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창
학교급식으로 들어올 미국산 쇠고기, 이렇게 막자
2003년 12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된 이후, 미국은 쇠고기 수입재개를 이루기 위하여 강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미 FTA의 선결조건으로 쇠고기 수입재개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수입검역 과정에서 무려 세 차례에 걸쳐 뼛조각이 발견되었으며 한국이 직접 미국 수출작업장 위생 점검을 실시한 후, 문제가 있는 부분의 시정을 촉구하였으나 이에 대한 개선조치는 없고, 오히려 검역조건이 완화되어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각계의 전문가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국내시장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는 국민의 건강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라 하겠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는 안전망 구축에 대한 대비는 고사하고 이러한 부담을 고스란히 개인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즉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사 먹지 않을 것이라는 무책임한 얘기를 하고 있다.
이력제는 한우 1%만을 대상으로 시범으로 할 뿐
그러나 수입육이 한우로 둔갑, 판매가 되더라도 내부고발자가 없이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어느 누가 미국산 쇠고기를 적절히 피해갈 수 있을까?
농축수산물유통이력제, 쇠고기이력추적시스템 등등 제도적으로 온갖 방법을 말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한우의 1%만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제도이다.
또한 첨단산업이라는 일컫는 정보(IT)기술을 사람보다 더 신뢰하는 뭔가 뒤집혀진 세상에서 올바른 소비생활이 가능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너무나 우울해지고 만다.
그래도 백번 양보해서 각 가정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용케 피한다고 치자. 피급식자의 자율성이 일정 부분 제한을 받고 있는,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학교, 기업, 군대, 병원 등에서 이루어지는 단체급식은 어떻게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특히 학교는 이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적게는 몇 십 명에서 많으면 수천 명에 이르는 아이들에게 매일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전 국민의 16%가 학생이다. 735만 여 명. 실로 엄청난 학생들이 매일 학교급식을 먹고 있다.
원래 식품위생법 제2조 용어의 정의에 의하면 단체급식을 실시하는 ‘집단급식소’는 영리를 목적으로 할 수 없다.
그러나 효율성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서 단체급식의 운영을 위탁형식으로까지 확대하면서 민간위탁단체급식은 ‘이윤’을 고려하는 외식산업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하였다.
피급식자, 즉 학생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학교급식이 위탁으로 운영될 경우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일반식당 내지 기업’으로 변모하여 그 정체성이 모호해져 버린다.
또한 값싼 일일식단가는 필연적으로 학교급식의 질 저하를 가져온다.
실제로 3～4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는 직영과 위탁을 떠나 수입쇠고기를 많이 사용했다.
그 이유는 우선 단가가 한우에 비해 매우 저렴한데다 한우의 유통경로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과거에 젖소고기라 하여 기피하던 육우(肥肉牛)의 사용량이 수입쇠고기 사용을 대체하고 있다(육우는 젖소인 홀스타인종 중에서 젖을 낼 수 없는 숫소를 고기를 취하기 위하여 기른 것으로 ‘한우’와 구별하여 ‘국내산’으로 표기, 유통되고 있으며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많은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육우 가격의 상승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육우를 사용하고 있는 학교영양사들의 말을 빌자면 지속적인 육우의 품질 개발(?)로 인하여 과거의 젖소고기보다 육질, 즉 맛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육우도 저가의 수입육보다 비싼 까닭에 직영으로 운영하는 학교에서도 아직까지 수입쇠고기를 사용하는 곳이 있고, 갈비류는 오히려 수입육을 선호하고 있다.
현재 많은 초등학교에서는 주로 3등급 한우를 사용하고 있고, 육우․수입의 경우도 호주산 3등급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체격이 큰 중․고등학생들은 실제 섭취량이 2~3배이므로 일부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 대안학교를 빼고서는 한우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실제적인 소비량을 고려하면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거의 70%에 달하는 쇠고기가 육우 및 수입산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리나라 쇠고기자급률이 50% 이하인 것과 맞물려 있는데, 특히 위탁급식학교는 거의 100%에 가까운 업체가 수입쇠고기를 사용하고 있다(2006년 현재 위탁비율은 초등 0.4%, 중학교 24.8%, 고등학교 43.9%임).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이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수입쇠고기보다 서너 배가 비싼 한우를 사용하느니 수입쇠고기를 푸짐하게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학교급식 사용 쇠고기의 70%가 육우․수입산 추산돼
그러면 이제 이러한 학교급식을 미국산 쇠고기로부터 지켜내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방법은 있다. 학교급식은 많은 시민단체 또는 학부모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지원에 의한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일부 기초단위의 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수익자부담원칙에 의해 급식이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특히 공립학교의 경우 모든 급식운영에 관한 사항은 매년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 산하 전문기구로서 급식소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였다(사립학교의 경우 학교운영위원회는 심의가 아닌 자문기관이다.
그러나 급식과 관련해서는 학생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적극적인 의견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교급식 운영의 내실화를 위한 ‘2007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따르면 급식소위원회를 구성, 운영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첫째 학부모로서 학교운영위원회 및 급식소위원회에 참여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함으로써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의 선정 및 검수, 위생 점검 등을 할 수 있다. 물론 식품학이나 영양학 또는 관련업무 담당자가 아니면 전문성을 갖추고 참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양질의 식재료 선정, 검수기준에 의한 검수, 적어도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 등은 요구하여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학교홈페이지를 통해 학교급식 운영에 관해 공개된 정보(식재료의 선정과정 및 납품업체, 식재료의 질 등)를 검색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개선을 강력히 요구해야 할 것이다.
셋째,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단백질 섭취가 권장량의 169%를 넘었다. 육류의 영양을 상징하는 단백질의 과다섭취가 오히려 건강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점차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학교는 학부모 및 학생들에게 이러한 육류의 과다섭취에 대한 문제점을 명확히 알리고 육류의 사용량을 점차 줄여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정해진 급식비 안에서 육류는 소량만 섭취하더라도 영양량은 충족되고, 학생들은 만족할 수 있는 식단을 구성하여 제공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살림 회원이라면 식품안전에 대한 지식 내지 정보가 어느 정도 축적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지적 역량을 발휘하여 학교급식담당자(영양교사, 영양사) 내지 학교장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결을 위해 고민한다면 우리 학생들은 미국산 쇠고기로부터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적으로는 지속적인 저항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국민건강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데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명옥 안양삼성초등학교 영양교사,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 tarjan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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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소비문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