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복지국가가 만드는 교복 값 걱정 없는 사회
3월 신학기가 다가오면 중․고등학생 교복값에 대한 학부모 부담 문제가 사회면을 장식하곤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교복문제는 그동안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매우 다양한 문제를 낳고 있다. 고급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빅3 업체가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과점형 시장의 문제에서부터, 최고 70만원에 이르는 고가 교복의 등장과 원가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과도하게 책정되는 교복 폭리 문제, 인기 연예인과 각종 경품을 활용한 과대광고 문제, 물려주기를 하지 못하도록 매년 디자인을 바꾸는 업체의 얌체 상술 문제 등 매년 이때쯤 학부모들의 가슴에 대 못질을 하는 일들이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문제들 때문에 교복값 대책 역시 다양하게 논의되었다. 정부는 한때 교복 폐지를 검토 한 적이 있을 정도이고, 학부모 단체는 대기업 브랜드 제품이 아닌 중소기업의 교복을 구매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교복 교환권을 통해 후배들에게 물려주기를 시도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부터, 교복 디자인 변경 금지법안 제정을 주장하는 웃지 못 할 방안까지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방법도 학부모들의 불만과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남들처럼 고급 브랜드의 교복을 입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멍든 마음을 달래주지도 못하고 있다. 한 예로 공동 구매를 통해 약 50% 이하로 교복 가격을 낮추어 구입하는 방안 등이 제기되었지만, 교복을 착용하는 전국 5,000개의 학교 중 공동구매를 실시하는 비율은 8.7%에 그치고 있다.
우리 복지국가 소사이어티는 이 같은 교복 문제조차도 전면적인 복지 정책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중학교까지 의무교육 제도를 시행중이다. 이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같은 국민의 의무인 군 복무의 경우, 군대에 가면서 군복을 부모가 사준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입대하는 병사가 총을 사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한다는 이야기도 금시초문일 것이다. 병역이 국민의 의무라면, 교육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의무교육이라면, 수업료와 교과서 비용뿐 아니라, 체육복, 공책과 연필, 책가방 등 각종 교구재와 부교재 까지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둔 학부모는 개인적으로 지출하는 과외비용 외에도 학교와 관련하여 매년 약 2.4조원 정도를 부담(2004년 기준)하고 있으며, 기타 야외수업이나 특기적성 교육 등의 활동비에 부담이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은 이 비용이 없어 공교육 내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다. 아직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학교의 경우, 전체 대상자의 98%가 진학함에도 불구하고 수업료로 연간 1.8조원, 급식비 등 수익자 부담 경비로 약 1조원을 학부모가 직접 부담하고 있다.
한마디로 의무교육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공교육비 부담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교복 부담 역시 이러한 만만치 않은 공교육비 부담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공고한 의무교육체계의 확립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다 강력한 의무교육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더 세금을 걷어야 할까? 자세히 통계를 살펴보면, 국민의 큰 추가부담 없이도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각종 세금 감면을 하지 않았으면 추가로 확보되었을 9조1천억 원의 세수 감소분을 제외하고도, 추가로 더 걷힌 금액이 1.7조 원이며, 전체 세계 잉여는 4.6조원이라고 한다.
세계 잉여금이란 재정 운용 결과 당초 예산 상 목표로 잡았던 세수액(稅收額)을 초과해 징수되었거나 지출이 세출 예산보다 적어 사용하지 않은 금액이 발생한 경우, 이 초과 징수된 세입과 쓰지 않은 세출불용액(歲出不用額)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여기서 정부의 채무 변재에 우선 충당하도록 되어 있는 부분과 지방교부세와 각종 교부금으로 나가는 부분을 제외하고, 2조 1천억 원이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한나라당과 기획재정부는 세계 잉여금을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10조 원이 넘는 규모의 추경 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에는 무려 10만 3,000개의 일자리가 한 달 만에 사라지고, 자영업자 감소 폭은 지난해 12월 9만 3,000명에 이어 올해 1월에는 11만2,000만으로 확대되었다.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뿐 아니라, KDI도 이제는 공공연하게 경기후퇴(recession)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경기침체→일자리 감소→소비감소→경기침체 심화→`고용대란`이라는 악순환을 경고하고 있다. 바로 이러할 때야말로, 취약계층 만이 아닌 중산층을 포함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적극적 복지의 확대가 가장 효과적이며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복지국가 소사이어티는 이번에 조성된 세계 잉여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의무교육의 취지에 맞도록 전면적인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확대하는 데 지출할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실질적 의무교육의 확대는 교복값과 관련된 논쟁을 불식시키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등굣길에 선생님이 사오라고 한 준비물을 챙겨야 한다고 손을 벌리는 아이들과 이에 부담을 느낀 학부모들이 아침마다 실랑이를 벌리는 풍경도 과거의 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금액만큼 국민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고, 추가로 소비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어 내수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다.
국민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는 정책, 적극적 복지를 통해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 역동적인 복지국가 정책이야말로 지금 시점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절실한 대안일 것이다.
2009. 2. 12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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