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또 우유급식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 그는 "한 명의 학생이라도 우유를 먹도록 하자는 차원의 순수한 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 실제하는 한 학생의 이름을 거명한 뒤, 그 학생이 유럽 배낭여행을 가서 교사한테 편지를 보내면서 유럽의 어떤 건물을 설명해 놓은 지문이다. 2005년도(오른쪽) 문제의 지문에는 학교가 있는 마을의 풍경이 그립다는 인사말이 붙어 있을 뿐 유럽 노트르담 성당을 소개한 내용은 똑 같다.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학부모회 "정당한 징계절차 거쳐야"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되어 사실로 확인되었는데도 해당 교육청은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행정조치만 내려 무마하려고 했다"면서 "처음 민원을 제기했을 때 교육청에서 제대로 처리했더라면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청의 성적관리규정에는 이미 출제된 문제와 같으면 안된다는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해당 교사를 직위해제하고 다른 학교로 보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정당하게 징계절차를 거쳐 합당한 처분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 우리나라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를 설명한 문제로, 2004년과 2005년 모두 실제하는 학생의 이름을 열거했으며, 그 뒤에 설명해 놓은 내용도 순서만 다를 뿐 똑 같다.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 2004년도 21번 문제와 2005년도 19번 문제로 설명과 지문이 같으며, 단지 보기 다섯개 항 중 한 개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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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에 부여와 삼한 고구려 등을 그려놓고 번호를 적어 놓은 뒤, 각 문제의 설명에 해당하는 번호를 적게한 것이다. 2004년도 22~25번 문제와 2005년도 20~23번 문제가 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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