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가리기‘의미 줄이기’ 안간힘
이명박 정부가 검찰의 표적 수사, 반 서민․민생 정책, 국민과 소통 거부, 남북관계 파탄, 검-경을 내세워 집회․표현의 자유 등 국민 기본권을 자의적으로 틀어쥐고 공안몰이를 함으로써 민생과 민주주의가 껍데기만 남은 채 후퇴하는 위기상황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자 대구․경북 지역 17개 대학 교수들이 지난 5일 5년 만에 시국선언을 했다.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지역 공중파 텔레비전 3사는 자사 입장에 따라 대학 지성들이 고심에 찬 선언을 교묘히 돌려 보도하거나 차단함으로써 대구․경북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한편 ‘낙동강 살리기’로 대변되는 ‘4대강 살리기’에 대해서는 ‘갈 지(之) 자’ 보도․토론으로 여전히 지역민을 헷갈리게 했다. 반면 정부가 준비 없이 추진한 대구시․경상북도의 ‘희망근로’에 대해서는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불거지기 시작한 문제점의 실상과 원인을 비교적 충실히 다뤘다.
17개 대학 3백여명 한 목소리
대구․경북 17개 대학 교수 3백9명(보도 매체에 따라 3백12명, 3백13명)이 지난 5일 경북대 교수회 회의실에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대구경북 대학 교수 일동’ 명의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 교수들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의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 운영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이미 지난 3일 서울대․중앙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했고, 4일에는 부산지역 대학교수들이, 5일에는 경남지역 교수들이 잇따라 시국선언을 했다. 8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와 성균관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영․호남을 포함한 전국으로, 사회원로, 시민단체로 확산됐고 대학생, 네티즌 등이 잇따라 합류했거나 할 예정이다. 각계가 ‘선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 훼손해 참여’
그러면, 무엇 때문에 상아탑의 지성들, 사회원로, 시민들이 시국선언의 장정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가?
이들의 시국선언은 경희대 교수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국민들의 애도와 슬픔은 현 정부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듯이, 이명박 대통령과 그 정부가 국민을 무시하고 소통을 외면하는 오만함이 온 국민이 그 동안 역사의 고비 고비에서 피 흘려 세운 민주주의의 근간을 여지없이 흔들고 있다고 한 결 같이 지적한 데서 명확히 드러난다.
교수 등 시국선언 참가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전면적 국정 쇄신, ▲검․경 개혁, ▲서민 살리기를 포함한 민생 정책, ▲집회․표현의 자유 침해 반대 등 민주주의 회복․민생 살리기를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대구․경북 교수 3백여 명은 지난 5일 ‘현 시국이 독재냐 민주주의냐의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는 인식 아래, 구체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또한 한미쇠고기협상 파동에 대한 시민의 촛불 시위를 억압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미네르바 구속 등을 포함한 인터넷 언론의 봉쇄, MBC PD수첩의 수사와 KBS, YTN 사장의 교체 등 방송의 탄압, 그리고 6명의 무고한 서민들의 죽음을 몰고 온 용산 참사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일관되게 인권과 민주주의를 억압한 결과‘라고 밝혔다. 시국 선언 교수들은 해결 방안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한 데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 국민 사과, 국민과의 적극적 대화 촉구, 무리한 수사 주체인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대검중수부장 해임,
▲헌법에 보장된 집회,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고 탄압하는 경찰관계자 즉각 파면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
▲민주주의 감시자인 언론과 방송에 재갈을 물리려는 미디어관련 법안 제정 즉각 포기, 언론․출판의 자유 보장,
▲가진 자들만을 위한 정책 폐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철거민의 주거권 확보 등 서민들의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전환
등을 촉구했다.
민주주의 일으켜 세우고 민생 정책 세우기
문제는 언론이다(대구․경북 시국선언 교수들이 ‘선언’에서도 지적했듯이). 이날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지역 공중파 TV 3사는 다음과 같이 일제히 비중 있게, 그리고 특색(?)있게 보도했다.
▲대구MBC-시국 선언 전날(4일) △‘내일 시국선언’ 제목 기사를 머리로 올려 ‘현 정권의 각성과 변화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동향을 다뤘다.
이어 5일에는 ‘국정운영 반성 촉구’ 제목의 머리기사로 올려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애도를 표한 것이 단순히 전직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충격과 연민 때문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한 저항이요, 반성을 촉구하는 적극적 행위란 걸 인지해야 한다” △‘개별대학이 아닌 지역전체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시국선언은 대구·경북지역 17개 대학에서 3백9명의 교수들이 참여해 당초 예상인원을 크게 웃돌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 국민 사과’ △‘민주적 시위를 억압·탄압하는 경찰관계자 즉각 파면과 국민기본권 보장’ △‘교수들은 이번 시국선언에 그치지 않고 시민·사회단체와 협의를 통해 조만간 시국토론회도 열 계획’ 등 선언 내용을 중심으로 시국선언 교수 인터뷰, 기자 보도로 이번 시국선언의 성격, 파장, 전망 등을 다뤘다.
