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학교 점검 아군이?
시행사 추천자· 교육청, 성과평가위 독식… 균열 있어도 ‘우수’
BTL(임대형 민자사업) 방식으로 지어진 학교 시설의 관리·운영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설치, 운영하는 ‘성과평가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당국은 성과평가위의 점검 결과를 토대로 관리·운영권을 지닌 민간업체에 20년 간 시설 임대료와 관리·운영비를 지급해야 해 자칫 예산 낭비는 물론 학교 시설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인천시교육청이 노현경 인천시교육위원에게 제출한 ‘학교 신축 BTL 사업 자체점검 결과’에 따르면, 성과평가위에 참여하는 전문가를 사업시행자의 추천을 받아 뽑거나 교육청 담당자로 구성하는 것은 물론, BTL로 지어진 학교 시설에서 개선점이 수차례 발견됐지만 성과평가위의 점검 결과 모든 시설이 최고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평가위는 지역별로 신현고 등 4개교, 은봉초 등 4개교, 완정초 등 2개교, 학익서초 등 4개교, 은봉고 등 4개교 등으로 구성돼 운영 중이다. 성과평가위는 교육청 소속 공무원과 시행사 관계자, 시설 이용자(학교장, 행정실장 등), 관련 분야 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현고 등 4개교의 경우 전문가 위원 3명 가운데 2명은 시와 지역교육청 소속이었고, 나머지 1명도 시행자인 S사가 추천한 인사였다. 신현고 등과 같은 시행자를 둔 은봉초 등 4개교와 학산초 등 4개교도 전문가 3명 중에 1명은 시행자가 추천했고, 학산초 등은 지역교육청에서 나머지 전문가 위원을 맡았다.
노 위원은 “교육청 소속 공무원과 사업시행자가 성과평가위원을 독식하는 상태에서는 제대로된 관리·운영 점검이 이뤄질 수 없다”며 “최근 BTL로 지어진 논현초 등 8개교 현장을 둘러본 결과, 당초 설치하기로 했던 시설물이 없거나 곳곳에서 균열이 발견됐고, 조경이 엉망인 점이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노 위원은 논현초와 남동고 등 5개교의 교실과 복도에서는 심각한 균열이 발견됐고, 가현중과 미추홀학교 등 3개교는 나무가 고사하는 등 BTL 학교 시설 관리·운영이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성과평가위가 지난해 4차례 학교별로 점검을 벌인 결과, 지역 내 모든 BTL 학교 시설물은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을 받아 최고 등급인 A등급(또는 우수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사업시행자와 전문가는 특정 학교의 시설 유용성과 안전성 및 내구성, 서비스 만족도 등 3개 항목에 모두 만점을 주기도 했다. 성과평가위의 점검 결과에 따라 관리·운영비를 100%부터 50%(A~D등급)까지 차등 지급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모든 시행자가 관리·운영비 전액을 받아간 것이다.
한편, 인천지역에선 지난 2005~2007년 3년 간 BTL로 모두 26개 초·중·고교가 지어졌고, 민간사업비로 2천500억원이 투입됐다.
이환직기자 slamhj@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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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L학교 점검 아군이? (인천신문)
