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어트라는 시인이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던가요? 그렇지만 저에겐 2002년 3월이 잔인한 달입니다.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마을의 학교를 폐교 당하고 가게 된 학교에서는 악취가 풍겨났습니다. 바로 제가 운영 위원이 된 이야기죠.
3/15일 후보등록 마감일에 입후보하러 가서 입후보한 다른 사람들의 등록대장을 보고싶다고했더니 행정실장이 후보에게 그러한 권한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등록마감일 3일전부터 난데없는 가정방문기간과 겹쳐졌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운영위원이되어 교장실에서 운영위원들끼리 첫만남을 가졌는데 운영위원장이 하는 말이 6년이나 해먹어서 하기싫다고했는데 학교에서 계속 하라고했다며 돈내기싫어서가 아니라고 돈은 얼마든지 낸다고, 봉투도 다 할거라고 자기 소신을 밝히니 교장을 비롯한 교원 위원들은 가만히 웃어가며 듣고만 있더라구요.
작년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했다는 자모는 아주 현실적인 표정으로 자고로 머니가 있어야된다고 하고. 마지막으로 운영위원회 내의 사적인 돈을 관리할 총무를 저에게 하라고하기에 저는 운영위원회에도 총무가 있는 것일까 궁금해하며 작년 자모회 총무를 했다는 운영위원에게 그 총무일을 양보했습니다. 유난히 요란스러운 작년 자모회 총무가 들어오니까 누군가가 미인은 교장선생님 옆에 앉으라고 하고...
모인 김에 지역인사를 뽑자는 의견이 다수여서 1명은 작년에 했던 사람 그리고 다들 머뭇거리니까 교장 선생님이 나서기 싫다는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oo 교육청의 교육국장을 지역인사로 하는게 어떻겠느냐는 말에 다들 찬성해서 그렇게 결정됐습니다. 그냥 헤어질 줄 알았는데 교장 선생님이 자모회와 운영위원회에 밥을 사겠다고 해서 뭣모르고 따라갔죠. 자리에 앉을 때 여자분들은 사이 사이에 앉으라는 거예요. 그쪽 학교의 운영위원이나 자모들은
그런 말에도 전혀 거부감을 갖지않는것 같아 나는 의아할 수밖에요.
식사가 끝난 후 교장 선생님이 오늘은 내가 냈으니까 다음에는 여러분이 내십시오 하더군요.
사람들에게 말을 들어보니 3월을 넘기지 않고 학생회에서 밥사고, 자모회에서 밥사고, 또 운영위원회에서는 봉투를 준비한다고하니 자꾸만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처음 운영위원이 됐으니 적당히 맞춰가자는 생각이었는데 며칠동안 잠이 안오고 함정에 빠진 느낌이었죠.
우리 마을에서 저랑 맘을 맞춰 자모회 부회장이 된 사람이 있는데 자모회 총무가 토요일날 전화를 해서 돌아오는 금요일에 25명의 학교 사람들 밥을 사야하니 부회장은 20만원을 준비해서 가져오라고 했답니다.자모회장, 부회장 두 명, 총무 한 명, 이렇게 총 네 명이니 한 사람당 20만원씩 내자고요. 부회장은 그 전화를 받고 사퇴해야할지, 돈을 내야할지 몹시 괴로워하다가 교장실에 우리 둘이서 가서 교육청에 하소연할거라고 말할까 하다가 그정도로는 이 썩은 풍토가 바뀌지않겠다싶어서 지금 지부에 고발이 가능한지 문의하고 정면으로 부딪혀야하지않을까 생각하고있습니다. 작년에 부위원장을 했다는 자모는 위원장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하더군요. 회의도 1년에 두 세번 밖에 참석하지않으면서 거만하게군다고요. 꽃바구니같은 걸 장학사가 올 때 하는데 위원장이 하자고해놓고 나중에보니 돈 낼때는 자기만 쏙 빠졌다고요. 저에게도 머지않아 돈봉투나 밥값을 30만원쯤 내라고하면(운영위는 금액이 더 크다고 하니) 영수증을 만들어가서 받았다는 증거로 도장을 찍어달라고할까요? 저는 처음에는 아이를 다른 곳에 전학시킬까도 생각해보았는데 그럴수는 없고 차라리 이 학교가 깨끗해지도록 뭔가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듭니다. 제 남편은 16시간을 택시에 앉아서 몸으로 일하는 노동자인데 어떻게 못된 사람들의 입 속으로 돈이 사라지게한단 말입니까? 차라리 그 돈을 엉망인 학급 문고를 꾸밀 책을 사는데 쓰면 보람되겠어요. 그런데 그쪽 학교의 자모회에는 그런것도 안통한답니다. 자모회 부회장이 밥사는데 돈 안보테고 학교발전기금을 내겠다고 하니 그 돈은 또 따로 25만원씩을 내서 총 100만원을 자모회이름으로 낸다고합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여러분, 저희에게는 지금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와 자모회 부회장 이 두 사람밖에는 단 한명도 우리의 올바른 생각에 동참해주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만약 고발하게된다면 그 뒷일이 어떻게 될른지도 궁금합니다.
입학식날 학교를 폐교시킬 때 지원해주기로했던 교육청의 약속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궁금해 교장실을 들렀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너무 많아서 둘 곳이 없는 화분중에 운영위원장의 이름으로 된 화분이 보였고, 교장의 첫 마디가 어쩌죠, 장학사에게 들었는데 이 학교가 시에서 제일 부진아가 많은 학교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말을 했어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바로 점수 따기에 혈안이 된 금번 교장및 선생의 탈을 쓰고 학부모를 고통스럽게 하는 인사들이 거쳐가는 학교가 얼마나 아이들을 정성껏 가르치겠는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걸어가야할 방향을 정확히 제시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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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운위_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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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3월_2002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