▲KBS대구-시국선언이 있은 5일 메인뉴스 ‘뉴스9’에서 ‘지역교수 시국선언’ 제목으로 다뤘다. 내용을 보면 △‘참여교수들은 현 상황을 민주주의의 퇴보로 규정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현 정부가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무리한 검찰 수사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서민 살리기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비교적 보수성이 강하다는 대구 경북에서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2004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 △‘60년 4․19 민주혁명과 87년 6월 민주 항쟁을 이끌었던 교수들의 시국선언’ ‘참여 교수들은 앞으로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시국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애오라지 ‘KBS-이명박 지키기’
그러나 KBS대구의 보도를 대구MBC 보도와 비교하면, ▲국정쇄신의 주체라고 누구나 인정하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철저히 회피한 점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작지만 매우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는 대구KBS를 포함한 KBS 전체 보도시스템이 이명박 대통령의 정부 입김 속에 있음을 시사한다 하겠다.
한 마디로 시청자=국민의 눈과 귀에 ‘국정쇄신 압박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가 전달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나아가 KBS대구는 일련의 보도 중간 대목에 배치한 교수 시국 선언 기사 앞부분에 김관용 경상북도 지사․이달곤 행정자치부 장관 등 경상북도․중앙 행정부서 기관장 관련․동정 기사를 잇따라 배치함으로써 시청자들이 시국선언 기사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수’를 부렸다. 나아가 KBS대구는 시청자들을 위해 주요기사를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면서도 이 기사는 빼버렸다. KBS대구의 이날 보도는 사실을 비교적 자세히 다뤘으면서도 알맹이를 빼버림으로써 ‘이명박 지키기’에 충실한 나머지 ‘향방을 알 수 없는 보도’가 돼 시청자의 알 권리를 제도적으로 무시했다.
시국선언 교수 ‘머릿수’에 초점
▲TBC(대구방송)-△대구MBC가 전날 ‘내일 시국선언’이란 머리기사로, 또는 KBS대구가 3일 간추린 뉴스에서 ‘지역대 교수 70여명 시국선언 동참’ 등으로 예고된 시국선언의 의미, 파급 효과를 시청자들이 미리 가늠하도록 예고 보도한 것과 달리 TBC는 대구․경북 교수들의 시국선언 동향에 대해 철저히 외면했다.
△5일 보도-날씨 기사를 제외한 전체 17 꼭지 중 여덟 번째 꼭지에서 “민주주의 후퇴 비판” 제목으로 다루면서 △‘대학별로는 경북대 131명 대구대 62명 영남대 50명 등 모두 17개 대학 교수들이 동참’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초래한 검찰의 강압적 수사를 비롯해 최근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판’ △‘5백만 명 이상이 조문에 나선 것은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저항이요 반성을 촉구하는 적극적 행위라고 주장’ △“무리한 수사 즉각 사과하고 국민과의 대화 모색해라” △‘국가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전 정권이 시작했던 민생문제와 양극화 해결에 현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 △‘지역 교수들의 이 같은 시국선언은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사건 이후 처음’ △‘그러나 이번 시국선언에는 민주화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교수들의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국정 난맥 오인케 할 수 있어
TBC 보도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유달리 대학별 시국선언 동참 교수의 숫자를 강조한 점이다. 무엇보다 기자가 맺음 부분에서 ‘그러나 이번 시국선언에는 민주화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교수들의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라고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이 보도를 시청한 시청자들은 당연히 ‘시국선언=소수 민주화교수협의회’란 시각을 가지기 십상이고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현재 국정 난맥상은 ‘문제없다’고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민장에 이르기까지 조문한 국민들(보도에 따르면 5백만 명 규모라고 한다), 국민장 이후에도 이명박 정부의 기대나 예상과 딜리 조문 행렬이 현재도 잇따르는 것을 보면(시국선언에 참가하지 않은 이상돈 중앙대 교수조차도 자신의 홈페이지 ‘교수들의 시국 선언’이라는 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일반인의 지지도가 25%라고 하면, 교수 사회에서의 지지도는 기껏해야 10% 정도일 것”이라고 했을 정도이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민주화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교수들의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자의 맺음 대목 강조(이것은 TBC 대구방송의 시각-보도태도로 볼 수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 운영 난맥의 심각성을 방송의 존립 기반이자 공중파 방송의 절대적인 방송수단인 전파의 주인인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민주․민생’ 방송 기대할 수 있나?
나아가 ‘민교협교수협’ 운운 대목은, 국가의 현재 상황을 우려하며 상아탑의 지성들이 밝힌 책임 있는 비판의 목소리를 희화(戱畵)화 하는 것은 물론, 자칫 건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거나, 지성사회를 편 가르기 하는 결과(미필적 고의라고도 볼 수 있는)도 빚을 수 있다.
이번 대구․경북 17개 대학 3백 여 교수들의 시국선언 관련 보도에서 ▲대구MBC-‘민주주의․국민 기본권 후퇴, 이명박 정부 반성 촉구’, ▲KBS대구-‘민주주의 후퇴, 현 정부의 사과, 이명박 대통령 지키기’, ▲TBC(대구방송)-‘민주주의 후퇴, 국민 편 가르기’가 보도 내용, 보도 태도, 기사 행간에서 읽혀졌다.
대구․경북 17개 대학 교수 3백여 명이 한국 민주주의 정체성과 집회․표현의 자유, 민생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고리로 천명한 시국선언을 다룬 지역 공중파 TV 3사의 보도 전말은 해당 방송이 어떤 언론관 아래 보도하고 있는지 가늠하거나 최소한 유추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대구․경북의 민주주의, 민생 회복을 위해 우리 지역 방송에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까? 최소한 이번 시국선언 보도로만 본다면 그 저울추는 분명 미덥기(正)보다 우려(負)에 기운 듯하다. 시청자들에겐 어두운 조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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