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직영급식”.교육부선 “혼합형”
(문화일보, 6.11)
학교 급식을 제공받는 학생은 2003년말 현재 전체 초·중·고 학생의 90%인 704만명. 이 학생들이 12년간 날마다 적어도 한 끼 이상 먹게 되는 학교 급식은 학생들의 건강 뿐 만 아니라 나라 전체의 보건과 직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급식이 전면 실시된 2003년에 학교 식중독 사고가 급증하자, 학부모들은 단체를 구성해 급식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정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 여론을 수렴해 학교급식법 개정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과정서 정부와 학부모·시민단체 간 의견충돌로 법정 공방과 졸속 논란 등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했며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불량 학교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조례 제정에 나섰다.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된 ‘학교급식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운동 결과, 현재 강원도를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에서 조례가 제정되었거나 추진중이다. 또한 정부도 교육인적자원부의 주도로 학부모단체의 의견을 대폭 수용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확정해 지난 5일 입법예고됐다. 그러나 위탁급식의 직영 전환, 우리 농산물 사용 의무화, 무상급식 대상 확대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싼 입장 차가 줄어들지 않아 학교급식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위탁이냐 직영이냐〓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제정운동을 펼쳐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96년 한나라당 주도로 개정된 학교급식법에 따라 도입된 ‘위탁급식제도’가 학교 급식 질 저하와 각종 비리의 주원인이라며 위탁 급식의 퇴출과 직영급식 원칙을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도 위탁급식의 부분적 문제점을 인정했으나 전면 학교 직영보다는 학교장 책임 아래 위탁급식을 다양화하고 직영 선택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관련법 개정안을 내놨다. 대신 학교급식 운영의 수준향상을 위해 학교급식 운영평가제도 도입했고 식중독 원인제공자 문책의 법적 근거가 미비했던 것을 보완, 중대사고를 유발한 업자는 공급계약 해지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측은 “위탁급식으로 인한 각종 비리, 수입식품 등 저질 식재료 사용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새로운 급식법안을 통해 학교급식 직영의 원칙은 빠진 채 위탁급식을 다양화하고 업체 지원까지 하면서 이를 학교장의 책무강화라는 미명으로 보기 좋게 포장해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 사용’ 명시 논란〓교육·시민단체들은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학교급식에 우수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해 아이들의 건강과 함께 농촌도 살리자는 뜻을 모았다. 그러나 정부의 관련법 개정과 각 지자체의 급식조례 제정과정에서 우리 농산물을 사용토록 하자는 조항은 난관에 부딪쳤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외국산 농산물을 차별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무역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외교통상부 등 관계부처의 지적이 잇따른 것. 이에 따라 ‘우리농산물’ 대신 ‘우수농산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전북지역에서는 도의회가‘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사용’ 원칙을 조례에 밝혔다가 교육청이 이를 문제삼아 대법원에 ‘조례 무효 확인 청구소송’까지 한 상태다. 경남 등 타지역에서도 우리 농산물 사용 문제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질 조짐이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지난달 25일 ‘제주도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사용에 관한 지원 조례안’을 의결했다. ‘친환경’과 ‘우리농산물’이란 용어가 들어갔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건강뿐 아니라 농촌 회생의 가능성도 열어 지역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치원 급식 지원 등 무상급식 논란〓서울시민 17만9795명이 서명한 급식조례안에는 지원대상을 초·중·고등학교뿐 아니라 유치원과 직장보육시설까지 확대할 것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예산 및 인력 부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9일 입법예고된 유아교육법 시행령에서도 만5세 유아에 대한 무상교육 원칙을 밝히고 있으나 급식비는 포함돼 있지 않아 유치원 교육의 공공성과 급식의 중요성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박범이 교육자치위원장은 “유치원 교육이 공교육화되고 있으나 급식은 사각지대여서 영양사도 없이 원장이 알아서 조리를 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유치원 급식 지원·관리가 필수적이며 무상급식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재선·정희정기자 jeijei@
기사 게재 일자 200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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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식중독 공포 2- 관련법 개정 논란_2004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