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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6 15:5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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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 사학재단들은 왜 사학법 재개정을 주장하나 <민중의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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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재개정, 한나라당이 주장하니 한다는 사람도 있다"
기독교 사학재단들은 왜 사학법 재개정을 주장하나
추주형 기자
“개정사립학교법은 기독교 탄압의 시작이다.”
사단법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박종순 목사)와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교단장협, 상임회장 안영로 목사 등) 등이 발효시점(7월 1일)이 한 달도 안 남은 개정사립학교법(사학법) 시행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재개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순교를 각오한 거룩한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을 천명한다.”는 둥 원색적인 용어까지 써 가며 ‘법석’이다.
물론 이들이 사학법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이미 개정 전부터 이들은 나름 일관된 외침을 지속해 왔다.
이들의 주장은 지난 1963년 사학법 공포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사학법 자체가 종교적 건학이념을 탄압하기 위한 ‘공산주의적 음모’라는 식의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나아가 레드컴플렉스에 휩싸여 ‘공산당보다 더 한 놈들이다. 무신론자이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발언까지 그 수위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때였던 1974년, 교육평준화를 시도하면서 사학의 수업료와 학생선발권을 통제한 것은 이들이 자기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근거로 사용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들의 일관된 주장을 들어보자.
‘개방형 이사제’는 기독교사학에 대한 합법적 탄압의 시작
기독교사학은 신앙에 입각한 교육을 건학 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건학 이념을 근본으로 해 나라보다 먼저 이 땅에 새 교육 신문영의 불씨를 지핀 것이 배제학당(1886년), 경신학당(1886년), 이화학당(1886년) 등 기독교계가 세운 사학이었다.
그러나 1974년 학교 평준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기독교 학교들은 공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신앙교육의 문제로 힘겨운 싸움을 해왔고 무작위로 배정된 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예배를 시행할 때 크고 작은 충돌이 학교마다 있어왔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기독교사학의 건학이념에 반하는 인물이 개방형 이사제를 통해 기독교 사학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는 더 이상 기독교사학의 건학이념에 맞춰 운영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합법적 탄압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이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사학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사학법이 사립학교(사학)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을 거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이 이렇게 ‘밀접한 함수관계’를 이야기하는 근거는 ‘종교적 건학 이념을 근본으로 해 나라보다 먼저 이 땅에 새 교육 신문영의 불씨를 지핀’ 것 이외에도 종교사학 중 기독교 사학의 비율이 지대하다는 이유가 크다.
우리나라 2,077개 사학 중 종교계와 관련된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가 490여개인데, 그 중 기독교 사학법인 소속 학교가 무려 75%(368개)에 이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러한 주장은 ‘기독교계가 사학과의 유착관계 때문에 개정사학법에 반기를 들고 있다’는 의혹만 부추길 뿐이다.
실제 기독교계가 말하는 사학과의 ‘밀접한 함수관계’를 모르는 이들은 ‘왜 상관도 없는 종교계가 나서서 사학법에 훈수를 두냐’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에 관한 간섭’이냐, ‘선교 활동 축소에 대한 위기감’이냐…공교육 관념 미비는 마찬가지
한기총 소속의 보수성향 교단 기관지 편집부장은 “외부의 시각에서는 다르지 않게 보일 수 있으나 기독교계 내홍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그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학교운영에 관한 간섭’ 때문에 사학법 재개정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선교 활동 축소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사학법 재개정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며 “사학 관계자들은 전자가 많고, 교계 관계자들은 후자가 많다.”고 전했다.
사학 관계자들이나 교계 관계자들이나 개정사학법 시행 뒤 ‘행정적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가장 우려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석은 다르다는 것.
둘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조금 더 살펴보면 이렇다.
첫 번째, ‘헌법 위에 교회법(성경)이 있다’고 하는 등 학교를 선교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교계 관계자들에겐 개정사학법 시행으로 선교 환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들은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종교계 사립학교에서까지 종교 활동을 금지하는 지침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3월부터 6월 초까지 무려 8차례나 시달했다”며 “이는 우리가 염려한대로 종교계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을 말살하려는 정부 여당의 오랜 밀계의 일부가 돌출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사립학교법이 교과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기독교 사학은 교육부가 ‘종교’ 교과 시간에 복수로 다른 교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해 마찰을 빚어온 게 사실이다.
기독교 사학에서 종교 교육은 ‘종교’ 교과 수업 내지는 매주 실시하는 채플로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염광여고의 경우 2004년 대광고 강의석 군 사태 이후 채플을 거부하는 학생들은 따로 모임을 갖도록 조치하고 있기도 하다.
두 번째, 미세한 차이지만 사학관계자들은 주로 개방형 이사회에 주목한다.
개정사학법은 학교법인이 이사 정수의 1/4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회가 추천하는 인사(개방형 이사)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사학의 친인척 족벌체제로 인한 부정부패와 학교장과 이사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다.
개정 전 제14조에는 “이사선임은 법인이사회가 선임한다”라고 되어 있으나, 개정 뒤에는 “학교법인 이사 중 1/4 이상은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가 2배수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 선임하되 방법 및 절차를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관으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개정사학법은 궁극적으로 개방이사와 임시이사를 통해 사학을 찬탈하려는 책동”이라는 주장이 그것.
