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회비는 학년별로 거둔 것이 아니고 학기 초 총회하는 날 원하는 학부모들의 자발적 가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총회에서 회장단을 끼리끼리 적당하게 뽑아놓고는 마지막에 회비를 얼마로 정했으면 좋겠는지의 형식적 논의는 있었습니다만, 엄마들이 모두 눈치만 보고 있고 몇 사람이 얼마 얼마 값을 부르면 적당히 많다, 적다를 논한다음 그 중의 한가지에서 예년 수준으로 결정해 버리고 맙니다. 1인당 상당 액수가 되는 거지요.
다들 마음 속으로는 좀 많다고 느끼면서도 그걸 드러내놓고 용기있게 말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동시에 엄마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뭐 워낙 학교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니까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학교운영비를 조금 거들어야지 별 수 있나" 하는 아량아닌 아량을 베푸는 거랍니다. 사실 요즘 학교 예산이라는게 엄마들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부족하지도 않은데 말이죠.
회비라는게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전체 회비를 내고 돌아서면, 그 다음은 또 반회비라는 게 있어서 각 반별로 별도의 회비를 얼마씩 갹출하게 되지요. 얼마가 좋겠냐고 의논의 형식을 취하긴 하지만, 정작으로 속마음은 내비치지도 못하고 적당히 분위기 봐서 기운센 쪽으로 편승해 버리고 말지요. 주위의 눈이 무서워 그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속앓이만 하면서, 그나마 그런 모임에 끼어서 학교 소식이라도 접할 수 있는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랍니다.
사실 일반 학부모들은 학부모회가 뭔지, 운영위원회가 뭔지 제대로 잘 알지도 못할뿐 아니라, 그 둘을 마구 혼동하고 있고 그게 그거라는 식으로 함께 묶어서 생각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렇게 해마다 거금의 회비를 내놓으면서도 회비만 딱 내놓고 나면, 그 다음 학부모들은 학부모회에서 완전히 소외된 채로 모든 인심은 회장단에서 다 쓰고 일반 회원들은 그저 돈이나 내놓고 뒷자리 신세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회비가 아예 없거나 소액만 내는 학교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학교는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학교들은 저희와 상황이 비슷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발전기금으로 낸 것은 총회에서 모은 전체회비중의 일부를 떼어서 낸 것을 말합니다.
학부모들에게 학부모회와 운영위원회에 대한 제대로 된 홍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만,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워낙에 없고, 혹여 뜻이 같은 분을 만났다 하더라도 그런 분들은 그저 조용히 살기를 원하더군요. 이꼴저꼴 다 보기 싫고 그저 내 아이 하나만 잘 건사하겠다는 거지요. 괜히 평지풍파 일으키기 싫고, 구설수에 휘말리기 싫다는게지요. 학부모들의 이기심과 다수 교사들의(일부 뜻있는 선생님은제외) 안일함에 속이 상해서 자꾸 주저앉게 되는 저 자신도 힘이 부치는걸 느낍니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내가 이렇게 발버둥쳐야 하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지 의문부호만 무성할 뿐입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것 보다야 조금씩 발전은 있겠지만, 갈 길이 너무나 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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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운위_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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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회비의 현실._2002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