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농어촌 교육문제의 해결책인가?
윤숙자(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
<지역 주민들도 모르는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지침>
우리 회는 기본적으로 농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반대 하는 입장이다.
정부가 발표한 농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군단위에 있는 지회 몇 곳으로 전화를 했다. 그러나 우리회의 기본 입장을 잘 알고 있는 회원들조차 올해 정부가 소규모 학교 103개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2010년 이후에도 매년 100개교 이상 통폐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회가 통폐합을 반대하는 것과는 달리 지역 주민들은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아이들이 먼 거리를 통학 하는 것은 걱정되지만 그래도 읍내로 나가면 최소한 복식 수업은 안할 것이고, 승진 점수 때문에 잠깐 거쳐가는 열정없는 선생님들은 없지 않겠느냐는 이야기 였다. 학생 수가 많으면 공부도 더 열심히 할 것이라는 기대 또한 그 지역 학부모들이 통폐합을 찬성하는 요인중의 하나라고 한다.
여기서 나는 몇 가지 문제를 제기 하고자 한다.
우선 먼저 교육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해당 지역의 주민들조차 모르고 있는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인 농어촌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조차 없었다는 이야기다.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검증과정 없이 지속되고 있는 통폐합 정책>
1981년부터 진행되어온 소규모 학교 통폐합정책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점검과정 없이 지속되고 있다. 통폐합 이후 농어촌 교육문제가 얼마나, 어떻게 변화 하였는가에 대한 점검이 있어야 한다. 통폐합이 농어촌 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교육과정의 정상화, 그리고 교육재정의 합리화에 어떻게 기여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 하다.
강원도 지역의 경우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추진된 지난 1982년부터 도내에서 408개교가 사라지고 경제논리를 앞세워 통폐합을 강력히 실시한 1998, 1999년 2년간 무려 105개교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2009.4.20 강원일보>
이러한 식으로 폐교된 학교가 전국에서 얼마나 많으며 앞으로 또 얼마나 많아질 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자녀의 도시 전학은 다시 인구감소를 부르고 통폐합 된 학교가 또 언제 농어촌인구 감소로 또 다시 통폐합 대상 학교가 될지 우리는 알수가 없다. 이러한 악순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므로 1981년 이후부터 실시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농어촌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농어촌 지역 교육문제 해결에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세밀한 실태조사에 근거한 점검과정이 우선 선행되어야 한다.
선행된 정책에 대한 점검과정 없이 진행되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돌아오는 농어촌’이 아닌 자녀 교육문제로 계속 ‘농어촌을 떠나야’ 하는 구조를 가속화 시킬 뿐이다. 이러다가 농어촌 지역에서 학교도 마을도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소규모 학교의 복식수업 증가가 학부모들의 불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도․농 간의 교육격차 또한 농어촌지역 학부모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도시지역보다 도서벽지학교 아이들의 학습동기가 낮고, 교육에 대한 열정 보다는 도서 벽지 근무점수를 따기 위해 농어촌지역 학교를 잠시 거쳐 가는 학교로 생각하는 교사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이 그 지역 학부모들로부터 농어촌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뒤떨어진다고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대다수 농어촌 학부모들이 통폐합을 찬성하는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 학생들의 낮은 학습 동기, 교육격차가가 발생하는 원인이 학교 규모가 작아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수는 없다. 도·농간 학력격차, 학업성취도 차이는 학교교육에서 기인하기 보다는 가정과 지역사회 환경에서 비롯된다.
농어촌을 살리고자 하는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시각 결여, 잠시 잠깐 돈 퍼주는(예산 지원) 선심성 예산지원으로 통폐합 만능의 정치 논리와 경제논리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농어촌문제와 교육문제를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몰아 가고 있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통폐합되거나 폐교된 학교가 2006년 42개교에서 2007년 108개교, 2008년 91개교, 그리고 올해는 103개교가 될 전망이다.
‘10년 후에는 초등학교의 절반 정도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농촌사회도 유지되기 어렵다. 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 2009.4.20 농민 신문, 강원 평창 면온 초등학교 교장>’
정부의 정책 결정과정에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는 아예 없다.
< 통폐합 보다는 농어촌 교육 지원을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통폐합이 농어촌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되어서는 안된다.
국회에 계류 중인 ‘농산어촌교육지원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여 농촌 소규모 학교에 더 많은 투자와 특단의 지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적 열의가 있 교사를 농어촌 지역에 우선 배치하여 특별 지원하고 장기 근무를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농촌의 풍부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한 소규모 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많지 않다. 그러므로 도시의 거대 학교, 거대 과밀 학급과는 달리 교사가 소수의 학생들 하나하나를 살피면서 개별적인 생활지도와 학습이 가능한 이상적인 교육환경이 될 수 있다. 이는 ‘작은 학교 살리기 ’, ‘대안학교 운동’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성과와 가능성이 현실화되기도 전에 통폐합의 문제가 또 다시 전면화 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성급하다. 점차 성과를 거두어 가고 있는 '작은 학교 살리기'와 같은 성공적인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지원 하는 정책을 전면화 하는 것이 농어촌을 살리고 교육을 살리는길이다.
농어촌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가 겪는 불만과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지금 당장의 대안을 제시 하지도 못하면서 통폐합을 반대 하는 것이 농어촌지역 학부모들의 정서와는 배치 될수 있다. 길은 멀리 있어 보이지도 않고 지금 당장은 통폐합이 해결 책으로 보이는 현실이 안타 깝기만 하다. 그렇다고 결코 대안이 될수없는 통페합을 찬성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정책 입안자들의 몫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통폐합이 만능 해결사인 양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중단하고 찬성과 반대를 떠나,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정으로 농어촌 교육을 살리고 농촌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에 대해 국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적극적인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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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농어촌 교육문제의 해결책인가?-오마이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