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 |
|
 |
 |
|
|
 |
2008-11-03 12:42:14 |
|
|
 고영호 |
 부끄러운, 너무나 부끄러운 |
|
|
최근에 고민스런 두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10월 14일에 언론에 보도된 온산중학교 학부모들의 ‘체벌동의서’ 문제이고,
나머지 하나는 10월 21일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신정중학교에 내린 학생인권 관련
권고 결정입니다.
온산중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수업방해와 학내폭력 사건이 생기자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으로 “선생님의 학생들에 대한 사랑의 체벌을 허용함을 동의합니다”라는
동의서를 학부모들에게 받았다고 합니다.
언론 보도에는 80-90%의 학부모들이 동의했다고 나왔지요.
학교 홈페이지에 어느 학부모는 자신은 체벌에 반대하지만,
동의서가 학교 규율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서명했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동의서에 서명한 대개의 학부모의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학교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인데요,
학부모단체에 있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부끄러운 것은
그 불안을 진정시키는 방법이 체벌이었다는 사실입니다.
폭력 사용을 경고하거나 직접 사용해서 질서를 지키는 행위는 정당성 없는 권력이
즐겨 쓰는 지배방법이잖아요.
그런데, 학생에 대해 우리 사회가 그런 수단을 사용하고 있는 거고요,
그나마 마지막 보호막이랄 수 있는 부모들이 동의하는 현실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신정중학교의 경우,
지난 2007년 5월에 두발자유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시위를 했는데,
학교 측에서 이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강제 해산시키고,
집회를 이끌었던 20여명의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10월 21일에
“점심시간에 벌어졌던 울산 신정중학교 학생들의 학내집회를 학교 측이 불법집회로
규정해 강제해산시킨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고,
"집회 당일 학교 측이 정규수업시간에 집체교육을 시키고 집회 주동학생 20여명의 발바닥을 10대씩 체벌한 것은 학생들의 자기의사결정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이며,
"체벌을 직접 행한 김모 교사와 체벌을 방조한 교장 및 생활지도부 소속 하모 교사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이죠.
제가 이 소식을 접하고 먼저 당시 체벌을 당했던 20여명의 학생들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 그 아이들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비록 앞에 나서는 바람에 피해를 봤지만 그 노력이 결국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이끌어낸 것 아니겠냐는 위로를 받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우리 사회가 정상적이라면 체벌을 직접 했던 교사나 그 주변 교사가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그 아이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겠지요.
그러나 어느 교사도, 교장도 그런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이번 인권위의 권고로 학교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사, 교장, 교육청을 탓하기 이전에 스스로 부끄러웠습니다.
대개의 학부모도 그럴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얘기합니다.
교육문제에 정답이 없다고요.
그러나 이것 하나는 분명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아이들이 처한 현실과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양심에 거리끼어 볼 낯이 없고 매우 떳떳하지 못한 마음이 든다는 사실입니다.
부끄러움이지요.
그래서 저는 부끄러운, 너무나 부끄러운 학부모입니다.(2008.11.3)
|
|
|
|
|
|
|
|
132
7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