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좋은교사운동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는 학력 격차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교과부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였다. 학력 격차를 드러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후속 대책을 세우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번 결과 공개로 인해 생기는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학력의 격차가 생기는 원인은 크게 보면 학생의 사회경제적 요인, 학교 요인, 학생 개인적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사회경제적 요인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잘 사는 지역과 못 사는 지역의 격차가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경제적 격차의 경우 이를 줄이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 전체 구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적 상황을 보면 앞으로 사회가 더욱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학력 격차를 드러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결국 잘 사는 지역과 못 사는 지역의 격차를 공인하고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학교의 서열화와 지역의 서열화가 낙인효과로 인해 더욱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다.
물론 학교 요인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열심히 가르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차이 또한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를 드러내고 모든 학교가 혁신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요인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학교 요인으로 문제를 풀려고 할 경우 학교의 좌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른 행재정적 불이익을 가할 경우 사태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와 교사의 책무성은 성적 결과에 의해 물을 것이 아니라 포괄적 책무성으로 우회적으로 물어야 한다.
정부는 학습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적이 낮은 학교에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도 교과부는 학교간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 대책은 충분하지 못하였다. 이번에 새로 내놓은 대책이 과연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격차를 해소하기에 충분할 것인가?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이 정도의 대책으로 학력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불충분할 수밖에 없다.
사실 교과부의 이번 성적 공개는 지원보다는 학교 간 경쟁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해 학교 요인으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도는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인가? 점수를 올리기 위해 교사에게 주어지는 학교와 교육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는 결국 학생 간 경쟁을 강화하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학교교육이 점수 위주의 경쟁으로 왜곡되는 현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또 경쟁의 강화는 사교육을 증대할 가능성이 높다.
성적 공개가 가져오는 거대한 명분과 위험성에 비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너무도 부족하다. 그리고 문제의 해결은 성적 공개라는 방법을 반드시 요구하지 않는다. 학력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학습부진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정책의 최우선적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의 혁신과 방과후학교체제의 혁신 및 지역사회의 복지 제도와 유기적인 결합이 필요하다. 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성적이라는 결과적 책무성이 아니라 학교와 교사의 교육활동 과정에 대한 종합적인 책무성을 묻는 장치로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 하는 학교를 더욱 좌절시킬 수 있고, 학생들의 고통을 배가할 수 있다.
교과부는 실질적인 학력격차 해소를 위한 대책에 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라며 성적 공개를 중단하기를 촉구한다.
2009. 2. 16.
좋은교사운동 (대표: 정병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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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는 학력 격차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