이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이사회에 진출해 학교의 건학이념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기 남부에서 사학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이사회의 1/4이 막강한 조직력과 혁명 투사적 집념으로 움직이는 전교조 교원으로 채워질 경우 사학은 재단과 급진세력 간 갈등과 투쟁의 장으로 바뀌고, 이념교육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 자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전교조 소속 교사는 현재 지역위원과 학부모 교사위원 등으로 구성되는 학교운영위원회에 한두 명이 참여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개정사학법이 시행되면 이사 정수의 4분의 1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2배수로 추천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걸 사학 측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개방형 이사제를 통해 사학비리를 척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전교조 소속 교사가 이사회에 들어갈 가능성 역시 사실상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학관계자들은 ‘헌법’을 들먹이며 ‘사학=사유재산’이라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한 사학 운영자는 “헌법은 사학설립자 및 학교법인의 사학 운영권을 자유롭고 독자적인 것으로 보장하고 있다”며 “개방형 이사제는 이런 운영의 자유와 설립재산의 사용, 수익, 처분할 수 있는 재산권 및 교육철학과 건학이념 실현의 욕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학 운영은 인격적 행위이고,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행복추구권이 있는데, 개정사학법의 개방형 이사제가 이를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 파괴적 행위”라는 것이다.
그는 “‘이사 파송’ 문제도 그렇지, 남이 추천 받은 걸 왜 우리가 수용해야 하냐”며 “물질적(돈) 문제 때문이 아니라 사학 운영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노골적 반감을 드러냈다.
교계관계자들이나 사학관계자들이나 공교육 관념이 미비한 것이야 말로 특이할만한 점
하지만 특이할 만한 사항은 ‘운영에 관한 간섭’이냐, ‘선교 활동 축소에 대한 위기감’이냐 하는 두 시각의 차이점이 아니다. 둘 다 공교육 개념에서 벗어나 있다는 공통점이야말로 특이할 만한 점이다.
한기총과 사수본이 지적하는
개정사학법의 문제
한기총과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사수본)는 전교조가 이미 10여년 전부터 주장해 온 개방형 이사제(제14조)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외에도 임원이 결격사유자의 학교운영 참여제한(제22조) 및 관선이사 파견(제25조 3), 학교장 임기 제한(제53조), 사립학교장 징계 등을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사학이 공교육을 담당하기 때문에 사학재단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고 국가의 통제를 받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과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수구적 입장의 대립각이 생긴다.
사실 사학들은 학교가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재단전입금이 보통 2%를 넘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광고의 세입 61억여원 중 1.5%인 9,100만원이 재단 전입금(2005년 예산자료)이며, 2004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염광고의 재단전입금은 세입 52억여원 중 5,400만(1.03%)원이고, 영신여고의 재단 전입금은 세입 59억여원 중 4700만원(0.78%)이다. 정신여고의 재단전입금은 세입 61억여원 중 1,500만원(0.24%)이고, 배재고의 재단전입금은 세입 73억여원 중 5억1,000만여원(7.08%)이다.
물론 재단 전입금이 56%(전체 예산 126억여원 중 71억여원)에 달하는 이화여고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자립형사립고를 추진하는 곳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학은 정부보조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립형사립고를 추진하는 곳 이외에도 사학측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등록금만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학의 이런 주장대로라면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재단에서 전입금을 올리겠다(돈을 더 내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권에 대한 정치투쟁 내지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볼 수도 있다’
<민중의소리>는 보수성향 교단 기관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보수)교계나 사학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학법 재개정을 바란다는 외부 시선과는 달리 단순히 기존체제나 질서에 대한 변화가 두려워서 7월 1일부터 발효될 개정안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호도된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장로나 집사 등 기독교인이지만 개인적으로 학교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기득권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면서 “종교재단 법인의 경우 기득권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고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들이 학교를 공적인 것으로 인식하기보다 ‘내 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며 “‘내 꺼’를 다른 사람이 간섭하는데 누가 좋아하겠나. 선교에 대한 간섭이라 생각하며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은 종교교육을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데에 집중하고, ‘이사파송’과 관련해서는 남이 추천한 이사를 내가 수용해야 하니까 권한 침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학관계자의 전교조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이사회에 들어갈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학교에서 전교조 가입 교사 비율이 낮아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우려가 큰 것 같다”며 “이사회에 전교조 교사가 한 명이라도 들어온다면 이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현재의 정권에 대한 정치투쟁 내지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볼 수도 있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어르신(나이든 목사)들이 구태에 젖어서 그런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 중에는 사학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밝힌 뒤, “특히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맥락에서 교계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맥락'?
그에게 구체적인 답변을 주문하자, 재밌는 말을 쏟아냈다.
“예를 들어 어르신(나이든 목사)들 중에는 개선이건 개악이건 상관없이 뭘 고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수구파'도 있고, 한나라당이 사학법을 재개정하자고 하니까 그래야 된다고 주장하시는 '열성 당원'(실제 당원은 아님)들도 있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만약 한나라당에서 현재의 개정사학법을 좋다고 했다면 이 정도로까지 반대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2006년06월16일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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