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고입의 문제점
이름 참교육 날짜 2005-11-26 [15:57] 조회 66 추천 0
이번 의정부지역 고교 지원상황을 지켜보면서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알아본 자료들과 필자가 생각하는 문제점들을 두서없이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올해 인문계 고교 입시 지원상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효자고(신설) : +130명
상우고 : +75명
광동고 : +34명
경민고 : +30
의고 : +28명
의여고 : +16명
송현고 : +4명
호원고 : +4명
부용고 : -35
영석고 : -120(미달돼도 추가모집 안하며, 학교에는 미안한 얘기지만 심하게 기피하는 학교임)
그러니까 부용고에서 35명을 흡수한다고 하더라도 280명 정도가 관외로 나가야할 형편이며 이미 관외로 원서를 지원한 아이들까지 합하면 400명이 넘는 중학생들이 밖으로 나가야할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의정부 교육청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대책도 없이) 관외에 미달된 학교 찾아갈 수 밖에 없다며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학부모들의 글에도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도 괜찮은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러면 이런 지원상황에 따른 문제점을 예측해 보겠습니다.
첫째, 탈락한 아이들 중에 **하는 아이가 있으면 어쩌나, 누가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입니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관외로 멀리 학교를 다닐 경우에 도중에 학교를 중퇴하는 아이들이 많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학교는 멀고 패배감에 빠진 아이들이 도중에 학교를 중퇴하고, 그야말로 사회의 문제아(낙오자)로 전락하는 경우는 자주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이 아이들의 인생을 누가 책임질 것입니까.
셋째, 아이들이 겪게되는 자신감, 자존감의 상실입니다. 아이들은 공부를 못해서 관내학교를 가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는 창피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학교를 다니며, 자신을 무가치한 인간으로 여깁니다. 이러한 심리상태는 어른이 된다고해서 쉽게 극복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받게될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에 어른들은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공부 못하는게 죄입니까?
아니,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설사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한다 하더라도, 그중에서 일정한 숫자 만큼은 관외로 나가야하며, 상대평가 제도하에서는 희생양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러면 올해 입시지원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이런 사태까지 벌어졌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첫째, 결과적으로 의정부 교육청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몇년 전만하더라도 교육청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상황을 보고받으며, 특히 원서 접수 마지막 날에는 실시간으로 중학교들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고등학교별 지원 숫자를 조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작년에도 올해도, 어느 학교 3학년 부장이 통계내서 각 학교에 보내주는 정도로 조정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니 각 중학교들에서는 예상점수에 맞춰 지원을 하고, 5시가 다 되어서야 뚜껑을 열어보니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미 예견되었던 참사입니다. 작년에는 미달사태, 올해는 이렇게 엄청난 탈락자를 만들어낸 교육청에서는 책임을 피하고 감추려고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할 것입니다. (피한다고 피할 수 있고, 감춘다고 감출 수 있는 수위를 넘었습니다.)
둘째, 이것도 역시 교육청의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수급조절을 합리적으로 했나 하는 문제입니다. 관내로 들어오는 학생수를 더 면밀하게 파악했어야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면밀하게 파악 했다 하더라도 문제점이 남는 것은 있습니다. 관외 학생들 중에서 의정부로 지원하려는 생각이 없었으나, 나중에 마음이 바뀐 경우도 얼마든지 있으며, 또한 관내 학생들 중에서도 특목고나 특성화고 등으로 진학하려고 마음먹었다가 뜻대로 되지 않아서 관내를 지원하게 된 학생도 꽤 많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 관내 학급수를 좀더 넉넉하게 잡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 문제도 교육청에서 책임을 벗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셋째, 이번에 신설되는 효자고의 입시담당업무를 맡은 송현고에서 전혀 지원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가 마감시간이 임박해서야 엄청나게 넘친 사실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담당 엄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송현고도 문제지만, 교육청은 이렇게 될때까지 뭐하고 있었냐는 것입니다.
그러면 고질적인 의정부 지역의 고입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당연히 평준화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문제이니 여기서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아울러 이 지역에,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심각하게 기피하며, 모두가 알다시피 문제 투성이인 학교가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교육부에서는 그런 학교를 '사립학교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한지 몇년입니까?
둘째, 이 지역은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공부 못하면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공부 못해도 밖으로 안 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공부못해도 자기 지역 안에서 공부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90%가 넘는데(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그럴것입니다.) 어째서 이 지역은 그런 생각을 못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 문제에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이 지역의 아이들은 언제까지나 고개 숙인채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매일매일 3년 동안 멀고먼 학교를 다녀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눈앞에 닥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 교육청의 대안은, 의정부 주변의 양주백석고(-130), 덕계고(약-10), 청학고(-36), 동두천 정보산업고(약 -70), 남문, 보영 등 조각보 만들듯이 조각조각 아이들 숫자를 맞춰서 들여 보내고 그래도 안되면 멀리멀리 어딘지도 모르는 토평 등(기타 나머지는 잘 모르겠음)의 지역으로 아이들을 보내겠다는 생각입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뿐만아니라, 이러다가 2차 지원에서도 떨어지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둘째, 많은 학부모들이 어느정도 합리적이며,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해결책은, 아직 설립되지 않은 효자고등학교에 3학급정도를 늘리면, 멀리멀리 가지 않아도 또는 조각보처럼 아이들을 짜맞추지 않아도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도교육청이나 제 2교육청에서는 이미 학급수 인가가 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둥 상황파악 못하고, 관료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소리만 하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생각해 봅시다.
교육청에서 말하듯이, 또는 우리가 아무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는 것처럼 생각하자면(관외에서 들어오는 숫자만큼 나가야 한다면) 올해는 400명이 나갑니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내년에는 600명 들어오면 600명 나가고, 1000명 들어오면 이 지역아이들 1000명이 나가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들어오는 숫자만큼 나가야 한다니 말이나 됩니까?
이 지역아이들의 학교 선택권이 이렇게 심각하게 침해 당하는데, 명문고가 있어서 어쩔수 없다느니 이런 한가한 말이나 하고 있으니,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사람이고 공부 못하면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가치도 없다는 말입니까? 관외에서 의정부 지역의 고등학교로 들어오는 것이 제한된다면, 그쪽 지역에서는 그 지역 자체의 '명문고'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말입니다.
너무나 답답하고 할 말이 많아서 길어졌습니다.
참교육 학부모회든지 전교조든지 누구든지 나서서 이지역 고입문제에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책을 하루속히 찾아야할 것입니다. 더욱 중요하고 빠른 방법은 교육청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저는 이지역에서 문제 해결이 안 되면 청와대까지라도 갈 것입니다. (무조건 최상위 관청으로만 가겠다는 뜻이 아니라, 사안으로 볼 때 충분이 그정도로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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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26 의정부 고입의 문제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