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딜레마'
살다보면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남편이나 아내, 부모나 형제, 연인과 동지 등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숨겨져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이기에 모르는 타인에게서 받은 상처보다 더 깊고 아프게.
몹시 추운 겨울 밤, 깊은 산 속에 사는 한 쌍의 고슴도치가 얼어 죽었습니다.
그들은 매우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 있어서 몸을 녹이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상대의 몸을 서로 찌르게 됩니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지면 추위를 견뎌낼 수가 없지요.
한 쌍의 고슴도치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려고 밀착했다가 가시에 찔려 떨어집니다.
또 다시 추위 때문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피부를 찌르는 고통 때문에 또 서로 분리됩니다.
둘은 서로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결국 얼어 죽고 말았습니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우화인 ‘고슴도치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가까이 다가 갈수도 그렇다고 떨어 질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을 두고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합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이런 곤란한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되죠.
특히 사춘기 아이를 둔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고슴도치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부모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때로는 공격적으로 반항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이죠.
아이에게 다가가려니 가시에 찔릴 것 같고, 떨어져 있자니 불안합니다.
“참 부모 노릇 하기 어렵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옵니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이런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외부적인 조건을 제외하고 서로의 관계 속에서 한번 보겠습니다.
무엇보다 부모, 자식이라는 이유로 결속만 강조하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분리를 막고 있는 전통적인 가족관계에 원인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분리를 경험하면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습니다.
나와 남을 구분하는 일차적인 경계선으로서 몸에 대해 눈을 뜨고, 이와 함께 정신적인 경계선으로서 ‘자아 정체성’도 갖추게 되는 것이죠.
특히 정신적인 경계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자칫 정서와 행동의 불안, 주체성의 혼란 등 ‘경계성 장애’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부모도 아이의 분리와 독립을 겪으면서 자신의 부모에게 결속 당한 과거를 극복하고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죠.
그리고 아이의 반항이라는 가시에 찔려 아픔이 크다면 부모 또한 아이를 욕망이라는 가시로 찌르며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관계는 적당히 거리를 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고슴도치의 가시가 원래 부드러운 털이었던 것처럼 자식사랑이라는 부드러운 털이 이기적 욕망이라는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버린 현실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고슴도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아이 문제로 고민하고, 가족 간에 상처를 주고받고 계십니까?
고슴도치의 딜레마를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2009.5.18/참교육학부모회 울산지부장 고영호) |
|
|
자유게시판
132
7
7
고슴도치 딜레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