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민운동의 대표적 단체인 참교육을위한 전국학부모회(이하 참학)가 '교육혼돈'의 시대에 학부모운동의 활로를 찾기 위한 모색에 들어갔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대응이 키워드로 잡혔다.
참학은 12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학부모운동의 정체성과 전망' 토론회를 가졌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학부모 운동이란 부제가 달린 이날 토론회에는 역사적 맥락에서 같이 출발했지만 최근 교원평가제 등에서 이견을 보인 교원단체와의 관계 설정 등이 논의되기도 했다. 또 진보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 중인 참학의 향후 활동방향 진단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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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환기자 |
'학부모 운동의 정체성과 전망'이란 주제로 참교육학부모회는 12일 오후 2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회의실에서 토론회를 가졌다. |
●현안 대응보다 기획사업을= "불모지와 같았던 학부모운동의 틀을 잡고 독점적인 운동을 해왔지만 최근 보수 학부모단체의 잇따른 등장 등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진보적 공간이 열악한 한국의 지형에서 진보적 학부모운동의 진지는 매우 소중하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전면화와 학부모운동의 진로란 제목으로 첫 번째 발제를 한 주경복 건국대 교수는 교육운동 의제로서의 반 신자유주의 운동을 명확히 한 학부모운동이 필요하다는데 강조점을 맞췄다.
주 교수는 "사회적 약자가 교육에서 질적으로 소외되고, 교육에서도 시장논리가 적용돼 경쟁이 최우선 원칙으로 작용하지만 어떤 모순이 있어도 알아서 하라는게 신자유주의 교육논리"라며 새로운 지형에 발맞춘 진보적 학부모운동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학부모운동과 참학이 실천활동의 체계성 부족, 분파현상, 정체성 혼란, 배타성, 참신성과 신뢰의 문제를 내외부적으로 지적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체성 점검, 비전과 담론 활성화, 조직의 발전적 구조화, 활동의 체계화, 연대 관계의 합리화를 변화의 방향으로 제시한 주 교수는 올 하반기와 내년의 교육운동 지형에서 당면한 과제들을 정리했다.
주 교수는 "돌출하는 현안을 따라가는 운동이 아니라 비전 속에 설계된 사업을 창출, 교육현실에 능동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대해 교육주체간 연대투쟁은 물론 학부모 영역에서 고유하게 대응해야 할 반신자유주의 정책과 담론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현장에서 구조적으로 개입하는 운동과 중앙·지역의 조직적·담론적 고리를 튼튼히 하고 대학의 학부모 영역까지 의제화해 체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교수는 이어 "교육운동진영내 소모적으로 발생하는 단체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간 불합리한 관계를 토론과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동시에 학부모단체간, 교육운동단체 모두간 합리적인 연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체성 확립, 최고 과제= 참학의 현실 진단과 활동 방향에 대해 발제한 박경양 참학 회장은 "창립 16주년을 맞은 참학은 그동안 학부모운동의 성장과 인식확대에 기여한바 크지만 학교현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참학 내외부의 문제를 진단했다.
박 회장은 내부적 문제로 "올해 총회 이후 합법적인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및 지부장·지회장 결정사항에 대해서도 불복하는 지부와 지회가 발생하는가 하면 일부 지부·지회에서는 조직의 결정과 다른 의사표명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입투쟁 등에서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운동단체와의 연대문제 등에서 나온 문제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박 회장은 그러나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집행부의 권위주의와 본부 권력집중이란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참학의 정체성 혹은 운동방향과 관련한 입장차이"라고 정리했다.
외적인 문제로 박 회장은 "그동안 외부에서 '날이 갈수록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조직 이기주의에 기초해 연대한다', '학부모들의 이해에 너무 집착한다'는 얘기를 들어왔다"며 "심지어 학부모운동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교사 그룹에서 '참학 활동가 대부분이 중산층이기 때문에 기층 민중의 교육이해를 대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주장이 참학에 대한 일부 오해를 부추긴 측면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다"라며 "그러나 최근 내부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입장차이, 그로 인한 갈등, 교원단체 등과의 연대에서 나타나는 어려움들 속에 지적된 문제의 경향성이 보이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그럴 개연성이 있다면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보성'과 '대중성' 고민=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는 폭넓은 의견이 다양이 표출됐다. 참학과 함께 학부모운동의 양대 단체인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의 박유희 이사장은 주경복 교수의 발제에 대해 "신자유주의는 우리가 거부하고 기피한다 해서 우리와 상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세계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신자유주의라 한다면 그것은 부정하고 격파할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파도타 듯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던졌다.
박 이사장은 또 지난 2년간 교원평가문제를 놓고 참학이 보여온 이중적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성명 등을 통해 교원평가제도 도입을 찬성하면서도 관련 토론장에서 교원단체로부터 수모를 당하는 학부모연대 임원들을 보고도 수수방관하던 참학 임원을 원망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학부모들의 자생력을 바탕에 두지 못하면 운동 생명력을 가지지 못한다"라며 "엘리트의식에 젖은 권위주의적 리더십보다 개인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적인 봉사형 리더십이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한만중 전교조 대변인은 "1989년 공안 정국에서 교사의 노동기본권을 요구한 전교조를 지지한 '진보성'과 학부모 대중운동으로 발전하기 위한 '대중성'을 통합할 수 있는 정체성을 참학은 만들어가야 한다"며 "모든 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실현한다는 공교육의 기본원리 구현 과제를 참학의 조직 현실을 바탕으로 재정립할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학이 밝히는 인간주의교육 관점은 국민보편적 권리에 입각한 교육권 확보운동을 말하는 것"이라며 "최근 쟁점이 되는 서울대 입시방안에 대해 일부 계층과 특수목적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점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헌법의 기본 정신을 위반한다는 수준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춘현 참학 경남지부장은 "반신자유주의 교육운동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무조건 반개혁적이라고 말할 수 있냐"며 "교사, 학생운동과는 별도로 교육운동에서 학부모의 관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성숙 참학 전 회장은 교원평가제 등 최근 이슈를 놓고 학부모운동 전체의 발전 방향을 점검하며 "참학은 이제까지 주력해온 교육비리척결, 교육민주화 진전 등을 중심으로 한 사업에서 교육의 시장과 경쟁논리 극복을 위한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를 위해서라도 학부모가 교사를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 교육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연대자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교사들이 학부모 위에 군림하는 자세, 학부모단체를 끼워맞추려는 운동방식에 대해서는 건강하게 비판하고 시정을 촉구해 진정한 협조와 신뢰의 바탕을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환 기자 y2kljh@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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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따르기보다 비전제시 담론창출"(학부모운동전망토론회) - (시민의신문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